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적다고 느껴질 때, 자연스럽게 위계를 세우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생각이 과연 건강한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지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혹은 동호회나 모임이든 간에 ‘군기’라는 말로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문화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후배가 인사를 안 한다거나, 예의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그 불편함을 ‘잡아야 한다’는 방식으로 해소하려는 거죠.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해야만 관계가 제대로 잡힐까요?
위계나 권위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존중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지, 강요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이든, 진심이 느껴지고 실력이 있다면, 굳이 ‘잡지 않아도’ 저절로 인정받게 됩니다. 사람들은 누가 진짜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보는 감각이 있으니까요.
자꾸만 후배나 아랫사람이 나를 무시한다고 느껴진다면, 그 감정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게 필요합니다. 정말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한 걸까요? 아니면 내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요? 내가 가진 자존감이 단단하다면, 누군가의 인사 한 마디쯤은 가볍게 넘길 수 있어야 합니다. 오히려 그런 작은 일에 크게 반응한다면, 스스로가 아직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는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잖아요. 그냥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지, 내가 대단한 능력으로 쌓아올린 건 아닙니다. 그러니 나이를 앞세워서 다른 사람을 억누르려는 태도는 결국 얄팍한 위신에 불과합니다. 진짜 멋있는 사람은, 나이가 어려도 깊이가 느껴지고, 나이가 많아도 부드럽고 유연합니다. 그런 사람이 주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되는 거죠.
가끔은 "어리면 예의를 지켜야 한다", "선배는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들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계는 ‘당연’이라는 말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서로가 사람 대 사람으로 진심을 나눌 수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신뢰가 쌓여야 비로소 오래가는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누군가가 나에게 예의 없이 굴 때 기분이 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 사람 때문에 내가 흔들릴 만큼 나는 아직 부족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거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도 성장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 ‘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위계보다는 존중, 군기보다는 실력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람은 결국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태도로 기억되니까요.
세상은 점점 실력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인사 잘하는 사람보다, 실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오래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내가 써야 할 에너지는 누군가를 잡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써야 하는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합니다.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욕구입니다. 하지만 그 욕구를 강요나 통제로 채우려 하면, 결국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진심으로 나를 아끼고 따라주는 사람은, 내가 마음을 먼저 열고 보여줬을 때 생겨납니다.
위계보다는 진심이, 강요보다는 배려가, 결국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줍니다. 지금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하다면, 내 안의 잡아야 한다는 마음부터 내려놓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