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 양부모와 같이 촬영한 사람이 적은 글

정인 양부모와 같이 촬영한 사람이 적은 글

G ㅇㅇ 0 2,833 2021.01.08 15:07

해나경입니다.

많은 고민 끝에 몇 자 남깁니다.

정인이가 하늘로 간지 벌써 3개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카페 회원분들이 정말 많이 애써주셨고

정인이 사건이 '그것이 알고싶다'에 방영되면서 많은 분들이 이번 사건을 접하게 되셨죠..

그리고 온 국민이 분노에 휩싸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댓글을 받고 있습니다.

 

img.jpg

이 분의 마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과 같겠죠..

자려고 누우면 정인이 얼굴이 떠올라.. 미안하고 아픈 마음에 쉽게 잠이 들지 못하죠...

그리고 곁에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저를 충분히 나무라실 수도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입양 다큐 프로그램에서 가해자와 함께한 가족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으로 오해도 하시고

왜 아이의 상태를 미리 알아채지 못했느냐는 다그침도 있으셨습니다.

 

아이를 애도하는 마음이 가해자를 향한 분노로 번져 모든 것이 노출되어 있는 제게 향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억울하고 아팠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 또 되는 일입니다.

 

저는,

저희 딸과 우리 가족 그리고 모든 입양가족들이 이 땅에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입양인식 개선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에 저희 가족 얼굴을 모두 공개하면서까지 입양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난임으로 고생하시고, 막연하고 불안한 마음에 입양을 고민 중인 분들이 큰 힘이 되었다고 인사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꾸준히 글을 올렸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드리고 힘이 되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입양을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 입양가족모임도 준비하게 됩니다.

제가 예전에 블로그에 신청을 받아 (예비) 입양가족을 저희 집에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전혀 몰랐던 5가정이 만나 저희 집에서 입양에 관련된 정보도 나누고 친목을 다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모임을 제 블로그에 포스팅했죠.

 

이때 정인이를 입양 준비 중인 가해자 가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EBS에서 제 블로그를 보고 제게 연락을 주셨고

입양에 관한 다큐를 준비 중인데 평범한 입양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블로그에서 본 입양가족모임을 꼭 영상에 담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촬영차 모임을 다시 갖게 됩니다.

 

이때 못 오시는 가정이 계셔서 제 지인 입양가족 2가정에게 부탁해 함께 촬영을 했죠.

바로 이 모임이 언론에서 보신 그 장면입니다..

......

 

그리고

얼마 후

원인불명으로 아이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다며

가해자에게 전화가 왔고..

 

전화를 끊고 난 그날 밤

정인이 뉴스를 보며

엄청난 혼란과 배신 그리고 충격에 몸을 떨게 됩니다.

 

갑자기 제 sns에 방송국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블로그로 연결된 제 지인을 통해 제 전화번호를 알아봐달라는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누구 말이 맞는 건지, 진실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인터뷰할 수 없었고, 사건이 커지면서 상상도 못할 뉴스들이 세상에 꺼내지면서

저는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정인이 입양 축하 파티까지 준비한 제가..

아이를 안아봤던 제가

아이의 웃는 모습을 봤던 제가

 

이런 엄청난 사건을 마주하면서

아이를 떠올리는 일은 그 무엇보다 고통스러웠습니다.

 

부모가 그 어린아이를 학대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정인이를 보며 아무것도 못한 제 자신이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속임을 당하고.. 사람에 대한 배신까지 더해지면서....

그저 저는..

제 이기심에

아이를 떠올릴 수 없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저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만들어지면서

저희 가족을 인신공격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젠.. 더 이상 ...

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에 대한 오해가 쌓여있는 분들이 계시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억울하고 화가 나서.. 오해를 풀고 싶어서 글을 올렸는데..

 

쓰면서 보니 정인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남더라구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위해 고군분투하시고

자기 일처럼 힘들어하시는데...

 

저는 정말... 그냥 가만히 있었더라고요...

글을 쓰면서 이제라도 정인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고 움직이기로 약속했습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170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무서워서 볼 수 없었는데...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했다.. 용기 내줘서 고맙다.. 응원하겠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댓글을 보자마자 화장실에서 주저 않자 소리 내 울었습니다.

 

정말 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쳤고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따뜻한 사람이라더니 정인이 일에 침묵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제게

배신감도 느끼고 화도 나셨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로 사건이 더 크게 알려지면서

전후 사정을 잘 모르시는 몇몇 분들이 제게 궁금한 점이 많으신 거 같아

카페에 올렸던 글을 여기 다시 남기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해나경입니다.

아동의 인권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 주시는 대한아동학대 방지협회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 인사 먼저 드립니다.

이번 아동학대 사건으로 많은 분들의 상심이 크실 텐데요..

 

많은 고민 끝에 어렵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과 저에 관해 많은 오해도 있으시고, 또 제게 바라는 점도 많으시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적어봅니다.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 씨와는 1년 전, 2019. 11월에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입양인식 개선을 위해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공개입양을 통해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고 그 노력 중에 하나로 저희 집에 입양가족을 초대하는 모임을 준비했습니다. 제 블로그를 통해 입양가족분들의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때 장 씨가 신청을 했고 모임에 참석하게 돼서 첫 만남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 사적인 친분이 있던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모임에서 장 씨가 둘째를 입양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둘째가 오면 반려견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고

마침 온유가 외동이라 반려견을 고민하던 터였습니다.

다른 일도 아니고 둘째 입양을 위해 반려견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말에

제가 고민 끝에 입양 축하의 마음으로 장 씨가 키우던 반려견을 맡아 키우게 됩니다.

 

( 모임에 참석했던 다른 입양가족분들도 대화를 다 함께 들었습니다)

이때가 두 번째 만남입니다.

 

그리고 정인이가 입양된 후 저희 집에서 축하파티를 열어줬습니다.

이 만남이 세 번째 만남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 만남이 EBS 촬영 날이었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입양가족 모임을 블로그에 포스팅했고

방송국에서 제 블로그를 보고 입양 관련 다큐 방송을 제작하는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모임에 참석했었던 가정을 촬영차 다시 초대하게 됩니다.

촬영 날, 정인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물었더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했고,

다리에 얼룩덜룩한 자국이 있길래 다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아토피라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멍이 가라앉은 상태였는지 정말 아토피인 줄 알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 학대가 있을 거라곤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장 씨는 저와 인근 지역에 살고 있었고

제게 또 입양가족 만남을 요청해서

촬영 이후 저희 집 근처 공원에서 한 번 더 만났습니다.

 

이때 아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만나자마자 무슨 일이냐며 말했더니

일주일째 밥을 잘 먹지 못한다고, 너무 힘들다고 속상해하며 말했습니다.

 

공원에 가도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잠을 못 자서 더 그런다고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시간을 보내며 저보다 엄마인 당사자가 더 마음이 찢어지고 아프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딸에게 학대를 해서 그렇게 될 거라곤

정말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요..

지나고 보니 제가 철저하게 속고 있었네요..

 

이렇게 장 씨를 알게 되고 총 5번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아.. 우연히 여름휴가 날짜와 장소가 겹쳐 제주에서 잠시 얼굴을 본 것도 있네요.

 

이를 제외하고는

사적으로 만나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체 가족모임으로 저희 집에서 만나는 일이 다였기에 아이 학대와 방치 등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장 씨는 제게 입양부모로서 좋은 모습만 보여줬으니까요..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으로 다가왔으니까요...

모임에 참석했던 모든 분들이 그랬고, 사건이 터지고 나서 모두들 충격에 빠졌습니다.

 

저희는 아이 얼굴을 보았고.. 아이를 안아준 사람이기에

그 누구보다 상상할 수 없는 배신과 충격에 사로잡혔습니다.

정말이지 그 모임 자리에 있었던 그 누구도 학대 정황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알고도 감춰주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었습니다.

아이를 떠올리고 장 씨를 떠올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건을 생각하면 제 삶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의 웃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본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자꾸 아이 얼굴이 떠올라 지켜주지 못한 마음에 괴로워하고..

극도로 우울해지고 감정 컨트롤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힘들어하고 일까지 지장을 받다 보니 냉정하게 저를 붙잡아야 했습니다.

일부러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해야 했습니다.

 

(평소 뉴스에서 아동학대 기사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눈도 귀도 막아버리는 편입니다.

자꾸 상상이 돼서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사건이 터지고.. 제 삶을 먼저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습니다.

그 어떤 추모글도 써주지 못하고..

(저희 딸이 블로그를 보고 있는데 정인이가 멀리 이사 간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사실대로 도저히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아가가 하늘나라로 갔는지 물으면.. 제가 또 힘들어질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인이를 애도하는 마음,, 그 속상함은 저도 압니다만

제 가족들이 보는 블로그와 유튜브에 몇몇 분들이 공개적으로 댓글을 달아 더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들었고

저도 그릇이 작은 사람이기에...

이기적인 마음에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제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은 동안 더 많은 오해가 쌓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선 제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변명처럼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오해가 쌓인 것 같아

많은 고민 끝에... 이 자리를 통해 오해를 풀고자 합니다.

 

저도 장 씨에서 속은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아이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정인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저는 장 씨에게 감쪽같이 속았고

그 배신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입양된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저희 딸 얼굴까지 공개하며 세상에 저희 가족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일에서 장 씨를 만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부탁드리고, 빨리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로 또 다른 오해가 없으시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이제 저희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나 추측성 글도 멈춰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제 장 씨가 벌인 일에 합당한 벌을 받도록 협조하겠습니다.

 

그리고 학대 아동을 위한 노력도 힘쓰겠습니다.

글이란 것이 오해 소지도 있고

마음 전달하기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상하신 마음 이 글로 위로가 되지 않으시겠지만..

 

좋은 마음으로 너그러이 받아주세요.

미천한 힘이지만 더 열심히 활동해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도움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가 알고 있는 모두를 제보했고

나름의 노력들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행여나 정인이의 죽음을 모르는 온유가 보게 될까 봐..

딸 블로그 글 보며 행복해하시는 친청 엄마가 괜한 걱정을 하실까 봐....

그런데.. 그런 걱정이 일을 더 키운 것 같아..

 

용기 내서 글 올립니다.

정인이의 허무한 죽음...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얼마나 분노로 차오르실지 압니다.

하지만 그 애도의 마음이 비난의 화살로 다른 누군가에게 꽂히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다시는 이 땅에서 아동학대가 발생되지 않도록,

가해자의 살인죄 적용과 엄벌을 촉구하며 세상이 바뀌도록 마음을 모으는 일일 테니까요..

 

이 글을 통해

또 다른 오해가 없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사실..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냥 우리가족 잘살면 되는거지..

내가 왜 굳이 좋은 일 하겠다며 나섰을까....

 

우리 온유 얼굴까지 다 알려지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입양가족 모임을 만들었을까..

온통 후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그 EBS 방송덕분에 그 가해자들이 세상에 알려졌고

정인이 사건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구요.

 

오히려 고맙다는 말씀까지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뜻인지...

카페에 글을 올리고 소리내 울었던 그 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었던 그 날..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img.jpg

 

"먼저 걸어가 주시고..

계속 걸어가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 문자를 한참을 바라보고

모든 걸 내려놓으려 했던 제가

이 분들을 위해 다시 걷기로 다짐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입양에 대한 인식이 더 부정적으로 굳어질까...

걱정에 또 걱정이지만...

걱정만 하고 있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정의 품에서 사랑받으며

학대없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자라길 바랍니다.

 

입양아동 뿐만아니라 학대아동들까지 세심하게 챙기라는 하늘의 뜻으로

이번 일을 받아들이고

더 아이들을 위해 힘을 싣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렇게 친분있는 사이도 아니고 좀 이상해도 사실 따지긴 힘들지


다짜고짜 이거 아토피 아니라 멍이잖아요!! 니가 애 괴롭혔지!!하고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옆에서 직접 본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몇배는 고통스러운 심경이 아닐까...


위로해주진 못할 망정 비난은 왜 하는건지 이해가 안간다

Comments

유머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