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보다 보면 참 이상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별것 아닌 사건처럼 보이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게 몰락의 신호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입니다. 저는 2021년 봄, 서울 용산에서 벌어진 그 사건이 딱 그런 장면이었다고 봅니다.
옷가게 안에서 외국인 여성이 점원의 뒤통수를 때리고, 말리던 직원의 뺨까지 올려붙이던 장면. CCTV에 찍힌 그 표정에는 당황도, 미안함도 없었습니다. 딱 하나였습니다. 네가 감히 나에게라는 시선이었습니다. 마치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눈빛이었습니다.
그 여성이 누구였는지는 이미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시 주한 벨기에 대사의 부인이었습니다. 더 분노를 키운 건 폭행 이후의 태도였습니다. 병원으로 숨어버리고, 외교관 면책 특권 뒤에 숨고, 끝내 사과다운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환경미화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겁니다. 이건 개인 문제가 아니라는 걸요.
저는 그 장면에서 한 나라의 민낯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벨기에라는 나라가 수백 년 동안 약한 존재들을 어떻게 대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그 오만함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닙니다.
벨기에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레오폴드 2세라는 왕이 아프리카 콩고를 국가도 아닌 개인 소유지로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자유국이었지만 실상은 거대한 강제 노동 수용소였습니다. 고무를 얻기 위해 사람들을 짐승처럼 부렸고, 할당량을 못 채우면 손목을 잘랐습니다. 총알을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남겨진 사진과 기록들은 지금 봐도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아이의 손과 발만 남겨진 채 바닥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도 역사 속에 남아 있습니다. 20여 년 동안 사라진 콩고 인구는 천만 명에 달합니다. 이건 과장이 아닙니다.
그렇게 피로 쌓은 돈은 지금 벨기에의 화려한 건물과 광장, 미술관의 기둥이 됐습니다. 관광객들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 바닥 아래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는 잘 보지 않습니다. 지금도 벨기에에서는 손 모양 초콜릿과 쿠키를 기념품으로 팝니다. 역사적 맥락을 아는 사람에게는 소름이 돋는 장면입니다.
문제는 이게 과거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벨기에는 지금도 인종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흑인 대통령을 원숭이로 표현한 언론, 아시아인에게 거리낌 없이 조롱을 던지는 시민들, 한국 연예인과 제작진이 공개적으로 당한 차별 사례들까지 이미 충분히 알려졌습니다. 그들의 태도는 일관됩니다. 사과하지 않고, 문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오만함은 결국 자기 나라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지금 벨기에는 마약과 범죄의 중심지가 되었고, 테러의 온상으로 불리는 지역까지 생겼습니다. 항구는 마약 유통로로 장악됐고, 경찰과 행정은 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경제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공장을 닫고 떠나고, 실업률은 높아지고, 정치마저 제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한때 선진국이었던 나라가 이렇게 빠르게 무너지는 건 드문 일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분명하다고 봅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변화를 거부했고, 타인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착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전쟁 이후 아무것도 없던 나라에서 시작해 기술과 산업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누군가의 피를 빨아서가 아니라, 밤새워 공부하고 일해서 만든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비교가 단순한 국뽕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반드시 값을 청구합니다.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서울에서 벌어진 그 싸대기 사건은 단순한 외교 해프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벨기에 몰락의 축소판이라고 봅니다. 남을 깔보던 손이 결국 자기 얼굴을 때린 셈입니다.
이 나라가 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면, 추락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