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

물총

G 초콜릿공장 0 4,380 2020.12.16 01:33

때는 초등학교 6학년
그러니까 제나이 13살이었죠.

한창더울떄였습니다.
그 아시죠 ? 500원짜리 동물물총

그거들고 초등학교 운동장을 뱅뱅돌면서 놀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문으로 누가 들어옵니다.

임xx... 라고
공부는 잘하는데 흔히 머리좋지만 모자란사람 ?
이라고 해야됄까요

일상생활을 하는게 좀 머저리같고
그렇다고 착하지도 않습니다.

그아이는...

지금생각하면부끄럽지만
속칭 '다구리' 라고 하나요 ?

손에 든 물총엔 자비심이없었어요.
3학년이든 5학년이든...

물총을 든 수십개의 손들이
그 임xx라는 아이를 향해 있었죠

그 아이는 기겁을했습니다.
그대로 우린 방아쇠를 당겼죠.

물폭탄도 던지고...
불과 2분도 돼지않아 그아이의 옷은 다 젖어 버리고

마치 물에빠진 생쥐마냥 자기집 향해 울며 내닫을 뿐이었습니다.
우린 그아이를 곱게 보내주지 않았어요.

뚱뚱한체격에 운동신경이 없던 아이 이기에
달려봤자 아이들의 레이더에 포착돼어

힘겹게 집으로 내달았습니다.
얼굴은 물과 눈물로 범벅이 된채 말이죠.

그녀석의 집앞에 다다를 무렵이었습니다.
하지만 물총을 든 손만큼은 놓지않았어요.

갑자기 뒤에서 누가 비명을 지릅니다.

제 같은 학년의 친구였죠.

순간 10명이 넘는 아이들의 시선은 그 비명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이리저리 멤돌았죠.

그 친구는 머리를 감싸쥔채 무릎이 풀썩 꺾이더니 힘없이 상체를 바닥에 뉘였습니다.
그리고 그뒤에 서있던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한손으로 잡고
다른손으론 피묻은 각목을 잡고...
무섭게 씩씩 거리며 우리들의 모습을 고루 훑어보고 있었던

그아이의 엄마였죠.

우린 달아났습니다.

다행히 쫓아오지 않았죠.
아직 수위아저씨는 순찰중이십니다.

우린 선탠이 잘된차에 숨어 상황을 지켜봅니다.
친구를 버리고 갈순없었기때문이죠.

그러다 안쫓아 온다는걸 알고서 차밖으로 나와

대놓고 상황을지켜봤죠

그런데...
분명 저아이의 손가락은 나를향하고있고
그 엄마의 시선역시 나를 향합니다.

천천히 걸어오는가 싶더니...
이내 빠르게 달려옵니다.

그상황에선 도망이라는 생각밖엔 들지않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냄비를 내팽게 쳤습니다.
김이 나는 하얀 닭한마리 만이 흙투성이가 된채로
바닥을 뒹굴었죠.

그 아주머니는 내속도를 능가했습니다.

그때 전 지금 생각해도 멍청했습니다.
따라오는 아주머니에게 물총을 난사했죠

그아주머니는 더욱더 열이받았는지
가속을 더욱 높혀 나와의 거리를 좁혀갔습니다.

그러다 재수없게도...
꼭 우연처럼 잘달리다가 돌부리에 넘어졌습니다.

무릎이 까져 버려 움켜쥐고 있는상황...
헥헥 대며 달려온 아주머니의 모습을 볼수있었습니다.

서로의 얼굴만을 바라보며 대치상황

생각했습니다.
'아 정말 끝이구나...'

그때 아주머니의 팔을 붙잡는 억센 또하나의 팔이있었습니다.
수위아저씨였죠.

친구는 곧바로 병원에 후송되었고

나와 그아이... 관련된 모든친구들
그들의 어머니 까지 모두 왔습니다.

임xx의 어머니는 이성을 되찾았는지
경찰서에서 내내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우리들은 경찰아저씨의 잔소리만 조금 듣고
엄마한테 혼쭐이 난뒤 금방나올수 있었지만.

아직도 파출소 내부에 있는
그아이와 아이의 엄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었던지 애써 눈물을 삼키는 그 엄마의 모습과...
그런 엄마의 소맷자락을 힘껏 늘이며 애처롭게 우는 아이...

지금 생각하면 전 매우 큰죄를 진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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