사이버펑크2077 리뷰

사이버펑크2077 리뷰

G PUNK 1 2,808 2020.12.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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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나이트 시티!
어제 사망자 로또 당첨 번호는 딱 30이었습니다!
헤이우드에서만 열 명! 멈출 줄 모르는 갱단 전쟁 덕분이죠!
경찰관도 한 명 죽었군요. 갱단 여러분 큰일이에요.
NCPD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요.
산토 도밍고에서는 또다시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넷러너들이 또 전력망에 구멍을 내고 있어요.
웨스트브룩에서는 트라우마 팀이 길바닥의 사이버 사이코 피해자 시체를 긁어내고 있죠.
그리고 퍼시피카는…
뭐… 퍼시피카는 그냥 퍼시피카죠.
지금까지 여러분의 스탠이었습니다.
꿈의 도시에서 함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시죠.


(사이버펑크 2077, 게임 오프닝)



PUNK, is not DEAD


사이버펑크는 수많은 가상 픽션 중에서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테마입니다. 스팀펑크는 이제 200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 가상의 세계이고, 우주까지 나아가는 스페이스 오페라는 아직 너무나 멀게 느껴지죠. 판타지 세계들은 아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우리 삶에서부터 얼마지나지 않은 시기의 근 미래를 다루는 이 디스토피아적 세계야 말로 지금 이 시대의 우리 자신과 가장 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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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장르의 대부들


심지어 1980년대 사이버펑크의 태동기에 그려냈던 ‘미래’ 로서의 시기들을 우리는 지금 살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인 ‘블레이드 러너’ 의 시간적 배경인 2019년, ‘사이버펑크 2077’의 원작 보드게임 ‘사이버펑크 2020’ 이 다룬 2020년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이니까요. 그래서 이 창작물들이 오히려 레트로를 지향하면서, 즉, 진짜 2000년대 초중반이 아니라 ‘80년대에 바라보던 2000년대’ 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점도 특기할만 합니다. 미래에 대한 일방향 상상이었던 장르가 이제는 소통의 결과물이 된 것이죠.

사이버펑크를 정의하는 것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사이버펑크는 그 어떤 장르보다도 시각적 요소에 대한 정체성이 강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우리가 ‘사이버펑크’ 라는 단어를 들을 때 단편적으로 떠올리는 시각적 요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휘황찬란한 네온 빛, 도시의 스모그, 강철과 시멘트 표면으로 된 직선적 구조들, 다분할 디스플레이, 비내리고 우중충한 날씨 등… 그 어떤 테마보다도 시각적 이미지가 정립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들은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를 대중적으로 흥행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사이버펑크적이다’ 라는 표현은 어떤 시각적 이미지에 주로 쓰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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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곧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는 ‘사이버펑크’ 란 어떤 이미지의 총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사이버펑크라는 장르가 픽션에서 시작해 고유한 주제의식으로 출발했지만, 대중적인 문화 현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그 주제와 메시지는 단순화되고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짧게 짧게 소비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근원을 살펴볼 때, ‘사이버펑크’ 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주제의식이었습니다. 오직 현대 사회,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바라본 미래상에서만 나올 수 있는 주제의식. 예를 들어 고도로 발달한 기계(혹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 자본주의와 부패한 민주주의, 관료제 하에서 망가져버린 디스토피아 사회. 그로 인한 자아정체성의 상실. 그리고 이에 대한 펑크 록 스타일의 저항. 이런 주제의식은 ‘사이버펑크’ 에서 필수불가결한 핵심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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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 두 핵심축이 장르를 지탱하며, 깐깐하게 보았을 때는 이 모두를 충족해야만 ‘사이버펑크’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는 무엇이냐면… ‘사이버펑크 2077’을 보고 제가 이 장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 게임은 모든 부분에서 충실하고, 모든 부분에서 깊고, 또 그 ‘모든’ 이 정말 넓은, 멋진 게임이었으니까요.

 

오픈월드와 RPG, 넓이와 깊이의 양립


이 게임의 수많은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분류는 오픈월드, 그리고 RPG입니다. 재미있게도, 오픈월드 RPG는 우리가 그동안 수많이 보아온 장르 분류이지만 사실 이 둘은 꽤나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오픈월드는 여러 게임적인 제약의 해방을 모토로 하지만, RPG 는 잘 정립된 룰 안에서의 체계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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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는 필자가 한 것, 인게임에서는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필연적으로 지금까지의 오픈월드 게임들은 ‘넓고 얕음’ 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방대한 필드를 자유롭게 탐험한다는 긍정적인 면을 위해서, 여러가지 필연적인 제약들(개발기간, 인력, 용량, 기술적 한계 등)에 의해 그 깊이가 희생당할 수 밖에 없었죠.

‘사이버펑크 2077’ 의 오픈월드는 충분히 넓고, 역사상 가장 깊습니다. 넓이는 이제 충분히 넓지 않은 게임이 없으니, 화두는 깊이입니다. 그 면에서 ‘사이버펑크 2077’ 의 깊이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오픈월드의 깊이감과는 궤가 다른, 전통 RPG에 더 가깝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지금까지 통용되던 게임 상식을 부정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등가교환처럼 하나를 위해선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그런 관계였죠. 물론 그럼에도 둘 다 잘 살려낸 게임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 게임은 그런 적당히 잘 살린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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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2077’ 은 오픈월드 거의 전 지역에 걸쳐 클래식 RPG 수준의 깊이를 부여합니다. 이 게임을 ‘오픈월드 RPG’ 라고 명명할 때, 두 단어 중 어느 하나가 작거나 커보이지 않고 대등하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 각 지역별로 그 지역을 총괄하는 픽서가 한 명 씩 있으며, 이들은 해당 지역을 탐험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퀘스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이 퀘스트는 종류도 다양하고, 중요도도 다릅니다.

이미 맵 상에 파란 마커로 나오는 수많은 사이드 요소들(범죄집단 진압, 폭력 사건 수사 등)은 별도의 설명이나 픽서의 중개도 없습니다. 그러나 노란 마커로 표시되는 보조 임무부터는 지역에 도착하면 픽서가 문자와 전화로 내용을 설명하고, 짧은 스토리가 있는 10~20분 분량의 플레이 과정이 포함됩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맵 상에 미발견 마커로 표시되어 있으며, 찾아가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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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픽서가 따로 전화를 걸어 주는 의뢰(짧음)의 경우 해당 지역 관내에 진입하면 픽서가 하나씩 연락하여 쥐어줍니다. 이 경우에는 보다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되고 보조 임무보다 더 긴 플레이 타임을 부여합니다. 또 지역에 상관없이 각 픽서들이 쥐어주는 보조 임무들은 때론 주요 임무 만큼이나 긴 분량을 자랑하기도 하며, 깊이 있는 진행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픽서들은 같이 일할수록 더 어려운, 그리고 다음 단계의 사이드 퀘스트를 줍니다. 당장 들어와있는 사이드 퀘스트를 모두 해결해서 ‘생각보다 많지가 않네?’ 라고 생각할 때 즈음이면 다시 전화가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에는 이런 정형화된 임무만 있는게 아닙니다. 여러 돌발 사건들, 그리고 수많은 탈것과 장비들, 멋진 볼거리들이 계속 플레이어의 감정을 자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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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읽씹을 지양해야 돈을 버는 미래의 용병

 

게임에서 ‘깊이감’ 을 정의하는건 단순히 플레이 타임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는 게임과 플레이어가 서로 간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가가 그런 깊이감에 대한 바로미터라고 생각합니다. 즉, 플레이어의 플레이가 얼마나 게임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변화를 만들고, 또 그 결과로 플레이어는 얼마나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에서 그 깊이감을 특히나 더더욱 잘 드러내는 부분은 플레이어와 각 NPC들의 상호작용입니다. 뭐, 플레이어가 다른 등장인물들과 선택지를 통해 대화하고 그 선택지가 각각 다른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 정도는 게임의 기본이라 특별할게 별로 없어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걸 어느정도 수준으로 구현했는가 하는 차이가 바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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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스포일러 없이 말로 표현하기는 좀 힘든 부분이긴 합니다만, 각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의 모든 행동에 반응하여 상호작용을 합니다. 대화 중에 총을 꺼내면 싸우고, 뭐 이런 건 다른 게임에도 많았죠. 하지만 이 게임의 NPC 들이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계산이 들어가는 부분은 기존의 게임의 수준을 뛰어넘습니다.

일례로 게임에서 NPC 들은 플레이어가 무엇을 보고 어디에 시선을 두고 있는가에 의해서도 반응합니다. 이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게임이 1인칭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임팩트가 있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인물과의 로맨스 루트를 타는 중에서, 상대방이 제 시선을 딴데로 돌리더니, 다시 그 인물을 바라보자 매우 로맨틱한 대사를 쳐서 그야말로 심장폭발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죠. 매우 감탄한 연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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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대폭 늘어나는건 덤입니다. 이미 다들 아시듯 플레이어 캐릭터의 출신에 따라서 전용 선택지가 생기고, 또 스테이터스를 어느 쪽에 투자했는가에 따라서도 추가 선택지가 발생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부분을 넘어서 ‘플레이어가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가’ 에 따라서 숨겨진 선택지들이 발동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그건 이런 게임에서는 당연한거 아냐?’ 라고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굳이 이걸 언급하는 이유는 이 게임에서 이런 선택과 상호작용은 수준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게임이 상호작용이 부족하다는 평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건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상호작용 방향성이 기존의 얕고 넓은 오픈월드 어드벤처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며, 또한 정작 오픈월드의 좋은 예시로 드는 다른 게임들도 플레이적으로 의미있는 오픈월드 단위의 상호작용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이런 것도 되네 신기하다' 수준에서 머무는 상호작용이 없다고 해서 그것이 이 게임의 부족함을 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그리고 사실 그저 널려있어서 쉽게 지나칠 뿐이지 이미 게임 내에 많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노점에서 밥을 사먹거나, 집에서 TV를 보고 노래를 듣고 잠을 자거나, 길가는 거지에게 돈을 준다거나 하는 등의 것 말이죠. 오히려 이 게임에서는 임무와 대화의 방식으로 더 다양하고 깊은 상호작용을 추구했고, 개별적인 NPC 와의 상호작용은 오히려 다른 오픈월드들보다도 더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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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개성있는 캐릭터가 다 등장한다.


각각의 NPC 들은 모두 저마다 배경이 있고 복잡성을 띄며, 진짜 사람처럼 다층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화 선택지는 매우 세심하게 짜여져 있고, 그에 대한 반응도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원문이 이상하거나 번역이 잘못되어서, 또는 선택지를 매끄럽게 디자인하지 않아서 내가 원치 않는 선택을 골라버리게 되는 불상사도 없습니다. 그리고 NPC 들은 플레이어가 선택한 말을 주의깊게 듣고, 그에 대한 현실적이고 진짜 같은 반응을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이런저런 NPC 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제가 정말로 이들과 정서적인 교류를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인과,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처럼 세심하게 할 말을 고르게 되고 그들은 그만큼 세심한 말을 돌려줍니다.

때문에 이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파트 중 하나가 바로 대화입니다. 이 게임에서 대화는 총과 칼 만큼이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총칼로 얻어낼 수 없는 것을 세치 혀로 얻어낼 수 있는게 이 게임이고, 그만큼 대화가 중요합니다. 거기다 여기에는 갓-더빙이 어우러져 대화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몰입이 되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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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확인한 바로는, 게임 내에 연애 대상은 총 4명인데(섹스파트너 제외), 이들은 모두 각각 고유한 캐릭터 스토리라인이 있고 비록 나와 연애관계가 아니더라도 매우 밀접한 소울메이트가 되기 때문에 이들의 스토리라인을 파고드는 건 최고로 재미있는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상당한 길이로,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차츰차츰 친밀해지고, 그 캐릭터의 치부와 내면의 이야기까지 듣다보면 정말 이들과 영혼 대 영혼으로 긴밀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 게임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작용하는 방식은 대단히 흥미롭고 생각보다 핵심적인 부분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정말 놀랍게도 말입니다. 이 게임에는 수많은 트리거와 선택 분기가 숨겨져 있고 상당 시간 플레이한 필자 마저도 모든 분기, 모든 선택을 안다고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이전 선택의 영향이 반영되어 나오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주요 임무에서는 특정 갱단을 몇 번 마주치게 되는데,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결정을 했는가에 따라 다음에 만나는 갱단의 리더, 캐릭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서 미션 진행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 한방울 안보고 평화롭게 해결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보자마자 총을 꺼내들어야 합니다. 또 사이드 퀘스트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가에 따라서 그 뒤에 이어지는 퀘스트가 없이 잘 마무리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선택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과정을 거쳐 굴러야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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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택, 선택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많은 선택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뜬금없지 않으며, 근원적으로 주인공인 V와 연결되어 납득 가능한 선택지를 쥐어줍니다. 물론 그 선택지가 시작하자마자 NPC를 다 죽인다, 뭐 그런 수준의 자유도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사실적이고 게임의 핵심 플롯 안에서 다채롭고 참신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하다보면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거기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달라졌을까? 지금 이 결과는 그때의 그 선택 때문인가? 이런 고민을 계속 하게 되고 다음에도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해서 한 번쯤 더 생각하게 됩니다. 이 선택들은 시스템을 통해 명시적으로 ‘앞으로 어떤 결과를 보게 됩니다’ 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에 관여된 NPC 들은 그 선택에 대한 견해를 사실적으로 피력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정말 현실에서 우리가 어떤 일을 결정할 때처럼 자연스럽고 의미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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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이 게임의 묘미입니다. 모든 것이 시스템적으로 명확하게 나온다면 게임은 쉽겠지만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느낌은 하나도 없고 너무 쉽겠죠. 그렇다고 모든게 두루뭉술하게 표현된다면 답답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에 짜증이 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둘 다와 다르게, NPC 의 사실적인 상호작용과 반응을 통해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전달합니다. 정말 뛰어납니다. 대사 한줄 한줄을 쓸 때부터 고심을 한 흔적이 역력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이 게임은 하나하나 파고드는게 너무나 즐겁습니다. 내가 아는 변수와 아직 알지 못하는 변수, 그리고 짐작하는 내용들 이런걸 전부 하나씩 확인하고 파고들고 깊이를 확인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든 진득한 상호작용들을 즐기기. 내가 이런 결과를 겪은 이유가 내가 이런 행동을 해서일까? 하는 고민 하나, 의문 하나를 계속 가지게 만들고 이걸 계속 파고들게 만드는 힘이 정말 강력합니다. 이걸 강요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제 발로 이렇게 뛰어들게 만들거든요. 아무리 계속해도 이 게임에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이 남아있는듯 하고 수많은 비밀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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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시간이 지나 꽤나 사이드 콘텐츠를 해결한 뒤에 찍은 스크린샷인데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쉽게 비교해서, 이 게임의 오픈월드는 GTA5 정도의 크기는 됩니다. 도시 지역은 거의 같은 느낌이고, 교외 지역이 GTA5 보다 훨씬 작기는 하지만 뭐, GTA5 에서 그 넓은 교외 지역을 다 쓰기는 하던가요? 그런데 그 넒은 오픈월드의 평균적인 깊이는 ‘디비니티 2’, 혹은 ‘매스 이펙트’ 시리즈에 비견할만 합니다. 말이 쉽다구요? 아니... 진짜입니다.

 

전투 - ‘데이어스 엑스’ 가 오픈월드 RPG를 만날 때


전투의 자극, 감각 대해서 굉장한 기대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전투는 딱 적당히 좋은 수준입니다. 근접무기, 총기마다 특성이 다르고, 다루는 감각도 다르죠. 뭔가 FPS 나 액션, 레이싱 게임의 극한을 바라는건 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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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장점은 그보다는 그 전투를 준비하고 캐릭터를 육성하는데에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총기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단순히 권총, 기관단총, 산탄총 같은 대분류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도 리볼버, 피스톨, 어썰트 라이플, 배틀 라이플 이런식으로 세분화되는데다 파워, 테크, 스마트의 3가지 기술 분류도 들어가기 때문에 무기는 다채롭습니다. 그리고 그 무기마다 모두 전법을 다르게 가져가기 때문에 전투를 다양하게 즐길 방법은 매우 많아요.

흔히들 육체파와 해커, 암살자 이런식으로 쉽게 나누려고 하지만 이 게임의 전투는 이런 부분들이 잘 융합되어 있습니다. 물론 한 쪽에만 극한으로 치중하는 컨셉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각 전투 요소가 쉽게 잘 어우러지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각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따오게 돼죠. 예를 들어 아무리 해킹에 특화되어 있다 하더라도 해킹으로 모든 적을 직접적으로 사살하기는 어렵고, 해킹을 곁들여 소음 권총으로 잠입 플레이를 하거나, 또는 그 이후에는 샷건이나 내장 로켓 런처로 적을 날려버릴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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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비를 바꾼다고 게임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융합을 결정하는게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스킬, 사이버네틱스입니다. 어떤 도구를 쓰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각 자원을 분배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가장 즐겨 한 샷건+간단한 퀵해킹+잠입을 예로 들자면, 일단 저는 사이버네틱스에 이동속도와 방어력, 슈퍼 점프에 치중한 부품을 달고, 해킹 유닛은 해킹의 선택지는 많지 않지만 램 회복 속도가 빠른(일종의 해킹에서의 스태미나)를 달아서 적을 일시 무력하거나 다른 적의 위치를 보여주는 핵을 장착했죠. 무기로는 더블배럴 샷건과 만일에 대비한 테크 리볼버, 그리고 소음 파워 리볼버를 장착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투에 들어가기 전 퀵해킹으로 일단 적의 위치를 모두 파악한 다음, HMG 를 들고 있거나 저격총을 장비한 적의 시야를 차단하거나 무기를 무력화 합니다. 그리고 소음 권총으로 그들을 먼저 처리한 후에 샷건을 들고 잡졸을 처리하죠. 이런 식입니다. 내 전술을 디자인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그 재미가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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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플레이어가 어떤 도구를 자주 사용하냐에 따라 그 숙련도가 오르고, 해당 분야에 이점을 주는 패시브가 생깁니다. 이 패시브에는 데미지가 오르는 것에서부터 특정 동작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죠.

스킬 트리의 경우 정답은 없지만, 확실히 저 포인트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킬과 많이 투자할수록 효과가 커지는 스킬까지 여러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스킬 트리는 높은 단계를 찍으려 할수록 관련 스테이터스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점점 캐릭터가 한쪽에 특화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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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터스는 필연적으로 이것저것 조금씩 투자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냉정, 지능, 테크, 힘, 관찰 등 이런 스테이터스가 일정량 필요한 선택지가 꾸준히 나오고, 그 일정량이 터무니 없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캐릭터는 힘 위주의 샷거너였지만 테크는 12, 지능은 10, 냉정은 6 투자했습니다. 각 스탯 상한이 20인걸 생각하면 비교적 많이 투자한 셈이죠. 이쪽이 좀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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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들이 특정 플레이를 강요하지는 않지만(게임 오버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계약 조건에 들키지 않을 것, 적을 사살하지 않을 것 하는 등의 달성시 돈을 더 쳐주는 조건이 붙어있는 경우는 많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식을 한 번 씩은 써보게 될 겁니다.

장비의 경우, 무기는 몇몇을 제외하면 모두 조준기와 업그레이드 부품을 달 수 있고, 옷은 여러 개여 업그레이드 부품을 장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부품을 구하는 일이 좀 힘듭니다. 각각의 총포상이 서로 다른 부품을 팔기 때문에 하나하나 찾아가 사야되기도 하고, 또 파는 물건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루팅과 제작을 병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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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게임의 제작은 제작 관련 스킬을 올리고, 제작을 거듭해 숙련도 올리고, 또 제작 설계도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편이 아닙니다. 기존에 쓰던 무기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보존하면서 쭉 쓸 수는 있지만, 들어가는 재료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결국 계속 새 무기를 얻어 쓰게 됩니다. 어쨌거나, ‘데이어스 엑스’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이런 선택지 많은 전투는 그야말로 종합 선물 세트와도 같습니다.

 

최적화, 한국어 더빙, 비주얼, 음악


리뷰 빌드의 경우, 정황상 아무리 늦게 잡아도 골드 버전, 유력하게는 그 이전 버전으로 추측됩니다. 그래서인지 버그나 스크립트 오류 등이 상당히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스크립트가 꼬여서 미션 진행이 안되어 다시 로드 하는 경우도 꽤 있었고, 진행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버그에서부터 자잘한 버그까지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꽤 심한 편이지만, 다만 이는 상당한 양의 데이제로 패치를 예고한 만큼, 그를 통해 얼마나 수정될지 지켜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보며, 애초에 소비자에게 전달 될 버전이 아닌데 현재의 버전으로 안정성을 평가하는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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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화의 경우, 플레이한 환경은 라이젠 3800XT / 32GB 램 / RTX 3080 으로 3440X1440 해상도, 울트라(레이트레이싱+DLSS) 옵션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낮에 가장 오브젝트가 많은 오픈월드의 경우 50~60 사이의 평균 프레임이 나왔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쉽게 세자릿수 프레임을 뚫었습니다. 다만 레이트레이싱이 적극 사용되는 거울 등의 오브젝트를 사용할 때에는 게임이 프리징되곤 했습니다. 최적화 또한 데이제로 패치 및 그래픽카드 칩셋 제조사의 드라이버 업데이트가 완료된 후에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명확히 말씀드리자면 리뷰 기간 동안 한차례 패치 다운로드가 있기는 했으나, (정정 - 이 패치는 리뷰 빌드 업데이트로 언급 되었고 이것이 데이제로 패치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후 프리 런치 빌드에는 데이제로 패치가 적용되지 않았음을 CDPR에서 확인해주었습니다. 예고된 데이제로 패치 노트도 리뷰어들과 공유하였고, 해당 패치 내역에 포함된 부분이 아직 제가 플레이 중인 버전에서는 적용되지 않았음을 확인했기에(총이 떠다니는 등) 데이제로 패치의 적용은 출시와 함께 이루어질 것입니다. 버그나 스크립트 오류, 최적화 등 안정성 문제는 CDPR 에서 리뷰 도중 리뷰어들에게 데이제로 패치를 통해 많은 개선이 있을거라 예고하기도 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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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비주얼은 너무나도 뛰어납니다. 앞서 말했듯, ‘사이버펑크’ 는 그 시각적 이미지가 매우 전형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에 다들 척 보기에 ‘사이버펑크 답다’ 는 요구치를 채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나이트 시티는 더럽고 시끄럽고 반짝거리는 공해 그 자체이고, 그래서 근사하고 마음에 듭니다. 게임의 모든 부분은 그런 ‘사이버펑크 적인’ 비주얼을 고스란히 담아 냈습니다. 아트 디렉션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굉장한 수준을 뽐냅니다. 레이트레이싱이라는 기술은 정말 이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포토모드도 어떤 상황에서도(심지어 프리 렌더가 아니라면 인게임 컷씬 중에도)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자유롭게 여러 풍경을 담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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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별거 아닌 것 같은 장면에도 황홀해진다.


수많은 오리지널 스코어가 동원된 음악도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각 장르별로 많은 곡들이 준비되어서 각 장르, 취향에 맞는 라디오 채널을 틀고 있으면 계속해서 비슷한 노래를 틀어줍니다. 제가 추천하는 라디오는 나이트FM 입니다.

라디오 뿐만 아니라 게임 전반에 걸쳐 음악, 효과음의 사용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특히 잠입 플레이 시에는 노래와 효과음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죠. 이 게임 곳곳에는 충격적이고 감정적인 순간이 굉장히 많고, 그때마다 재즈, 데스메탈, 펑크, 얼터너티브 록 등 시의 적절하게 튀어나오는 곡들이 감정을 고조시킵니다. 게임 내에서 각 곡의 제목을 그때 그때 확인할 수 없는게 너무나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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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조종하는 감각은 대충 ‘와치독 2’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와치독 1’ 처럼 끔찍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포르자 호라이즌’ 처럼 완벽하지도 않고. 그냥 딱 몰만 한 수준이에요. 그리고 모든 차량의 특성이 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이 매우 좋습니다. 게임에 분명 숏컷 포인트가 있음에도 종종 장거리 드라이브를 즐길만큼 말이죠.

리뷰 빌드에서도 한국어 더빙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한국어 더빙은 완벽 그 자체입니다. 아주 약간 아쉽다면 욕설 선정에 있어서 “씨발” 이 좀 많다는 것 정도입니다. 욕설을 줄이라는게 아니고, “썅”, “이런 씨”, “니미” 뭐 이런 다른 추임새격 욕설로 대체하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대사가 한 0.01% 정도 있기는 했거든요.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고, 번역은 모두 찰졌고, 오역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분위기를 하나하나 잘 이끌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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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더빙은 번역도 굉장히 뛰어난데다, 성우들의 연기도 대단해서 감정 전달이 너무나 잘되고 몰입감을 확 높입니다. 또한 딕션도 분명해서 자막을 끄고 게임을 하는 쪽이 오히려 더 집중이 잘되고 몰입을 높여주기도 합니다. 1인칭, 그리고 캐릭터의 시선처리까지 체크하는 게임에서 이건 굉장히 큰 장점이고 좋은 시너지를 냅니다. 몇몇 광고, 그리고 영어가 아닌 외국어(부두 보이즈가 쓰는 불어 등)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어 더빙이 되어 있습니다.

주디 알바레즈, 조니, V 등 주역의 감정 실린 연기는 일품이고, 아무래도 이들에 비해서 분량이 좀 적을 수 밖에 없는 다른 성우들도 자신의 역할에 맞게 감정을 제대로 싣고, 또 완급을 조절하며 실제로 대화를 하는 듯한 연기를 합니다. 조니의 경우 예상보다 훨씬 폭발적인 캐릭터여서 오히려 다소 낮고 조용한, 일관된 연기톤인 키아누 리브스였다면 그 감정이 잘 전달이 되었을까 싶기도 했고, 주디의 경우 한국어판의 연기는 최고였습니다. 자막이 아니라 실제 대화의 방법을 활용해서 게임을 즐긴다는 것. 이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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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높은 품질의 음성 더빙은 선택과 대화 위주, 그리고 1인칭이라는 게임 특성과 맞물려서 아주 큰 긍정적 동반 상승을 이끌어내고, 이 게임을 보다 완벽하게 즐기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게이머들에겐 각자의 방식이 있는 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여러분도 꼭, 한국어 더빙으로 게임을 즐기시길 권합니다.

 

사이버펑크다운, 사이버펑크에 의한 이야기와 주제의식


사실 이 게임을 이야기하면서 메인 스토리, 그리고 엔딩에 대해서 아직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당장 이 게임은 3개의 액트로 나뉘어 있는데, 액트1만 지나도 그 뒤부터는 스포일러 투성이이기 때문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포함한 부분은 추후 많은 분들이 플레이하고 난 뒤에 다시 다루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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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포괄적인 주제의식에 대해서는 짚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앞서 말했듯 ‘사이버펑크’ 라는 테마는 감각적인 부분만큼이나 독자적인 주제의식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장르였습니다. 기술이 극도로 진보한 현대사회에 이르러서야 제기 될 수 있던 기계와 인간의 자아에 대한 물음. 자본주의를 비롯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 이런 것이 핵심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무엇까지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가? 우리의 삶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이런 물음 말이죠.

‘사이버펑크 2077’ 은 근원적으로 이런 ‘사이버펑크적인’ 물음의 연장선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렐릭이라는 칩에 들어가 있는 조니의 인격이 그 기폭제입니다. 트레일러를 통해 여러분이 막연히 보아온 단편적인 내용들보다도 더 복잡하고, 또 그리고 이미 진부해진 부분은 건너 뛰어 그 다음의 의문으로 바로 직행하는 좋은 감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펄펄 끓는 저항의 이야기는 이 나이트 시티라는 도시와 V에 애착을 가지고 더욱 빠져들게 합니다. 하나는 알아두세요.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비정한 저항의 이야기입니다. Punk is not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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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진척도는 3가지 퍼센테이지로 기록됩니다. 각각 어떤 것인지 아직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V 자신이 직면한 상황에서 추구하는 목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는 게임의 주요 주요/보조 임무를 하면서 계속 차오르며, 종래에는 엔딩으로 끝까지 채울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엔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저도 아직 확실하게 알지 못합니다.

주요 임무를 중심으로 보조 임무를 조금씩 플레이하며 진행한 결과 25시간 쯤 엔딩에 도달했습니다. 제 생각에 빠르게 진행한다며 20시간 미만에서도 엔딩 임무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보조 임무를 충분히 플레이하고서 엔딩으로 가길 추천합니다. 엔딩의 경우 호불호가 다소 갈릴 수 있지만, 저는 전체적으로 만족했고, 강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엔딩은 선택형 멀티 엔딩으로 총 7가지를 확인했습니다. 엔딩을 보고나면 엔딩 임무 시작 직전의 상황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엔딩을 다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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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흥미로운건, 이 게임을 50시간 넘게 플레이 했음에도 아직 제가 발견하지 못한 선택지 또는 변화 분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정보를 100% 라고 확신하기는 스스로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뭐, 제가 확신할 수 있는건, 50시간을 플레이 했음에도 아직 할일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약간의 플레이 팁


마지막으로는 몇가지 팁 겸 중요한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스포일러는 배제했지만, 이런 정보 자체가 플레이를 방해한다고 느낄 수 있는 분도 있을 테니 일단 각 부분별로 접어두겠습니다.

로맨스 관련 (눌러서 펼침)

캐릭터 및 진행 관련 (눌러서 펼침)

커스터마이징 관련 (눌러서 펼침)※ 많은 분들이 제 여성V 커스터마이징에 관심을 가지시는 바, 세팅을 공유합니다. 상관 없는 옵션은 적지 않았습니다.
피부색 2
피부유형 1
헤어스타일 12
머리색 15
눈 3
눈썹 7
코 5
입 1
턱 3
귀 2
사이버웨어 7
눈 메이크업 2
입술 메이크업 1
볼 메이크업 5
잡티 없음

깊고 넓은, 펄펄 끓는 나이트 시티라는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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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완성하기까지 약 51시간을 플레이했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 은 올해의 게임, 아니 10년의 게임(Game of the Decade)입니다. 쉽게 단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오픈월드 중 가장 깊고 RPG 중 가장 넓은 게임. 그동안 역사적으로 오픈월드 게임에서 이정도의 깊이를 보여준 게임은 없었으며, RPG 로서도 이만한 개방감과 세련됨, 또 섬세함을 보여준 게임도 드물었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 은 총체적으로 완성된 게임이며,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고 넓은 콘텐츠의 용광로입니다. 주제의식도 단단하고, 메세지도 의미있으며, 플레이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전반에 걸쳐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리고 펄펄 끓고 있습니다.


 

현대의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비범하게 선택해서 독창적으로 배열하는 능력
- 영화 평론가 이동진, <매트릭스> 한줄평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말마따나, 이 게임이 대단한 이유는 전에 없던, 완전한 무에서 새롭게 창조된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움 덩어리여서가 아닙니다. 이미 누군가는 시도했고, 또 한 번쯤 생각해봤던 것들을 비범하게 선택했고, 독창적으로 배열하여, 전에 없던 경지의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이 현대의 창의성이며, 완벽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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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에서 발견된 멀티 개발진. 하루 빨리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길 빕니다.


좋은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항상 시간과 지면이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또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뛰어난지에 대해 제가 혹여 빠트린게 있지 않나 해서 말이죠.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이 긴 글의 마지막까지 왔는데도 제가 무엇을 빠트렸는지, 그리고 스포일러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점수를 주라면요? 음... 버그와 스크립트 오류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조건 하에, 95점을 주겠습니다. 이 버그와 안정성 문제에 10점 정도 배점이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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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대하고 깊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 재능이 필요했을지 쉬이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오픈월드에 깊이감을 부여한다치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게임을 하다보면 CDPR 직원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걱정하게 됩니다(나날이 머리가 하얗게 세어가는 마르친 사장을 포함해서). 마지막으로, CDPR 의 모든 개발자 그리고 임직원들에게 당신들의 노고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군요. 고맙습니다.


출처 : 루리웹(bbs.ruliweb.com/news/board/11/read/1910)

Comments

G PUNK 2020.12.08 14:15
평가 요약글

 

1. 오픈월드 게임은 필연적으로 넓고 얕을 수 밖에 없지만 이 게임은 역대 최고로 깊이감 있다. 그냥 요소를 잘 살린 수준을 넘었다.

 

2. RPG적 요소가 굉장히 잘만들어졌다.

 

3. 플레이어의 반응에 대한 상호작용이 역대급이다. 진짜 사람처럼 상황에 맞는 대화를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정교한 연출이 미친수준이다. 로멘스 씬에서 다른 곳을 보다가 다시 케릭터를 보면 타이밍에 맞게 대사를 날린다거나 하는 디테일한 부분이 엄청 많다.

 

4. 다시 말하지만 상호작용에 혁신을 가져온건 아니지만 현세대 게임에서 사람이 손볼 수 있는 디테일한 부분은 역대급이다. (레데리2 같은걸 생각하면 될듯)

 

5. 번역 대단하다. 뉘앙스가 이상해서 선택을 잘못하거나 한적이 없다. 진짜 현실적인 반응(대본)을 한다.

 

6. 연애 가능 대상과의 상호작용(대본)은 영혼대 영혼으로 긴밀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그래서 선택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7.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하기까지 NPC는 NPC 컨샙에 맞는 자기만의 견해를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

 

8. 한마디로 대본에 엄청난 공을 쏟은게 보인다.

 

9. 전투속 선택지는 충분히 다양하다.

 

10. 버그 존나게 많다. 당일 패치때 나아지길 기대한다.

 

11. 라이젠 3800XT / 32GB 램 / RTX 3080 으로 3440X1440 해상도, 울트라(레이트레이싱+DLSS) 옵션 기준으로 최악의 상황에서(오브젝트 다수, 낮) 50~60프레임 나온다. 실내에서는 3자리수 프레임이 나온다.

 

12. 한국어로 녹음된 라디오, 음악은 개쩐다.

 

13. 욕설 중 씨발이 제일 많이 나온다.

 

14. 더빙 수준도 미쳤다.

 


 

15. 주디의 연기는 더 미쳤다. 꼭 더빙으로 게임하길 바란다.

리뷰어 요약 : 이런식의 RPG를 엄청 많이 해본 덕력이 느껴짐.
왜 재미있고 어떤 부분이 디테일한지, 이게 왜 대단한건지 너무 잘 알고 있음. 초흥분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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