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자격

행복할 자격

G 코리 1 574 2023.04.16 07:23

어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어요.

20대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던 친구인데 각자 다른지역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다보니 지금은 일년에 한두번 정도 만나고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서로 베프라고 생각하는 그런친구예요.

둘다 말이 많지 않고 일상에 대해서도 미주알 고주알 나누는 타입이 아니라 대화의 총량이 적은편이예요.
근데 이 친구는 만날때마다 저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줘요.

어제도 몰랐던 이야기를 새롭게 들으며 행복할 자격이 이거구나 싶었어요.

친구가 어렸을때 부모님 사이가 굉장히 안좋았어요.
아빠가 술마시면 엄마때리고 했던 그런 집.

그렇다고 엄마가 자녀들에게 다정해서 그런 가정환경을 순화시켜주거나 그러지도 않았구요.
처음 친구의 가정환경을 알게 되었을때도 그런 환경에 자랐던 사람에 비해서 순하고 착해서 신기해하긴 했었거든요.

근데 어제 그러더라고요.
꿈이야기 하다가 자기는 어려서부터 엄마아빠 사이가 안좋아서 자기 꿈은 남편과 백년해로하는거였대요.

그래서 이미 초등학교때부터 그러려면 자기는 좋은 사람을 만나야겠구나
그러니 아무나 만나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대요.

전 여기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저도 어릴때 부모님이 사이가 안좋았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싸웠고 부모님 중 그누구도 자녀에게 살갑게 대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때 전 그 상황이 싫어서 그저 불만불평을 했어요.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야겠다보다는 엄마아빠처럼 살지 말아야지 생각했구요.

비슷한 환경속에서

한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야겠다 생각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그저불만불평을 했어요.

그리고 나서 30여년 후 누가 더 행복해졌을까요?

평소에도 친구는 다른사람이야기 잘안해요.
자기가 싫은 사람은 더더욱(싫다고도 표현안해요 안맞는다고 표현해요.)

자기랑 안맞으면 그냥 조금씩 거리두면서 자기 삶에서 그 사람 자리를 두지않아요.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은 항상 자기곁에 두고요.

친구는 현재 성격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게해주는 남편 만나서 자식도 엄청 잘키우며 잘살고 있어요.

가정마다 사연이 없을리가 없지만 친구는 아주 현명하게 잘 대처했어요.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친구가 아이 키우는거 보면 그냥 제가 이 집 딸하고 싶어져요. ㅋㅋㅋ

그래서 전 그 집 딸보면 맨날그래요.

넌 좋겠다 너네 엄마같은 엄마둬서....
여튼 그런 엄마의 영향인지 딸도 아주 이쁘게 잘컸어요.

그에 반해 전 결혼을 진짜 막했어요.

그냥 될대로 되라지 아님 이혼하면 되지
(그 당시 그냥 세상떠나야지 하던 때라.. 결혼해서 별로면 그냥 죽음되지 뭐 이랬어요)

그렇게 무책임하게 한 결혼치고는 정말 정말 잘한 결혼이지만
초반엔 내 성에 차지 않아서 죄없는 남편 많이 잡았더랬죠....

어제 돌아오는 길에 행복해질 자격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내 친구는 행복해질 자격이있구나.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다고해도 불만불평하지 않고 더 나은 환경을 꿈꿀 줄 알고 자기 인생에서 자기가 제일 소중하지만 주변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저도 오늘 여기 나에게 주어진 모든것에 감사해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꿈꿔야겠다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Comments

그런 친구를 보고 시샘하지 않고 오히려 배울점을 찾으신 글쓴 님도 너무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