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꿈이던 시절은 끝났다
솔직히 말해보자. 로또 1등 당첨되면 뭐 하고 싶냐고 물으면 열에 여덟은 똑같다. 사람 많이 다니는 데 건물 하나 사고, 위층엔 내가 살고 아래층엔 카페나 병원 넣고 월세 받으면서 여유롭게 사는 거. 대한민국 직장인들 머릿속에 각인된 최종 보스가 바로 건물주다. 숨만 쉬어도 돈 들어오는 인생, 이게 불로소득의 끝판왕처럼 보였으니까.
근데 지금 현실은 정반대다. 요즘 건물주들, 특히 대출 끼고 꼬마빌딩 산 사람들 사이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 뭔지 아냐. 제발 내 건물 좀 누가 사가라다. 겉으론 외제차 타고 다니는데 속은 완전 다르다. 통장 열 때마다 심장이 먼저 내려앉는다. 월세 들어오는 날보다 이자 빠져나가는 날이 더 무섭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건물주 이미지는 아직도 90년대에 멈춰 있다. 월세 따박따박 들어오고 골프 치고 여행 다니는 삶. 근데 지금은 빌딩 푸어라는 말이 훨씬 현실적이다. 집 한 채 있는 하우스 푸어랑은 차원이 다르다. 수십억짜리 건물 들고 있으면서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는 사람들, 진짜 있다.
이게 왜 이렇게 됐냐면 이유는 레버리지다. 대부분 꼬마빌딩 살 때 자기 돈으로만 사는 경우 거의 없다. 40억, 50억짜리 건물 사면서 내 돈 10억 넣고 나머지는 대출로 채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게 정석처럼 통했다. 금리가 낮아서 월세로 이자 내고도 돈이 남았거든.
2020년, 2021년만 해도 상업용 대출 금리 2퍼대였다. 월세 700 나오는 건물에 이자 400 내고 매달 300 남는 계산이 딱 떨어졌다. 그 상태로 건물값 오르면 시세 차익까지 챙기는 그림이었다. 문제는 지금이다. 금리가 5퍼 넘기면서 계산이 완전히 뒤집혔다. 같은 대출인데 이자가 두 배 넘게 나간다. 월세 700인데 이자가 1000 찍는다. 가만히 있어도 매달 300이 빠져나간다. 효자 건물이 갑자기 흡혈귀가 된 거다.
여기에 공실까지 터지면 진짜 지옥이 열린다. 요즘 자영업 시장 어떤지 다 알잖아. 폐업 100만 시대라는 말 괜히 나온 거 아니다. 장사 안 되니까 가게 접고, 오프라인 소비는 줄고, 기업들은 사무실 줄여서 공유 오피스로 빠진다. 서울에서 좋다는 상권도 1층 비어 있는 데 수두룩하다.
건물주 입장에선 월세를 낮춰서라도 세입자 받아야 할 것 같지만, 그게 또 함정이다. 상업용 건물은 월세가 곧 가격이다. 월세 낮추는 순간 건물 값도 같이 떨어진다. 대출 잔뜩 끼고 있는데 평가액 내려가면 은행에서 바로 전화 온다. 그래서 공실인 채로 이자만 내며 버티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다.
건축비도 문제다. 땅 사서 새로 지으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인건비 자재비가 미쳐 날뛴다. 몇 년 전보다 평당 수백만 원씩 올랐다. 문제는 그렇게 비싸게 지어도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거다. 지을수록 손해 보는 이상한 상황이다.
여기에 초보 건물주 노린 수법도 있다. 겉으로는 유명 프랜차이즈 입점해 있고 수익률 좋아 보이게 만들어서 파는 거다. 잔금 치르고 나면 그 세입자 빠져나간다. 알고 보면 매도인이랑 짜고 친 거다. 월세 반 토막 나고 건물 값도 같이 무너진다. 공부 없이 덤비면 진짜 한 방에 간다.
그럼 이 판에서 멀쩡한 사람들은 누구냐. 답은 명확하다. 건물 말고 자기 콘텐츠 있는 사람들이다. 예전 건물주는 그냥 공간 빌려주는 사람이었다. 지금 살아남는 건물주는 사업가다. 공실 나도 자기가 직접 들어가서 장사 돌릴 수 있는 사람. 가게든 사무실이든, 자기 브랜드가 있는 사람이 이자를 버틴다.
요즘 상담 사례 들어보면 더 현실적이다. 자산 100억 넘는 사람도 와서 울상 짓는다. 평생 임원, 장군, 관리자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은퇴하고 나서도 그 급을 유지하려고 한다. 직접 장사하는 건 체면이 안 선다고 느낀다. 그래서 전 재산 긁어모아 건물부터 산다. 문제는 꼬마빌딩은 결국 1층 자영업자가 먹여 살리는 판이라는 거다. 그걸 이해 못 하면 바로 무너진다.
매달 이자, 관리비, 세금, 생활비까지 합치면 은퇴자가 감당 못 할 숫자가 나온다. 결국 집 담보로 또 대출 받고, 건물 내놓고, 손해 보고 팔고 나면 평생 모은 돈이 사라진다. 한 번에 망하는 것도 아니다. 매달 조금씩 피 말리듯 무너진다. 그래서 더 잔인하다.
이제는 돈 있다고 건물주 되는 시대는 끝났다. 남이 벌어다 주는 월세만 믿고 들어오면 거의 다 빌딩 푸어로 간다. 자기 손으로 월 200이라도 벌 수 있는 판부터 만들어야 한다. 건물은 그다음이다. 타이틀이 인생을 구해주지 않는다. 준비 안 된 사람한테 건물은 왕관이 아니라 족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