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막연한 위기감 정도로 넘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니까요. 그런데 이제 그 단계는 지났습니다. 이미 특정 직업군은 정면으로 맞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상징성이 가장 큰 게 변호사입니다.
2026년 초, 미국 노동통계국 전 국장이 공개 석상에서 청년들에게 변호사가 되지 말라고 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극적인 발언처럼 들리지만, 그 사람 위치에서 아무 근거 없이 던질 말은 아닙니다. 이유는 로펌들이 신입 변호사를 뽑을 이유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변호사 일은 법정에서 말로 싸우는 장면이지만, 실제 업무의 대부분은 법정 밖입니다. 계약서 검토, 판례 조사, 자문 보고서 작성 같은 작업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이 영역을 지금 AI가 거의 다 가져가고 있습니다. 예전엔 신입 변호사 수십 명이 며칠씩 매달려야 하던 일이 이제는 몇 초면 끝납니다. 월 몇만 원짜리 AI 구독으로 수억 원짜리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면, 로펌 입장에서 선택은 안봐도 알 수 있겠죠?
이미 결과는 숫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대형 로펌들의 신입 채용 인원은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로펌이 망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파트너급 고참 변호사들의 몸값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AI를 다룰 줄 아는 소수만 남고, 그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신입만 설 자리가 사라진 셈입니다.
이 흐름은 법조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회계사, 세무사, 행정직, 사무직 같은 고학력 문과 전문직들이 줄줄이 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프로그래머조차 안전하지 않습니다. AI가 직접 코딩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컴퓨터 시스템 설계 분야 신규 채용이 대폭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몸 쓰는 일은 안전할까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비용 효율이 급격히 좋아졌습니다. 사람을 쓰는 것보다 로봇을 굴리는 게 훨씬 싸고, 쉬지도 않습니다. 물류센터, 공장, 단순 반복 작업은 이미 인간의 영역이 아니게 됐습니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도대체 어떤 직업이 살아남느냐는 겁니다. 운동선수, 구조대원, 성직자처럼 인간의 감정과 접촉이 중요한 일들이 거론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핵심이 거기에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직업명이 아니라, 그 일을 하면서 AI를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앞으로 살아남는 사람은 증강 인간이 됩니다. AI를 도구 수준이 아니라 자기 능력의 일부처럼 쓰는 사람입니다.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AI를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의 생산성 차이는 비교 자체가 안 됩니다. 경쟁자들이 사람 손으로 고생할 때, 혼자 AI로 무장하고 시장을 가져가는 구조가 됩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직원 한 명 없이 혼자 기업 가치를 수천억 원까지 키운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획, 개발, 마케팅, 영업, 회계까지 전부 AI로 돌립니다. 예전 같으면 직원 열 명은 있어야 할 일을 혼자 해냅니다. 이게 특별한 천재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방향을 아는 사람이 먼저 치고 나간 결과일 뿐입니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기획력입니다. 관리나 실행은 AI가 도와줍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어떤 판을 뒤집을지는 아직 인간의 몫입니다. 기존 질서를 깨고 새로운 방식을 만드는 힘이 없으면, 결국 남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대체되는 쪽이 됩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면허와 자격증이 방패라고 믿습니다. 자녀만큼은 전문직으로 보내야 안전하다는 생각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그 성벽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순간, 지금의 보호막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면허에만 기대는 선택은 위험합니다.
답은 하나입니다. 어떤 직업이든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면허는 덤이고, 본질은 AI 활용 능력입니다. 개인의 생존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 경쟁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파괴하는 쪽이 아니라 파괴당하는 쪽에 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