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는 일마다 꼬일까?
왜 사랑도, 인간관계도, 계획도 자꾸 엇나갈까?
혹시 나 기신운인가?
아니다.
그건 기신운 아니다.
이 말 먼저 해두자.
기신운은 그렇게 티 안 낸다.
하는 일 안 풀리고, 사람 떠나가고, 몸이 아프고, 마음이 헛헛한 건 기신이 아니라 그냥 인생이다.
그냥 통과 의례 같은 거야.
기신운이 진짜 무서운 건 언제인지 알아?
말년이다.
손에 쥔 게 하나도 없을 때.
쥐고 있던 것마저 다 빠져나갈 때.
그때 기신은 본색을 드러낸다.
폐지 몇 장 들고 터덜터덜 집에 돌아가는 노인.
그 폐지 팔아서 겨우 라면 한 봉 사 먹고 하루를 연명한다.
연탄 하나 피워놓고, 조용히 세상과 작별하는 노인.
이게 바로 기신운의 진짜 얼굴이다.
죽음조차 소리 없이 찾아온다.
눈물도 없고, 다툼도 없고, 분노도 없다.
그냥… 너무 오래 배고팠고, 너무 오래 외로웠고,
그래서 서서히 꺼져가는 거다. 마치 촛불처럼.
반대로, 청년기에 기신운이 왔다고?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
기신은 그 시기엔 죽음으로 끌고 가지 않아.
대신, 네가 엇나가려 할 때마다 툭툭 건드려.
그 길 아니라고. 거기 위험하다고.
가수가 되겠다고 설치는 아이를 붙잡고, 의사의 길로 유도하는 것처럼.
기신은 이때 안내견이다.
눈먼 네 앞길을 지켜주는 유일한 존재.
니가 욕하고 저주할 그 기신이
사실은 네 인생의 방향키다.
그러니까 청년기에 기신 있다고 울지 마라.
차라리 웃어라. 박수 쳐라.
신이 너를 예뻐해서 특별히 안내자 하나 붙여준 거다.
진짜 무서운 건 말년의 기신이다.
아무도 없다.
가족도, 친구도, 돈도, 건강도, 아무것도 없다.
그때야말로, 기신은 생사와 의식주를 삼킨다.
그러니까 지금 네 인생이 꼬였다고 기신 탓 하지 마라.
오히려 지금은 기신이 아니라, 희신일 확률이 높다.
왜냐고?
고통은 방향을 찾게 하고, 이별은 집착을 끊게 한다.
그게 바로 희신의 역할이다.
기신은?
기신은 네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때조차
너를 버리듯이 놔둔다.
그러니 지금 기신 운이라고 징징거리지 마라.
지금 네가 겪는 건 기신운이 아니라 인생의 과정일 뿐이다.
진짜 기신운은 네가 말없이 죽고 싶어질 때 찾아온다.
그땐 늦었다.
그러니 지금 살아.
미친 듯이 살아.
기신 핑계 대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