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 공부를 처음 시작하던 시점, 닥치고 명리서를 읽어 나가던 그 때, 어김없이 내 손을 지나갔던 책 중에 자평진전이 있었다.
난해하기만 했던 명리의 세계에서 자평진전은 뭔가 색다른 느낌이 있었는데, 마치 근의 공식처럼 쫙 짜여진 공식이 명리에도 있다는, 그래서 좀더 손쉽게 명리를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렴풋한 확신 같은 것을 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사길신은 순용하고, 사흉신은 역용하는데, 칠살격은 제복하는 식신이 있으면 좋고, 순용하는 정관격은 재나 인성이 있으면 좋다는, 뭔가 이해도 잘 되고 외우기도 쉬운 공식들을 부지런히 나열하고 있었다.
상관패인이라든지, 재투칠살이라든지, 양인로살이라든지, 처음 듣기에도 생경한 용어들을 A4에 간단하게 정리해놓은 자료 또한 떠돌고 있어서 이것만 외우면 되겠지 싶어서 열심히 면벽수행하듯 바라보고, 외우고 다녔던 생각도 난다.
그런데 나는 곧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막상 외워놓고 나니 이걸 어디에 써먹어야할지를 모르겠고, 두 번째로 도대체 성격成格이 되면 뭐가 좋은지, 파격이 되면 어떻게 안 좋은지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패중유성, 성중유패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건 또 어떻게 써먹어야 되는지도 오리무중이었다.
이 세계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단지 공식들만이 나돌 뿐이었고 활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누구도 입을 닫고 있었다ㅠㅠ
내가 겨우 찾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성격이 되면 그릇이 커진다라는 것 정도. 성격이 되면 A급, 패중유성은 B급, 성중유패는 C급, 파격은 D급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이 또한 뭔가 겉돌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뭔가가 있는데, 더 있을 텐데 하는 의구심이 날마다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은 계기로 고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이지 내게 행운이 아니라 할 수가 없다.
고전은 아름답고, 고전은 즐겁다.
* 재격
자평진전에서 격은 오로지 월령에서 구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월에서 일간과 동일한 오행을 본 경우에 한정한다. 혹은 진술축미월생의 경우 천간으로 투간한 글자를 격으로 잡기도 한다.
경신금이 인묘월에 나면 재격. 경신금이 진월에 났는데 천간에 을목이 뜨면 재격. 경신금이 신유월에 났는데 천간에 관이 없고 재성이 떴으면 재격. 이런 식이다.
혹은 경신금이 해월에 나서 지지에서 묘미를 보면 이 또한 재격이 된다.
재격은 재성이라는 사회적인 그릇을 타고 났음을 의미한다.
재성은 무엇을 의미하나. 돈, 부친, 일의 결과. 남명에게 재성은 여복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근묘화실상 월이라는 위치는 부친덕에 더 가깝다.
재격은 순용의 격국이다.
여기서 순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함 알아보자.
자평진전에서 재격을 다루면서, 식상으로 상생해야 하거나 관성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이 주된 골자라고 한다.
여기서 무엇이 상생하는 것이고 무엇이 보호하는 것인지의 개념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역용하는 격국에 대한 설명을 통하여 상대적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상관격은 인성으로 극제하고, 칠살격은 식상으로 극제하고, 양인격은 관살로 극제해야 한다고 한다.
역용하는 격이 이처럼 극제를 통해서 흉신을 써먹는 것이라면, 순용하는 격은 극제가 아니라 보호하고 상생하는 느낌으로 간다.
즉, 재성을 극제하는 것은 비겁이 된다. 비겁의 극제로부터 재성을 잘 보호해서 써먹자. 그러기 위한 식상과 정관의 도움이 요청된다.
이는 재격이 파격되는 요인을 설명해놓은 장에서 또한 캐치해낼 수 있는데, 재가 경미하고 비겁이 많은 경우 파격이 되고 이를 위한 구응의 방법으로 식상을 통해 비겁과 재성 사이의 다리를 놓아주거나, 혹은 관살로 비겁을 제지하는 경우를 적시해놓았다.
즉 재성이 성격되기 위해 식상을 필요로 하는 것은 비겁이 재를 위협할 때 비겁의 힘이 식상을 통해 재성으로 나아감을 돕기 위함이고, 관살을 필요로 하는 것은 관살이 재성에게 위협이 되는 비겁을 제지하기 때문이다.
식상생재는 또 한편 재밌는 관계를 맺어주는데, 식신을 파극시키는 것은 인성이 된다.
이 때 인성을 재극인으로 막아주는 것이 재성의 역할이 된다.
식신은 비겁으로부터 재성을 보호하고, 재성은 인성으로부터 식신을 보호한다.
마찬가지로 재생관은 관에게 위협이 되는 상관으로부터 재성이 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상관아 정관을 극하지 말고 나를 통해 상관생재한 다음 재생관하렴 하는 느낌이다.
식상생재가 되면, 재격이 식상을 통해 보호되고 상생이 되니, 재격은 결과를 잘 보는 운이 되니 노력한 것의 결과를 잘 보는 사주가 된다.
사업가 혹은 프리미엄급 기술자가 되는데, 다르게 보면 재성은 부친이 되고 식상은 친할머니가 되어 친가의 덕을 보는 사주가 되고, 식상은 재성의 인성이 되니 인성은 임명장, 부친의 임명장이 뛰어난 경우를 보게 된다.
굳이 사주만 좋고 식상생재가 되는가 안되는가를 따지기보다는 몇 가지 그 사람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징후를 통해 성격과 파격을 구분하는 편이 더 적효하리란 생각을 한다.
다른 걸 떠나 재격이 파격되면 먼저 부친의 활동성부터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생관으로 성격되면, 부친의 덕에 의하여 순조롭게 관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요즘 시대에 자기 손으로 돈 벌어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이 많은데, 재생관은 이와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이 때 남자의 경우와 여자의 경우가 다르다.
남명의 경우 사회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재생관이 순조로운 직장생활을 암시하는 반면, 여명의 경우는 직장생활보다는 부친의 덕을 입어 신부수업하다가 괜찮은 남자 만나 시집가는 형태가 더 자연스럽다.
부친의 덕이 없는 여명이 주로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여명 입장에서 재성은 시어머니이기도 해서 재생관으로 성격될 경우 양갓집의 규수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재격은 식상생재, 재생관으로 성격되는 것이 큰 구도이고, 인성으로 성격되는 경우 또한 있다.
이 때는 재와 인성을 고루 쓰기 때문에 부친과 모친의 사랑을 고루 받고, 인성이 의미하는 학업성과 재성이 의미하는 현실성을 고루 갖춘 형태가 된다.
양친이 모두 잘 나가고 본인은 금융이나 부동산, 경제학 쪽으로 나아간다.
문제는 재와 인성이 가까이 있으면 재극인이 되어 오히려 흉하다는 것인데, 부친과 모친이 싸우는 것이니 양친의 이혼이나 별거부터 체크해 들어가야 한다.
재극인의 또 하나의 증상은, 돈과 학업성이 싸우는 것이니 학업과 관련하여 경제적인 뒷받침을 얻기가 쉽지 않아 힘들게 고학하는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이래서 재성이 인성으로 성격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평의 논리를 보면, 주로 사길신은 서로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데, 재관인식이 서로를 통해서 성격되면서 그러나 재와 인이 서로 싸우고, 관과 식이 서로 싸우고, 인과 식이 서로 싸우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띠고 있다.
재격이 파격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재생살. 재는 관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관 또한 재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데, 재가 살을 만나는 경우, 자신을 괴롭히는 살을 재가 오히려 관을 본 것처럼 보호하게 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된다.
특히 여명에서 재생살의 비극은 슬프게 드러나는데, 살이 되어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를 자신의 재, 돈으로 보호하는 경우가 된다.
돈 벌어서 미래 없는 남자에게 투자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남명의 경우는 허명을 위해 재산을 낭비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남명에게 살은 자식이 되어, 골칫거리가 되는 자식을 끊임없이 뒷받침해줘야 하는 경우의 수 또한 포착된다.
둘째는 재가 많은 비겁으로 인해 파격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재성이 건강이 되어 실제로 자신의 건강에서 위험 신호로 나타날 수 있고, 재성 부친 입장에서는 비겁이 관살이 되어, 부친이 관재수를 겪었다든지, 혹은 자신과 형제가 세상에 나온 이후 부친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때 식상이나 정관을 보아 비겁으로부터 재성이 보호되고 있다면, 패중유성이 되어 초년에 고생하나 훗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재생살로 재격이 파격되었는데 식상을 보아 살이 제복되고 있으면 이를 패중유성이라고 하여 구제되는 측면이 있는데, 여명 입장에서 미래가 없는 남자에게 돈을 투자하다가 자식을 낳고 남자가 정신을 차리는 케이스에 해당한다.
반대로 재생관으로 성격되었는데 정관이 식상을 보아 제극 당하는 경우, 이는 성중유패로서 양갓댁 규수가 자식 낳고 무서운 것이 없어져서 시댁을 뛰쳐나오는 경우에 해당한다.
정리하자, 재격은 식상 정관 그리고 인성으로 인해서 성격되나, 격국의 묘용은 성중유패 패중유성에 있어서, 정관으로 성격되었을 경우 오히려 식상을 보는 것이 두렵고, 칠살로 파격이 되었을 경우에는 원국에서 우선 식상을 찾고 식상이 없는 경우에는 대세운에서 열심히 식상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러나 팔자 안에서 재격이 관을 보고 성격되었는지 이게 살로 작용하는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그 사람이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파악하는 편이 훨씬 쉽다.
단지 그 활용법을 몰라서 헤매는것이지요
적천수 궁통보감을 우선시하시는 분들이계신데 사실 자평진전을 모르고선 그나머지는 다 사상누각인데 자평진전만 잘다뤄도 무림고수반열에 오를수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