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보는 다양한 시각

사주를 보는 다양한 시각

G 설화 1 1,724 02.23 03:17

10간 12지를 갑자, 을축, 병인, 정묘, 이런 식으로 배열하면 60간지가 추출되는데, 매년 매월 매일 매시마다 간지의 이름을 붙이고, 여기까지는 뭐 그렇게 붙일 수 있다고 하자.

 

옛날식 시간 표기법이라고 할까. 뭔가 독창적인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 해당하는 시점에 태어난 사람이 해당하는 간지 8글자의 영향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논리는 뭔가 공상적인 부분이 있다.

이런 공상적인 부분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나에게는 하느님을 믿습니까, 도를 믿습니까 식으로 뭔가 종교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으로 느껴진다.

 

십간 십이지가 자연의 흐름, 음양의 흐름을 시각화한 것이라면, 인간은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성의 시각화라 할 수 있다.

인간 또한 거대한 자연의 일부분이므로 당연히 자연의 영향을 받고 살아간다.
비가 오면 왠지 막걸리가 생각나고 날씨가 좋으면 당연히 애인이 생각나는 것처럼.

그런데 태어난 년월일시의 기후 환경이 평생을 간다니. . . 이런 공상적인 부분의 갭을 메워주는 것이 삶을 살아가면서 부딪히고 고통 받으면서 때로는 기이한 체험을 하면서 우리 삶에는 뭔가가 있다 라는 관념을 가지게 될 때이다.

뭔가가 있다. 뭔가 보이지 않는 이상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
이것이 이 기이한 학문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삶은 인간을 자연스레 숙명에의 응시로 인도한다.

그러나 숙명을 느끼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는 하느님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사이의 거리 만큼이나 깊은 심연이 존재하고 있다.

 

단순한 주먹 싸움, 논리 싸움으로는 어쩔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한다.

명리는 신에 의지하거나 점에 의지하는 여타 점복류에 비해 학문성이 강하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러한 반학문적인 요소가 명리에는 존재한다.
나는 그걸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진리 체계에는 일종의 종교성이 작용하고 있음 또한 적시해두고 싶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과학도 일종의 믿음이라 생각한다. 합리적인 믿음.

롤리폴리적이며 러비더비적인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명리에서는 일간이 정해지면 일간을 중심으로 다른 글자들과의 관계를 짚어본다.

時   日   月   年  

丙      甲   壬  
午   酉      辰  


丁 입장에서 甲을 바라보고 壬을 바라보면서 이 글자들이 丁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를 본다.
丁은 화의 속성이다. 목화토금수라는 오행 가운데 화라는 입장이 정해졌으니, 화 입장에서 다른 오행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대별해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공식이 있는데,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수생목, 다시 목생화로 흐르는 생의 흐름과

목극토, 토극수,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 다시 목극토로 흐르는 극의 흐름이 있다.

이게 어디서 나왔느냐 하면 하도와 낙서에서 추출되어 나오는데, 우리가 도서관이라고 하는 도서라는 말이 저 하도 낙서에서 따온 말이다.

이렇게 생의 흐름과 극의 흐름으로 놓고 보면 하나의 오행이 다른 오행에 대하여 크게 다섯 가지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을 받는 입장, 생을 주는 입장, 극을 당하는 입장, 극을 하는 입장, 나와 동일한 입장.

이것은 인간사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주거나 때로는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보호를 받거나 내가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거나.

여명의 인생을 빌려오면, 모친의 생을 받아 세상에 태어나 다시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잉태하는 것은 생을 받고 생을 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며 한 남자를 만나 그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한편으로 시어머니를 봉양하는 것은 보호를 받거나 보호를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녀와 동일한 입장은 그녀의 형제가 되거나, 결혼을 하면 동서가 될 수 있겠다.

丁은 화에 해당하고, 그렇다면 목은 도움을 주는 기운이고 토는 내가 도와야 할 기운. 금은 내가 극해야 하는 기운, 수는 내가 극을 당하는 기운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것은 丁은 화 가운에 음화에 속한다는 것이고, 다른 오행 또한 음양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똑같은 목이 화를 생한다고 하더라도 甲이 丁을 생하는 것과 乙이 丁을 생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생한다는 관점에서는 음과 양으로 배합이 되면, 음양의 짝이 맞는 것이 되므로 그 생이 적절해지게 된다.
생을 받는다는 측면에서는 쿵짝이 맞아 떨어지는 게 좋다.

음목인 乙이 음화인 丁을 생하는 것보다 양목인 甲이 음화인 丁을 생하는 것이 쿵짝이 맞게 된다.
그러나 화는 토를 생하는데, 음화인 丁이 음토인 己를 생하는 것보다 음화인 丁이 양토인 戊를 생하는 것이 더 과하게 된다.

어찌 보면 음양의 짝이 맞아 좋은 것 같지만, 생을 준다는 관점에서는 바로 그 짝이 잘 맞는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받아먹을 때는 상대방이 힘이 빠지든 말든 쿵짝이 잘 맞아 잘 받아 먹는 게 좋지만, 내놓을 때는 너무 잘 주면 내가 힘이 쭉 빠진다는 게 문제가 된다. 음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여기서 과하게 된다라는 것에는 희기의 관점이 녹아 있는데, 무엇이든 좋은지 안좋은지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 특유의 관점이라 할 수 있겠다. 과하다라는 건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다.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그 사랑이 쿵짝이 잘 맞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게 되면 자식 입장에서는 방목 혹은 간섭이라고 느낀다.

 

마찬가지로 내가 자식에게 정을 주는데 자식이 적당히 받아 먹으면 괜찮은데 과하게 받아 먹길 원하면 신경을 많이 써서 내가 쇠약하게 된다.

이리하여 나에게 도움을 주는 기운을 일반적으로 印이라고 하는데 음대음 혹은 양대양으로 쿵짝이 잘 맞지 않은 인을 치우쳐 있다 하여 편인偏印이라 하고, 양대음 음대양으로 적당한 인을 正印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도움을 주는 기운을 식食이라 하는데, 아이는 밥을 원하므로 밥 식이 들어간다.

여기서도 치우친 식을 상관傷官이라 하고 적당한 식을 식신食神이라 한다.
준다는 관점에서는 쿵짝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게 좋지 않은 셈이다.

내가 정을 주는 아이가 내가 밥을 주고 싶을 때 잘 받아먹으면 정준하처럼 밥 잘 먹는 귀염둥이 식신이 되고, 그렇지 않고 시시때때로 밥 달라고 조르면 여명 입장에서 官을 남편으로 보는데, 남편 밥 차려주기보다는 자식 밥 차려주느라 바쁘기에 남편의 기분이 상傷하므로 상관이라 한다.

음화인 丁의 입장에서는 양목인 甲이 정인이 되고 음목인 乙이 편인이 되며, 음토인 己는 식신이 되며 양토인 戊는 상관이 된다. 나머지도 똑같이 유추하면 된다.

받아 먹을 땐 음양의 짝이 맞는 편이 좋고, 내어 줄 땐 음양의 짝이 맞지 편이 좋다.

다음으로 극이라는 입장에서 보자.
극을 당한다라는 것은 언뜻 기분이 좋은 단어는 아니지만, 사람은 어디든 소속이 되어야 안정감을 제공받게 된다.

직장에 소속되어 부림을 당하는 것은 당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장이 그에게 보호의 울타리를 쳐주는 이치와 같다.
다만, 부림을 당할 때 기분 좋게 부림을 당해야지, 폭력성이 가미된 부림은 심히 언짢다.

이럴 땐 도망 가고 싶어진다.
더불어 하극상 패키지도 선물하고 싶어진다.

입장을 바꾸어 나 또한 극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 때에도 좋게 좋게 타일러 나의 소속으로 만드는 타입이 있을 것이며, 독재자 스타일로 군림하려 하는 형태가 있을 것이다.

화는 수에 의해 극을 받고 금을 극하는데, 이 때에도 음양이 있어, 극을 받을 때는 동일한 음대음 혹은 양대양이 폭력성이 가미된 극으로 인지된다.

 

극을 주고 받는 관계에서는 음대음 양대양이 치우친 관계가 되며, 받을 때도 그러하다. 오직 내어줄 때만 음대음 양대양이 적당한 관계가 된다.  

나에게 극을 통하여 스트레스를 주는 기운을 일반적으로 官이라 한다.

 

丁은 음수인 癸에게 심한 극을 받으며 이를 치우친 관이라 하여 편관偏官이라 하고, 내가 극을 하여 스트레스 주는 기운을 財라 하는데 음금인 辛을 심하게 극하여 편재偏財라 한다.

반면 음화인 丁이 양수인 壬을 보면 음양의 짝이 맞게 丁을 다루려고 하므로 正官이라 하고 음양의 짝이 맞게 극하려는 기운을 正財라고 한다.

오행의 관점에서 인생이란 이렇게 도움을 주고 받거나 군림하거나 고개 숙이거나의 반복이고, 음양의 관점이 가미되면 과하게 정을 주어 쎄가 빠진다거나, 압제자를 만나 고통이구나 등등의 희기적인 스토리가 들어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나와 동등한 관계, 즉 화가 화를 보는 경우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하는데, 나와 동등한 관계는 보통 형제 친구가 된다.

친구 중에서도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가 있는데. 위기 상황에서 내게 도움을 주는 친구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도 있다.

 

같은 친구인데 내게 심리적인 박탈감을 안기거나 애인을 채가거나 하는 이상한 친구도 있다.   

동등한 관계를 보통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에서 비比라고 하는데, 음대음이나 양대양처럼, 음양이 동일하면 비견比肩이라 하여 다만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이지만, 음양이 다르면 이 놈은 나랑 파장이 다른 녀석이라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놈이 되어 나쁜 친구로의 의미가 더 큰 겁재劫財가 된다.

時   日   月   年  

丙      甲   壬  
午   酉      辰  


그렇다면, 正은 좋은 것이 되고 偏은 나쁜 것이 되는 것 같다.

 

위 사주에서 丁을 중심에 놓고 甲은 정인이 되고, 壬은 정관이 되고, 丙은 겁재가 되는데, 겁재는 나쁜 놈이라서 친구 만나면 안되고, 甲은 정인이라 나를 쿵짝이 맞게 생해주는 좋은 엄마로 보면 되고, 壬은 정관이라 여명이라면 좋은 남편 만나겠네가 되겠지만, 그래서 이 사람은 친구만 빼고는 인간관계가 얼추 잘 돌아갈 것 같지만 그게 꼭 그렇지는 않다.

정말로 아쉽게도, 애석하고 가슴 아프게도, 위에서 정편을 언급해놓은 건 어디까지나 1차적인 분류의 따름이라는 것이 명리를 어렵게 한다.

동양철학은 끊임없이 변화를 논한다.
변화를 논하는 학문이 어떤 고정된 틀에 집착하여서만은 안된다.

물론 1차적인 분류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주 구조에 따라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땐, 도와주는 기운이 있어야 되므로 편인도 정인 역할을 하고, 겁재도 내 어깨의 힘을 북돋워주는 비견 역할을 한다.

따라서 1차적인 의미에서의 정편에 국한하지 않고 사주 구조에 따라 정편이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본질적인 것은 해당 사주체가 각 글자를 어떻게 인지하고 살아가는가가 된다.

 

예컨대 여명에게 자신을 극하는 기운은 남편으로 작용하는데, 똑같은 사주라 하더라도 하늘의 壬을 남편으로 인지하는지, 辰은 乙癸戊의 하늘의 세 글자가 모여 이루어진 글자인데 辰 안의 癸를 남편으로 인지하는지, 그것도 년에 있는 辰 안의 癸인지, 월에 있는 辰의 癸를 남편으로 인지 하느냐에 따라 각각의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

이것이 동일사주의 다른 인생을 풀 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된다.

위 사주는 월에 辰이라는 글자가 놓여 있다.
월을 격으로 잡는다고 했다.

辰은 乙癸戊가 모여 형성된 글자이긴 하지만 戊가 가장 중심이 되는 글자가 된다.
丁 입장에서 戊는 음양이 다르고 내가 도와주야 하는 글자이므로 1차적인 의미에서의 傷官이 된다.

남편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내 아이에 신경을 써야 하는 기운이다.
그렇다면 이 사주는 상관격이 된다.

그러나 동일한 사주에서 상관격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이를 식신으로 인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까.

식신격으로 살아가든 상관격으로 살아가든 사실 별 차이는 없다.
문제는 정관을 편관으로 인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편관을 정관으로 인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월을 중심으로 사주를 푸는 방법은 결국 월의 음양을 맞춰주는 일에 다름이 아니다.
때문에 그 사람이 해당 월의 기운을 어떻게 인지하고 살아가고 있느냐가 가장 중심이 된다.

따라서 어떠한 사주를 보든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접근해 가야 한다.

사실 위의 사주는 천간의 임수가 격이 될 수도 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따지고 보면 위 사주는 식신, 상관, 정관, 편관이라는 네 개의 격으로 어떤 차원으로든 튈 수 있는 사주이다.

저 사주는 식신격이 되든 상관격이 되든 편관격이 되든 파격이 될 가능성이 크고, 정관격이 되면 관인상생하여 성격이 된다.

한 마디로 한 개인이 자신의 사주의 글자를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주 안에서도 성격 파격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같은 사주를 놓고 이건 왜 성공했는데, 이건 왜 망했지?가 설명이 된다. 그래서 사주 안에 답이 있기도 하고 답이 없기도 하다.

머리가 참 복잡한데, 그러나 알고 보면 절대 어렵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에겐 지성이 있기 때문이죠.

Comments

상당히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네, 사주 안에 많은 가능성/포텐샬이 있으므로, 딱 운명이 정해진것은 아니라고 동의합니다. 인간 누구나 유전자로는 가능성이 많은데, 어느 유전자가 발현하는냐로 재능이 나타나고 병이 생기죠.... 그렇지만, 사주에 있는 성분만을 쓸수있으므로, 그래도 사주에서 재주, 가능성, 적성을 봐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