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피자가 내 인생의 끝판왕이었어.
뭐랄까, 빵 위에 치즈랑 토핑이 얹어진 그 단순한 조합이 세상의 모든 맛을 압축한 것 같았다고.
근데, 요즘 들어선 피자가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솔직히 말해서 빈대떡보다 못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
이게 다 내가 피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한때 피자를 먹으면 마치 미국 드라마 주인공 된 것 같은 그런 환상같은게 있었다.
영화 속에서 애들 파티할 때 다들 피자 한 조각씩 들고 막 신나게 춤추고, 웃고 떠들고...
그 장면 보면서 나도 '피자=행복' 이 공식이 머릿속에 딱 박혀 있었단 말이야.
근데 현실은 아니였다.
그냥 느끼한 밀가루 덩어리, 위에 기름 좔좔 흐르는 치즈, 그리고 몇몇 고기 조각. 그게 전부였다고.
이젠 그런 걸 먹고 있으면 '내가 왜 이걸 좋아했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빈대떡이랑 비교해보자.
빈대떡은 재료부터 정직해. 팥, 녹두, 고기, 파, 새우 등등, 뭐가 들어가는지 눈으로 보면서 확인할 수 있지.
그리고 구워내는 그 과정도 뭔가 전통 있고, 집밥 같은 훈훈함이 있잖아.
반면 피자는? 무슨 페퍼로니니, 콤비네이션이니 말은 그럴듯하게 붙여놨지만, 결국 도우 위에 얹혀진 몇 가지 재료들이 죄다 기름에 쩔어 있는 상태.
막상 많이 먹어보니까 느끼한 맛만 가득하고, 점점 그 옛날의 환상은 사라져 가더라고. '이게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그 피자 맞냐?' 싶어지더라.
아니, 솔직히 말해서 피자라는 게 먹기엔 편해.
한 손으로 쥐고 쭉 뜯어 먹으면 되니까.
근데 먹고 나서 그 뒤끝이 좀 심하지 않냐?
위장에는 부담스럽고, 기름진 거 너무 많이 먹어서 속이 안 좋고...
환상은 이미 깨진 지 오래고, 그냥 소화 안 되는 밀가루 덩어리 먹었다는 느낌만 남는다고.
반면 빈대떡은 어때?
부침개 그 특유의 바삭함과 함께 속은 부드럽고, 딱 한국인 입맛에 맞는 그 맛.
소화도 더 잘되고, 막걸리랑 같이 먹으면 이게 또 죽여주잖아.
피자는 너무 과대평가된 음식이었던 거야.
처음에는 맛있고 새롭고 이국적인 그 맛에 끌려서 열심히 먹었지만, 이제는 빈대떡 같은 정직한 맛이 더 좋다는 거지.
피자는 영화 속 파티에서나 멋있어 보이는 거고, 현실에선 그냥 기름진 밀가루 덩어리.
어릴 때의 그 환상은 다 어디 가고, 지금은 빈대떡 앞에서 고개 숙인 피자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게 나만 그런 거냐, 아니면 다들 겪는 성장통 같은 거냐...
아무튼, 요즘엔 피자보다는 빈대떡이 더 내 스타일이라는 얘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