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대에 있었을때 아무리 영점을 잘 조준하고 자세를 고쳐잡아도 총이 잘 맞지 않는다.

덕분에 소총 사격 시간때 사고 날까봐 사춘기 소녀보다 민감한 중대장은 병사들의 형편없는 사격점수를 보곤 사격장 뒤에 집합시켜서 미친듯이 얼차려를 가하면서 개쌍욕을 난사하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무릎이 까지도록 구르다보면 없던 프래깅(아군 오사)이 마려울지경이다.

특히 운전병인 나는 매달 진급심사로 사격 시간때 병력들을 사격장으로 이동시켜야해서 같이 사격 맨날하고 중대장에게 맨날하는데도 넌 왜 이렇게 못 쏘냐고 인격모독을 당한 적이 많았다.

미친 포대장새끼...

그런데 예비군에 가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면 역시나 사격 훈련을 한다.

보통 M16이나 K-2 소총을 사용한다.

이게 웬걸? 영점도 제대로 잡지 않았는데 아주 잘 맞는다.

심지어 사격 1등을 했다. 맞춘데 또 맞춰서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것이 아닌가?

현역때는 그렇게 사격 못한다고 포대장 새끼한테 매달 욕먹었는데?

모 동원예비군 부대였는데 M16 소총과 K-2 소총이 교체시기라 같이 섞여있었는데 신기하게도 K-2 소총이 새제품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바로 총기 문제였다.

코로나가 있기전 술자리에서 육사출신으로 이제 소령찍고 군생활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이 친구는 또 군수쪽에서 근무했고 특이하게 금속공학을 부전공해서 석사를 따고 ADD에 총기 연구관련하여 잠시 파견 다녀왔다고 한다.

답변은 이랬다.

첫째로 총기가 오래되어 총열이 점점 휘는 경우

아무래도 전방에 있는 대다수의 총기들은 기본 10년이상된 오래된 소총들이다. 훈련하느라 사격하느라 뛰어다니다보면 미세하게 총열에 충격이 가고 점점 휘게 된다.

하지만 총열이 미세하게 휜 만큼 또 영점을 잡으면 어느정도 커버가 된다고 한다.

둘째로 총열 내 강선과 크라운의 문제

이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군생활 중에 총기손질을 안해본 군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총기손질의 근본적인 무지함이다.

아마 군생활 20년이상 한 군인도 모를 것이다.

사실 총기 손질의 가장 포인트는 총열 내 강선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인데...

우리는 정체불명의 천과 꼬질대, 그리고 강중유라는 썩은 기름으로 닦았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그렇게 닦으면 안. 된. 다! 고 한다.

초음파 총기 세척기라고 따로 있다. 아마 우리 군에 얼마없는 장비다. 이것으로 총 전체를 세척하고 강선 내부에 기름을 살짝 바르는 것이 맞다고 한다. 너무 많은 기름이 총기 내에 있으면 안된다.

미군의 경우도 세척기로 닦는다.

미군이나 국군이나 매번 세척기로 닦을 수 없으니 꼬질대로 닦아대는 것이다.

부대마다 세척기가 있어야한다. 기계가 수백만원이라는데 뭔 대수인가?

어쩔 수 없이 임시방편으로 꼬질대로 닦는다는 이야기인데...

훈련하느라 분명 강선 내에 모래나 흙같은 이물질이 묻었을텐데 그대로 꼬질대로 쑤셔대면 강선 표면 갈릴 것이다. 이러면 총의 수명은 줄어들 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꼬질대를 집어넣는 방향이다.

이건 대한민국 국군 교범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한다.

(추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군인 친구가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

꼬질대를 꽂을때 백명 중 99명은 총구에다가 쑤셔넣는다.

이럴 경우 위 사진에서 보면 강선이 보이고 끝에 마감이 된 부분이 보이는데 이 부분을 '크라운'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crown burr라고 부른다.)

강선이 손상되는 것은 그래도 총의 내구력과 영점을 다시 잡음으로써 어느정도 해결이 된다. 나가는 방향은 강선을 타고 나가니까 일정하게 발사될테니까.

그런데 이 끝 부분 크라운이 깨지거나 손상이 간 경우는 강선의 손상과는 또 다른 문제다.

총알의 나가는 방향이 제멋대로 임의로 바뀌어버리는 참사가 일어난다.

그러니 백날 쏴봐야 안맞지.

이렇게 약실을 통해서 닦아야 강선의 손상과 크라운의 손상을 그나마 막을 수 있다.

총의 나라 미국에서는 총기 거래시에 이 크라운 부분을 반드시 체크한다고 한다.

크라운 부분이 손상된 총기는 제 값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마치 구두를 제대로 닦지 않고 면접이나 바이어를 만나는 격이랄까...

결론은 꼬질대로 닦는 것은 임시방편이고 여건상 꼬질대로 닦으려면 총구가 아닌 약실을 통해서... 그리고 좋은 천과 좋은 기름으로 닦아야한다(미군은 강중유보다 카놀라유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대부분의 군인들은 모르며 국군 교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