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와 이타치의 사랑방식 차이점

이타치는 사스케에게 댓가없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방식이 비록 잘못되었을지언정, 그것만큼은 틀림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쿠라가 있습니다. 사쿠라 또한 사스케에게 있어 댓가없이 사랑을 바가지로 퍼부어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둘 모두, 사스케에게 죽거나 죽임당할 뻔 했습니다.

나는 사스케가 사쿠라를 잡은 건 이타치의 영향도 있습니다. 환술 속에서 사스케는 사쿠라의 가슴을 꿰뚫었습니다. 그것은 죽음이 아니지만 동시에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환술은 거짓이지만, 그 안에서의 고통은 그대로 전해집니다. 사쿠라는 그 환술 세상 속에서, 사스케에게 분명하게 '죽임'당한 것입니다. 사스케는 그 때, 확실하게 사쿠라와의 유대를 끊었습니다.

사스케는 증오로 바뀐 애정을 이기지 못해 그 대상을 죽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환술이었습니다. 이는 그 대상을 증오하지만 동시에 애정하는 것입니다.

나를 배신하고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미워.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동시에 네가 죽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는 이 즈음에서 마사시의 인터뷰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사스케는 나루토와의 싸움 뒤에, 울며 자신들을 치료해주는 사쿠라를 보고 진심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때의 사스케에게 있어 사쿠라란 결국 끝끝내 죽음으로써 끊어낸 인연이었습니다. 이는 사스케에게 있어서, 사쿠라는 오직 죽음으로써만 끊어낼 수 있는 인연이었던 것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사스케 입장에서 이미 사쿠라는 자신과의 유대를 끊어 버린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질척이는건 자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끊어진 인연을 딛고, 그 죽음에서 마저 기어 올라와 자신을 여전히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비록 그 숨통을 끊은 게 자신일지언정, 누군가와 비슷했습니다. 사스케의 혈육인 이타치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습니다. 사스케는 깨달았습니다.  

하루노 사쿠라는, 이타치와 같이 죽어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결코 꺼지지 않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살해한 사람이 자신일지언정 말이죠.

진심이 다가오지 않을 리 없습니다.

사스케에게 있어서, 이타치란 실패한 애정이었습니다.

그 애정의 의미 자체가 어찌되었든, 이타치는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사쿠라는 다릅니다. 사쿠라는 살아있습니다. 이 손으로 살해하려 했던 마음을 심폐소생시켜 다시 들고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사스케가 사쿠라를 선택한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타치와 사쿠라를 대조해보면 이 이외에도 재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이타치는 사스케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제 사상 아래에서 마음대로 조종하려 했던 존재이고, 사쿠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스케에게 항상 관대했던 사람입니다. 어쩌면 끝이 정해져 있던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사스케의 오른손과 사쿠라의 왼손  
 

중급닌자 시험때, 사스케의 격려를 얻어 본인들이 지금 있는 장소가 환술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공론한 사쿠라가 있었습니다. 사쿠라는 그 이후에 기분이 좋아져 사스케와 나루토를 각각 양 손에 한명씩 잡아 끌고 시험 장소로 향했습니다. 이때 사스케의 오른손에 맞닿아 있던 것은 사쿠라의 왼손, 나루토의 왼손에 맞닿아 있던 것은 사쿠라의 오른손입니다.

작품 내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카카시와 오비토, 그리고 린입니다. 린도 과거 회상에서 양 손에 각각 카카시와 오비토의 손을 잡고 끌었던 장면들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그런데, 린의 손은 한결같이 오비토의 왼손을 잡고 있습니다. 이 왼손은 오비토에게 꽤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서 오마쥬되는 것, 전쟁중에 끊임없이 사륜안의 통증을 느끼던 오비토는 왼쪽 눈을 왼손으로 가렸습니다.
사스케는, 오른쪽 눈을 오른손으로 가립니다.

가뭄같던 전쟁중의 사스케의 애정표현 중에, 쓰러지려던 사쿠라를 빈틈없이 밀착해 받쳐드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의 사쿠라를 받쳐드는 손조차도 오른손입니다. 그리고 그 오른손은 사쿠라의 오른팔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사스케는 그 오른팔을 제 쪽으로 당겨 사쿠라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붙어 상대와 시선을 마주했습니다. 사쿠라의 이 오른손은 사쿠라라는 캐릭터에게 있어 '나루토를 향한 애정'을 의미합니다.

사스케는 그때 작품 외적으로 확실하게 나루토에게 향해있는 마음을 자신 쪽으로 돌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사쿠라는 그때, 너무 지친 나머지 별다른 리액션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후에 나오는 장면은, 과거에 사스케를 잡았던 사쿠라의 왼손이, 쓰러지는 카카시를 받쳐드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사스케에게 있어 자신을 향했던 마음조차도, 이제는 그곳에조차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카카시가 있습니다.

작품 후반에 계속해서 카카시와 사쿠라가 붙어있는 모습을 그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스케는 확실히 질투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후반에 나루토와 사스케가 싸움 뒤 각각 남은 팔이 이것과 같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꽤 의미심장합니다.

나루토와 사스케 모두 작품 내에서 둘의 유대만큼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둘 모두 그만큼 사쿠라와의 유대를 소중히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의 일도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나루토에게는 히나타가 있으니, 히나타를 위한 오른손이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스케에겐 사쿠라 뿐입니다. 사쿠라를 향한 오른손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