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바둑의 등장때문에 사실상 바둑의 전성기는 막이 내렸다고 보면 되는게

AI이전에는 각 바둑마다 기풍이라는것이 있었고 이 기풍은 말 그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이야.

그래서 보면 공격형 바둑, 수비형 바둑 등 다양한 바둑 스타일들이 존재했고 이러한 기풍을 기반하고 스타일리스트적인 측면을 가진 바둑기사들이 많았어.

이해하기 쉽게 스타크래프트로 설명을 하자면

스타크래프트를 보면 스타 초기 프로게이머들인 임요한, 홍진호, 강민, 최연성 등등 초창기 프로게이머들은 자기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는데 스타가 점점 최적화가 되다보니까 개개인들의 변칙적인 스타일의 개념은 점차 사라지고 오직 실리를 얻기위한 체계적인 빌드오더 플레이들만 남게되었어. 그리고 그런 정해진 개념대로만 하다보니 소위 말하는 양산형 게임들이 판을 치게 되었지. 그래서 스타의 인기가 과거의 비해 대폭 떨어졌어.

(개인의 플레이 스타일이란게 완전히 사라진게 아님 과거에 비해 덜해졌다는거고 현 스타는 과거와 달리 초단위로 계산하면서 실리를 얻는 게임이라 한번 수싸움에 밀리면 예전과 달리 변수가 잘 나오지 않기에 게임의 양상이 뻔함.)

이와 마찬가지로 현 바둑 역시 프로바둑기사부터 시작해서 아마추어 기사들까지 전부다 AI를 통해 바둑을 연구하고 배우는데

이게 문제되는 이유가 과거에는 자신들의 기풍이라는 스타일과 해당 기풍에 대한 해석과 연구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키워가면서 실력을 길렀고 바둑을 둘때 상대 기사와 온갖 심리전이 난무했는데 대략 상대의 심리를 공격하기 위해 도발적인 수를 두거나 악수인척 상대방을 속여 최적의 수를 두는 등 서로간에 실수를 하게끔 유도하거나 속이는, 기싸움이 펼쳐지는 전형적인 인간대 인간의 승부였어.

그러나 현 바둑에서는 그러한 기풍의 개념과 인간의 바둑이란 것들이 무너져버렸는데

AI를 통해 바둑의 개념과 틀이 그 이전의 인간의 바둑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뀌어버렸어.

AI 이전에 바둑계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나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수 등 이런 기본적인 전략 수 자체가 사실상 불리했던 수라고 밝혀지는 일도 있었고 우리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개념들이 오히려 유리한 개념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돼.

즉 프로기사들은 여지껏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옳다고 생각하여 바둑을 두고 있었단 거야. 그렇기에 기존에 우리가 알던 바둑의 체계와 개념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다시자리잡히게 된거지.

그리고 그런 프로의 세계에서 AI의 바둑을 참고하고 배운사람과 배우지 않은 사람의 차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라고 할 정도로 커져버렸어.

그래서 모든 프로기사들은 AI를 통해 바둑의 개념을 인지하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AI의 바둑은 단순히 이기기 위한 바둑이야. 즉 순수하게 이기는 수의 확률의 통계를 보고 바둑을 두는거기에 AI의 바둑에는 기풍이란게 없어. 공격적인 바둑의 스타일이니 수비적인 바둑의 스타일이 이런 개념자체가 없이 그냥 이기는 수만 두는거야.

당연히 프로들은 이러한 AI를 보고 그대로 흡수했고

현재의 바둑의 척도는

누가 얼마나, 어떻게 AI바둑을 잘 흉내내는가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기에 기풍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단순히 프로들은 AI의 바둑을 흉내내면서 이기기 위한 수만 두게 된거지.

과거에는 공격적인 바둑 스타일에 대한 개념이 있었고 그에대한 수가 있었는데 지금에는 그러한 것들이 의미가 없어져버린거야.

기풍이란 개념이 퇴색된 이상 현 바둑은 솔직히 보는 재미가 예전에 비해 없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간단하게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배틀을 생각하면 되는게 사람들이 기대하는건 파퀴아오의 화끈한 인파이터 스타일의 난타전을, 메이웨더의 주특기 숄더롤을 사용한 아웃복싱을 통해 상대를 농락하는 플레이를 원했지만

이둘이 보여준거는 서로를 쓰러트리기 위해 싸움을 한것이 아닌 그저 이기기위해 점수득점 잽만 툭툭 날려댔지.

그래서 파퀴아오는 자신의 인파이터 스타일을 보여주지 않았고 메이웨더는 클러치를 남발하며 저질경기를 선보였어.

현 바둑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상대의 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수싸움에서 유리하게 갈수 있는가?' 가 아니라 '이렇게 두면 이긴다' 로 바뀌게 되버린거야.

프로바둑기사들의 바둑을 보면 AI 일치율이라고 있는데 자신의 바둑 개념으로 수싸움을 하는게 아니라

AI의 바둑에 근접하게 일치할수록 승리한다고 보면 돼.

그래서 요즘 바둑계를 보면 남자 프로대회는 인기가 없어지고 여자 프로대회가 인기가 급상승했지.

남자 프로대회는 다들 완벽하게 AI의 바둑을 흉내내려고 들어서 바둑이 매판마다 양산형으로 변수없이 재미없게 나오는 반면에

여자 프로대회는 남자프로대회의 비해 수준이 떨어지지만 매 경기마다 여러가지 변수들이 많고 바둑의 양상이 정말로 다양하거든, 그래서 보는 입장에서 인간적인 맛이나고 승부의 맛이나서 정말로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