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이 월에서만 정해지는 것만은 아니다

격이 월에서만 정해지는 것만은 아니다

G 설화 1 1,604 03.26 15:51

격은 무조건 월령에서 구한다.
월령? 그냥 월이라고 하면 되는데 웬 월령.

이에 접근하기 전에 우선 월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자. 월이라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X 癸 X X
 X X 巳 X

첫째, 하늘의 보이지 않는 천사들의 기운 戊庚丙이 땅에서 내려와 어울리면 물질로 결정화되어 인간이 활용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巳라는 글자가 만들어진다.

 

巳는 일차적으로 화에 해당하는 기운이지만, 동시에 戊라는 토의 기운도 담고 있으며 庚이라는 금의 기운, 丙이라는 화의 기운도 담고 있는 셈이다.

巳는 물질적인 의미에서 戊庚丙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둘째, 巳는 여름 그 중에서도 초여름을 상징한다.
물질과 무관하게 巳는 기운적인 의미, 계절적인 의미를 담는다.

보이는 물질과 보이지 않는 기운, 이 또한 모든 걸 둘로 나눠지 않으면 직성이 안풀리는 음양의 시각이다.
월령月令, 월이 명령한다는 건데 뭘 명령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농가월령가를 보면 1년 12달 동안 그달 그달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았다.

월을 놓고 월령이라 부를 때에는 물질적인 의미보다는 계절적인 의미에 특별히 방점을 찍는다.

이렇게 두 가지를 나눠놓고 보면 巳라는 글자는 물질적인 의미도 있고 보이지 않는 계절적인 의미도 있는 셈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팔자를 보는 지식 가운데는 충沖이라는 것이 있는데 충이 되면 글자가 깨진다고 본다.

巳는 亥를 만나면 깨진다.
그렇다면 충을 만날 때 물질적인 의미에서는 巳도 깨지고 巳가 담고 있는 戊庚丙이 깨지고 사라지게 되는데, 그렇다 해도 계절은 남게 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X 癸 X X
X X 巳亥


寅은 申을 만나면 충이 되고 반대도 마찬가지이며, 卯는 酉를 만나면 충이 되며, 辰은 戌을, 巳는 亥를, 午는 子를, 未는 丑을 만나면 충이된다.

물질적인 의미에서의 글자는 깨져도 계절은 남는다.
이것은 월에 해당하는 글자에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름이 담고 있는 내용은 깨져도 여름이라는 시공간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제가 끼어들게 되는데 격을 잡는 포인트를 물질로 잡느냐, 기운으로 잡느냐에 따라 격이 엇갈리게 된다.

癸는 수이고 巳는 화이다.
계는 화를 뺨 때리니 일단 재격이 된다.

재격이 亥를 만나 깨어졌다.
물질을 중요시 하는 관점에서는 위의 사주는 파격이 된다.

그런데 기운을 중요시 하는 관점에서는 글자는 깨어져도 계절은 남으므로 충으로 인한 동요는 생긴다 하더라도 여전히 재격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는 존재하므로 정관격인 팔자에서는 정관이 손상 당하는 걸 극히 꺼려하므로 비록 계절은 남아 있다하더라도 그냥 파격이 된다.

재는 식상이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므로 천간에서 甲이나 乙을 보면 성격이 된다.

甲癸 X X
X X 巳亥

그러나 물질을 중요시 하는 관점에서는 천간에 식상을 보든 말든 그냥 파격이 된다.

이렇게 격을 나누는 것도 물질이냐 기운이냐를 중요시 하느냐에 따라 나눠지고, 월을 중심으로 놓고 굉장히 꼼꼼하게 격을 잡는 방법도 생겨나게 된다.

 

巳는 戊庚丙이라는 글자가 어울려서 각각 7일 7일 16일을 관장한다.
태어난 날을 따져서 戊에 해당하는 시기에 속한다면 戊가 사령했다 하여 관격으로 보고, 庚에 해당하는 시기에 속하면 인수격으로 보기도 한다.

이에 더하여 巳라는 글자가 품고 있는 천간의 내용물이 하늘로 튀어나오면 격이 커진다고 보는데, 丙이 하늘로 튀어나와 있다면 그냥 재격으로 보면 되는데, 戊와 庚이 동시에 나왔으면 다시 戊에 가까운 날에 났는지 庚에 가까운 날에 났는지를 나누어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도 존재한다.

똑같이 월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계절이 최고다 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하늘로  戊와 庚이 나왔거나 말거나 그냥 여름이므로 재격이 된다.

여기까지는 월을 굉장히 꼼꼼하게 보는 관점이고, 월은 지지에 있고 천간이 하늘 나라 선녀님들이 사는 세계인데 선녀님들이 사는 세계의 가치를 높이 산 나머지 월과 무관하게 천간을 중심으로 격을 잡기도 한다.

甲癸乙乙
寅X 巳亥

이렇게 되면 식상격으로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헐.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나는 현재 기본 텍스트로 자평진전을 활용하고 있으므로 오로지 월령에서 격을 구한다는 관점을 유지하고자 한다.
월령이란 계절을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결국 성격이란 나는 ~를 위해 살고자 하는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 ~가 의지할만 하다.
파격이란 ~를 위해 살고자 하는데 ~ 때문에 못하고 있거나 혹은 의지하고자 할 글자가 없어서 열 받고 있다라는 테마 안에서 변하지 않는다.

격을 잡는 관점은 다양하나 지성에 의해 단촐하게 접근할 수 있다.
월이 중심이 되든 천간이 중심이 되든, 물질이 중심이 되든 기운이 중심이 되든, 그 사람이 무엇을 향해 살고자 하는지가 곧 격이 된다.

때로는 자신이 의지 삼고자 하는 글자를 격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성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 팔자를 참고하여 판단할 수 있다.

Comments

어려운 내용을 참 읽기 편하도록 써 주셨군요.
글 솜씨가 정말 대단하십니다.
역학에 관한 책들을 보면 한자도 한자려니와 어려운 내용을 참으로 어렵게 써놔서..
도전 하기가 감히 엄두가 안났거던요~ㅠㅠ
그래도 계속 도전해 보려구요~ 좋은글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