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한국 길거리를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건 여자들밖에 없다.
그 많은 남자들은 어디로 간걸까?
한국 남자들은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아니 숨어버렸다고 보는 게 맞다.
일단 남자들은 요즘 밖에 잘 안 나간다.
코로나 끝나고도 집콕 습관이 그대로 박혀서, 게임, 넷플릭스, 유튜브에 빠져 산다.
거기에 경제적 부담까지 올라타니 나가서 돈 쓸 생각 자체가 없다.
연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소개팅이든 헌팅이든 돈 써야 하는데 월급은 제자리거나 깎이고, 주식+코인 다 깨졌고, 부모한테도 돈 타다 쓰기 민망한데 나가서 술집에서 깝치는 건 사치가 되었다.
또 군대, 취업, 학업....남자들이 처박혀 있는 공간들은 딱 봐도 갇힌 공간이다.
여자는 대학 캠퍼스에서 놀고, 카페에서 수다 떨고, 쇼핑하며 돌아다니고, SNS용 사진 찍으러 다니는데 남자들은 군대에서 뺑뺑이 돌고, 학점에 치이고, 스펙 쌓느라 학원-집-도서관 삼각형만 돈다.
이러니까 길거리에서 남자들이 안 보이는 거다.
패션이나 외모 관리 차이도 크다.
여자들은 꾸미는 걸 생활화했다.
머리, 메이크업, 옷, 네일, 다 갖추고 나와서 길거리가 화보 찍는 곳이 돼버렸는데, 남자들은 후줄근한 츄리닝이나 후드티에 슬리퍼 끌고 편의점 가는 게 다다.
이런 차이에서 오는 존재감 격차는 어마어마하다.
눈길을 끄는 건 당연히 꾸민 쪽이다.
또 하나 큰 이유는 연애와 결혼 시장의 붕괴다.
옛날에는 연애하고 결혼하려고 남자들이 밖에 나와서 움직이고, 헌팅도 하고, 술집도 가고, 여행도 다녔는데, 지금은?
연애는 가성비 안 맞고, 결혼은 인생 리스크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사회적 관계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집, 회사, 헬스장 이 루트만 왔다 갔다 하는 애들이 점점 많아졌다.
이러면 길거리에 당연히 안 보여.
한편 여자들은 결혼하든 말든, 연애하든 말든, 소비와 외모 관리, 여가 생활이 분리돼 있다.
친구들이랑 놀고, 카페에서 사진 찍고, 쇼핑하고, 미용실 다니고, 운동하러 가는 건 일상화돼서 밖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남자는 사회적 관계와 여가가 얽혀있어서 그게 무너지면 집구석으로 쳐박히는데, 여자는 그게 따로 놀기 때문에 밖에서 계속 활보한다.
한국 사회의 냉정한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남자는 어릴때부터 남성성을 강하게 강요받고 자란다.
남자는 강해야돼, 남자는 울면 안돼, 남자는 돈 벌어야돼....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자란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정작 남성성이 공격받는다.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 폭력 전부 남자가 가해자 취급받는다.
남자 피해자는 찐따, 찌질 소리 듣고 무시당한다.
뭘 해도 욕먹는 포지션이 되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입을 다고 뒤로 빠지게 된다.
미투, 페미니즘 이슈 터지면서 남자들의 심리는 더더욱 파괴되었다.
나도 엮이면 어쩌지 공포감이 생기고 여자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실제로 20대, 30대 남자들은 여자 안 만나고 게임이나 만화에 몰입하는 비율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예전엔 남자가 열심히 살면 사회적으로 보상받았다.
존경, 자리, 결혼, 가족.
지금은 해봤자 월세 인생, 비정규직, 연애 실패, 결혼 실패.
남자들이 움직일 이유가 점점 사라진 것이다.
남자들이 무기력해지고 무대에서 사라진 것은 시스템에 짓눌려 탈주한 것이다.
그 결과로 길에서도 남자를 보기가 쉽지 않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