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사쿠! 사스케 & 사쿠라 커플 이야기

나루토 질풍전에서 사스케는 매번 말이 부족했습니다. 사쿠라를, 7반을 볼 때면 말 줄임표와 특유의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습니다. 그럼에도 묘하게 그의 시선 끝에는 사쿠라가 닿아 있었고, 가끔 보여주는 회상에서는 아직도 7반을 그리워하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림 전공자가 아니여도 알겠지만, 키시모토 마사시는 표정을 정말 잘 그립니다. 인체해부학에 의거한 본인의 그림체에 잘 맞는 표정들을 어떻게 그렇게 정밀하고 유려하게 그려내는지, 만화를 볼 때 마다 매번 감탄합니다.

본인은 아직도 캐릭터의 표정을 그릴 때 키시모토 마사시의 그림을 참고합니다. 이 정도의 표정 그리기에 실력자가, 게다가 몇 년간의 숙련된 인기 만화가가, 컷 하나를, 인물의 표정 하나를 허투로 쓸 리 없습니다.

질풍전에서의 7반의 첫 재회 때, 사쿠라는 이번에는 사스케를 구해내 보겠다고 "생각"하며 사스케에게 차크라 주먹을 들이밉니다. 그 장면에, 미세하게 그려진 사스케의 연속된 두 컷 사이의 표정 변화는 언듯 비슷해 보였지만, 그 차이는 뚜렷했습니다.

사스케는 사쿠라가 자신을 향해 공격하니 당황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이제까지 주먹을 맞대고 오며 자신에게 부딪혀 오는 존재는 나루토였습니다.

사쿠라는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온건하게 사스케에게 애정을 쏟았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사스케는 그때부터 사쿠라의 '사랑의 관한 마음'을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스케의 입장에서 사쿠라는 바뀌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사스케는 이타치의 진실을 알고 정신이 나가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러 온 사쿠라와 재회합니다. 사쿠라는 소년전 때 자신을 붙잡았던 그 말 그대로, 사스케를 꾀어내어 죽이려 했습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마음을 굳힌 사스케가 한차례 고민하게 했던 사쿠라의 그 '진심'이, 이제는 '거짓'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스케는 '우치하'입니다. 우치하란 사랑의 일족입니다.

그 일족은 자신에게 향해지는 애정이 흔들리는 것을 죽기보다 두려워했습니다. 안 그래도 마을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입장인데, 그 곳의 몇 남지 않은 인연조차 자신을 쳐내려고 합니다. 비록 먼저 도려낸 마음이지만, 사스케는 분명히 가슴속에 그 말들을, 추억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사스케가 그 재회에서 첫번째로 사쿠라를 죽이려고 했던 것도 진심, 두번째로 환술을 이용해 사쿠라의 가슴을 꿰뚫었던것도 진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배신감, 더군다나 마사시가 우치하의 대해 설명하며 그린 컷 중에, '애정이 증오로 바뀐 것이다' 라는 대사가 들어있는 말풍선 옆에는 쓰러진 사쿠라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나루토 위주의 서사로 진행되는 만화에서, 이 정도로 노골적인 표현이면 정확한 것입니다.

사스케는 사쿠라를 사랑했고, 그 사랑이 배신으로 인해 돌연 증오로 바뀐 것입니다.
사스케가 사쿠라에게 행한 그 두차례의 공격은 모두 진심입니다.

사스케의 삐뚫어진 애정은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애정입니다. 여자 입장의 현실이었다면 언제 맞아죽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지만 키시모토 마사시는 90년대 중후반에 이제 첫 사회에 발을 내딛은 청년이었습니다.

그 당시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부분까지 사랑이었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사스케는 사쿠라를 사랑했습니다. 너무나도 깊게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마지막까지 알고있던 사쿠라가 혼자만의 환각이었다고 착각되자, 절망했습니다.

그는 기억속의 온화한 사쿠라를 쫓으며, 도리어 자신의 믿음을 저버린 현실의 사쿠라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증오를 느꼈습니다.

변함없이 손을 내미는 7반에게,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며 언제나 적신호를 켜던 신호등 뒤에서 사스케는 뚜렷하게 제 7반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독자들조차 알아차릴까봐, 혹여나 자신의 마음이 새어나가 사쿠라에게 여지를 줄까봐, 항상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억누르던 사스케가 그 순간 만큼은 자제하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입니다.

카카시에 의해 첫번째 범행이 불발되었지만, 그럼에도 사쿠라가 다시 공격을 해 오자 미쳐 날뛰며 사쿠라에게 달려든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 둘이 다시 만난 것은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였습니다. 사스케는 비록 만나자마자 사쿠라에게 아는 체를 했지만, 신기루였는지 싸움 내내 사스케는 사쿠라를 대놓고 무시하고 모질게 대합니다. 그러면서도, 사쿠라의 성장에는 눈에 띄게 기뻐하고, 사쿠라가 제 앞에 나타날때마다 일일히 놀랍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게 있습니다. 사쿠라도 그 상황에서 사스케를 무시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사스케 입장에서 보인 사쿠라의 태도입니다.

사쿠라가 먼저 앞장서서 적에게 공격을 하면, 그 뒤를 놀란듯이 뛰쳐 나가 돕는 남자들 중에서 제일 재빠른건 사스케였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모른척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서로 대화가 없어 감정의 골이 깊어진게 나빴습니다. 여자는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모질게 군 것이 내내 상처였습니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눈치를 봤습니다.

자신이 걸리적 거릴까봐, 남자가 먼저 도와도 그보다는 동료를 먼저 찾았습니다. 달랐습니다. 남자는 여자와의 관계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남자가 신경써 주어도 여자의 관심이 가는 곳은 동료 쪽이었습니다. 그것들이 쌓여 남자는 이제 더이상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남자는 괴로웠지만, 사랑놀음따위에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눈 앞의 친구에게 끝장을 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자의 목소리가 날아들어 옵니다.  

종말의 계곡으로 향하는 사스케에게 사쿠라는 또다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사스케는 이미 한 번 사쿠라에게 배신당했습니다. 더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사스케는 사쿠라에게 환술을 걸었고, 그대로 환술 속에서 사쿠라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이 또한 사스케에게는 진심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진심이 아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