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노인 자살률이 2위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분석해보면, 노인 복지의 부족, 너무 이른 정년퇴직, 사회보장제도의 빈약함 등이 이유로 자주 언급됩니다.
물론 이런 이유들도 맞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오랫동안 미국에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노인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단지 복지 문제만이 아니더군요.

제가 2003년에 미국에 갔을 때, LA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베벌리힐즈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베벌리힐즈 아이들'을 재미있게 봤고, 그곳이 가장 부유한 동네로 유명했기 때문입니다.

예쁜 젊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죠.
그런데 신기한 점은, 그곳의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80% 이상이 노인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습이 저에게는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한국의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같은 곳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이 다니던 한인 2세에게 물어봤습니다.
"여기 젊은 애들이 모이는 곳이 어디냐?"고요.

그러자 그는 LA의 젊은이들은 주로 '할리우드'나 저렴한 펍에서 논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가보니, 거기에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많았지만, 베벌리힐즈의 고급 식당이나 바는 여전히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미국의 노인들이 사회복지 혜택을 잘 받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면도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매우 검소합니다.
피자 한 판을 다섯 명이서 나눠 먹고, 술도 저렴한 맥주를 마십니다.

취업 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여유롭지 않죠.
사실 그 친구들의 가정 형편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말입니다.

부모가 부자여도 자녀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하려고 합니다.
미국 부모들은 자녀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독립심을 길러갑니다.

반면에,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뒷바라지합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죠.

문제는, 이런 기대가 현실에서 어긋날 때 발생합니다.
자녀가 취업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직장에 가게 되면 부모의 노후 계획은 무너집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실망하고, 자녀는 부모의 기대에 부담을 느낍니다.
이런 갈등이 누적되면서 부모는 노후를 불안하게 맞이하게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저는 자녀에게 지나치게 기대고 모든 것을 걸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독립시키고, 부모는 스스로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노후를 스스로 책임질 테니, 너는 너의 인생을 살아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자녀에게 더 큰 힘이 됩니다.
경제적 지원이 없을 때 자녀는 더 강해지고, 자립심을 키워갑니다.

정말 필요할 때만 도움을 주는 것이 더 큰 가르침입니다.

결국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돈이 아니라, 부모님이 스스로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