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는 우주가 깔아놓은 기본 판이고, 인간은 그 위에서 뛰는 플레이어다. 

년월이 공전체계고 일시가 자전체계라서 태어난 순간의 기운이 기본 스펙을 찍어버린다. 

근데 그 스펙이 곧 넌 노력해봤자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운이 좋을 때 노력하면 그게 미친 효율로 박히니까, 본인이 우주를 이긴 줄 아는 착시가 생긴다..

그냥 바람 잘 불어서 연 날아간 건데 연을 본인이 잘 날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기신운이 제대로 들어오면 인생이 갑자기 가래엿처럼 늘어지고, 몸은 고장 나고, 사고는 이유 없이 터지고, 멘탈은 스튜처럼 흐물흐물된다. 

이때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은 우주에게 처맞았다가 아니라 필드 상태가 지금 진흙탕이라 아무리 뛰어도 체력만 갈린다에 가깝다.

여기서 착각이 풀린다. 

우주를 이긴 적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우주와 대결 구도가 아니었다는 걸 늦게 깨닫는 것뿐이다.

노력으로 사주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노력 없이 사주만 믿고 사는 것도 허망하다. 

사주는 바람 방향이고, 노력은 그 위에 얹는 돛이다. 

돛 없이 바람 탈 수 없고, 바람 없이 돛질해봤자 무릎만 아프다. 

둘은 경쟁이 아니라 합작이다.

제일 한심한 애들이 용신운 한 번 들어왔다고 자기 인생을 노력으로 다 뒤집은 줄 알고, 우주한테 어이, 오늘은 내가 메인임 하는 느낌으로 설치기 시작하는 거다.

필드가 갑자기 순풍이라 공이 잘 굴린 것뿐인데 지가 메시인 줄 착각하는거다.

사주가 판을 짜고, 노력은 거기서 최대치 뽑아먹는 기술이다. 

사람은 미물이지만, 미물 치고는 꽤 영리하게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