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신운에 있을 때는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냐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세상이 원망스럽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싶은데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없다.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붙이고, 끝없는 자책과 자괴감 속에서 허우적댄다.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조차 모르겠고,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고통만 쌓여간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이 상태를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데 그 방법이 없으니 더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신대운에는 운이 나쁜 것뿐만 아니라 멘탈도 더 나락으로 알아서 직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데 용신운에 접어들면 신기하게도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힘든 건 똑같고, 과거의 상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뭔가 태도가 달라진다.
마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처럼, 그동안 애써 부정해왔던 나 자신을 인정하게 된다.
그동안 겪었던 모든 상처, 후회, 절망, 실패... 그게 다 나였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 거다.
이전까지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해?"라며 세상 탓, 운명 탓, 남 탓을 했지만, 이제는 그냥 "이게 나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느낌.
근데 이게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진짜로 내가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내 안에서 억누르고 있던 것들, 부정했던 감정들, 회피했던 기억들이 하나씩 정리되면서, 비로소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겪은 고통과 분리될 수 없다.
내 과거의 모든 아픔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거고, 내 정신의 한계는 곧 내가 겪은 고통의 크기다.
근데 기신운에는 이걸 인정할 수 없어서 계속해서 발버둥 치고, 부정하고, 도망가려고 한다.
용신운이 오면 그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어느 순간 그게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중요한 건, 세상 어디에도 우리가 겪은 고난과 눈물을 보상해 줄 곳은 없다는 거다.
종교, 운명, 내세... 아무리 믿어도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내 아픔은 오롯이 내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신운이 오면 그걸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걸 깨닫는 순간부터 묘하게도 삶이 조금은 편해진다.
현실은 그대로인데도,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덜 괴롭다.
남들 눈에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거다.
이제 더 이상 억지로 뭔가를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나를 가둬놓고 있던 생각들이 깨지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되면, 그때부터 삶이 좀 더 가벼워진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그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기다.
근데 이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남들이 좋은 말 해줘도, 내가 직접 겪고 깨닫지 않으면 소용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시기가 오고, 그때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어차피 인생은 끝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용신대운에는 내가 그동안 겪었던 고통들의 정신의 한계치가 넘어버리고 껍질이 벗겨지면서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