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바뀌지 않던 통신 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휴대폰 요금제 바꿀 때마다 느끼셨을 겁니다. 선택지가 없다는 느낌 말입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 세 곳 말고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었습니다.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새로운 통신사가 이 시장에 제대로 발을 붙인 적이 없습니다. 조선시대 양반 세 집안이 마을을 나눠 다스리듯, 이 셋은 한국 통신 시장을 완벽하게 쪼개서 지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철옹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가 쏘아 올린 스타링크가 작년 12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가격은 비싸고 속도는 5G보다 느립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통신 3사에 돈 주느니 머스크에게 주겠다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이게 단순한 인터넷 품질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30년 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겁니다.
KT가 요즘 뭘로 돈을 버는지 아십니까. 5G도 아니고 인터넷도 아닙니다. 호텔입니다. KT스테이트라는 자회사의 호텔 매출은 2020년 297억 원에서 2024년 2,142억 원으로 뛰었습니다. 4년 만에 7배입니다. 이유는 전국 도심 한복판에 있던 옛 전화국 부지들입니다. 교환기가 작아지면서 전화국 건물 자체가 필요 없어졌고, 그 땅 위에 노보텔 동대문, 안다즈 강남, 소피텔 송파 같은 특급 호텔이 올라갔습니다.
통신 회사가 왜 본업 대신 호텔을 짓느냐는 질문에는 답이 간단합니다. 경쟁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네에 마트가 하나뿐이면 굳이 친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걸 해자라고 부릅니다. 통신 3사는 30년 동안 이 해자를 너무 깊게 파왔습니다. 전국 기지국, 비싼 주파수, 번호 이동의 번거로움까지 신규 진입자는 애초에 승산이 없었습니다.
2019년 5G 상용화 기억하실 겁니다. LTE보다 20배 빠르다,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받는다, 원격 수술이 가능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체감은 어땠습니까. LTE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결과는 과징금 336억 원이었습니다. 광고에서는 초당 20기가비트를 말했지만 실제 속도는 0.8기가비트 수준이었습니다. 자동차 광고에서 시속 300km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12km밖에 안 나오는 꼴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건 28GHz 주파수입니다. 진짜 5G 속도를 내려면 이 고속도로급 주파수가 필요합니다. 통신 3사는 2018년 이 주파수를 2조 원 넘게 주고 샀고, 3년 안에 기지국 1만5천 개씩 세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SK텔레콤은 150개, KT는 570개, LG유플러스는 842개. 결국 2023년,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습니다. 돈은 쓰고 투자는 안 한 결과였습니다.
여기에 단통법이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보조금을 공평하게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번호 이동 자체를 말려버렸습니다. 단통법 시행 전 1,100만 건이 넘던 번호 이동은 2022년 453만 건으로 60% 이상 줄었습니다. 이유는 담합이었습니다. 통신 3사 직원들이 모여 서로 번호 이동 수와 보조금을 공유하며 같이 줄이자는 합의를 했고, 공정위는 이를 적발해 96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지금도 이들은 법원에서 다투고 있습니다.
그럼 새 통신사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시도는 여덟 번이나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이 2024년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입니다. 4,301억 원을 써서 주파수를 따냈지만, 자본금을 못 모아 같은 해 7월에 선정이 취소됐습니다. 14년 동안 여덟 번,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투자 대비 남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스타링크가 등장합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기지국이 필요 없습니다. 우주에 위성을 띄워서 바로 쏘는 방식입니다. 안테나 가격은 55만 원, 월 이용료는 약 8만7천 원. 속도는 다운로드 기준 130Mbps 수준입니다. 분명 비쌉니다. 분명 느립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선택합니다. 가구당 평균 통신비가 14만 원에 달하고, 그동안 받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스타링크를 쓰겠다는 건 인터넷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독점에 균열을 내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건 스타링크가 준비 중인 다이렉트 투 셀 기술입니다. 이게 상용화되면 안테나 없이 일반 스마트폰으로 위성 신호를 직접 받게 됩니다. 산속, 바다 한가운데, 기지국 없는 곳에서도 통화와 데이터가 됩니다. 이 순간 통신 3사의 최대 강점이었던 전국 커버리지는 의미를 잃습니다.
물론 당장 내년에 모든 게 바뀌진 않습니다. 규제도 있고 기술적 한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통신은 이제 땅에서 하늘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30년 독점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이 시작됐습니다. 시장은 결국 소비자가 바꿉니다. 이번에는 진짜일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