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과 역술인의 차이점

종교인과 역술인의 차이점

G 첩첩산중 1 2,224 2024.10.22 03:49

희망팔이를 하시려면 종교인이 되어야지, 역술을 하면 안 됩니다.

전 재산 다 투자하여 사업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준답시고 "다 잘될 겁니다, 대박 날 겁니다."라고 말하다가 망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암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잠시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거니 곧 좋아질 겁니다."라고 말하다가 초기를 지나 말기가 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궁합상 바람기가 다분한 남자친구와 혼인하려는 것이 보이는데 "남편복 좋고 서로 해로하며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다가 바람나고 가정이 깨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담자 입장에서는 이런 모든 것이 막말, 악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분 나쁜 일이겠지요.

사주는 음양을 보는 것입니다. 밝고 좋은, 기분 좋은 아첨을 하는 곳이 아니라 빛과 어둠을 둘 다 보는 것입니다. 희망과 용기를 원하시면 교회나 절로 가셔야 합니다. 술사와 종교인은 다릅니다.

종교인이 어둔 밤길의 달빛이 되어 길을 밝히는 존재라면, 술사는 맑은 거울처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것입니다.

이것을 간과하고 술사가 종교인 흉내를 내려는 순간, 술사로서의 기본 틀이 깨지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이것이 이단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알 만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 술사들도 현장에서 좋은 말만 하면 도리어 그런 내담자들이 주변에 소개를 더 많이 해주고 돈도 더 벌어다줍니다. 반면에 안 좋은 말을 들은 일부 내담자는 개선할 생각은 안 하고 술사와 적이 되어 악의적인 험담으로 무고를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 말고도 현업 술사라면 누구나 겪는 딜레마입니다.

이걸 알면서도 역술인은 좋다, 나쁘다, 해라, 말아라라는 답을 던집니다. 그게 역술이고, 지금껏 모든 고수들이 그렇게 해왔습니다.

어설프게 이런저런 말로 때우거나 희망만 준답시고 순간적으로 내담자의 기분을 맞추는 것은 술업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다 잘못되면 어떡하겠습니까? 명리는 심리 상담이 아닙니다. 된다, 안 된다, 이게 끝입니다. 내담자가 원하는 것도 된다, 안 된다, 이게 끝입니다.

명리가 이단화되어 가는 이런 현상들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된다, 안 된다'라는 명확성을 가지고 답변을 주려면 확실한 실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일부 술사들은 그게 안 되기에 말로 때우는 것입니다. 이건 저 역시 마찬가지로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대 도사의 통변이 어설프게 말로 때우는 것을 보셨습니까? 된다, 안 된다가 누구보다 확실했던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감명집이나 저서 어디에도 희망 고문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내일은 비가 내릴 것입니다. 우산 꼭 챙기고 나가십시오. 이게 명리입니다.

"걱정 마세요, 내일도 화창할 겁니다. 우산 필요 없습니다." 이게 명리가 아닙니다.

단, 비가 올지 안 올지 알려면 시간과 실력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과 실력을 쌓기 위한 노력이 어마무시하기에 대부분의 술사들이 중간에서 포기하고, 그러다 보니 "명리는 된다, 안 된다가 아니다"라는 합리화에 자신을 가두는 것입니다. 

 

이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을 때, 된다 안 된다는 이분법적인 답변을 못 줄 때가 많습니다. 다만, 저는 이걸 부끄러워하지 합리화하지는 않습니다.

술사로서 내담자에게 된다, 안 된다라는 확실한 답변을 못 주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 말로 때우며 합리화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주 질문들을 잘 보십시오. 대부분이

- 저 합격하나요?

- 저 이번에 임신될까요?

- 저 이번 사업 잘될까요?

- 저 이번 승진될까요?

- 저 이번에 매매될까요?

- 저 이번에 이사 가능할까요?

- 저 이번에 주식 오를까요?

- 우리 어머니 이번 수술 잘될까요?

모두 된다, 안 된다를 원하는 질문들입니다.

이래도 명리술사로서 명리는 된다, 안 된다 호불호가 아니라 하실런지요? 설령 틀리더라도 저런 질문들에 된다, 안 된다는 말을 못 해준다면, 그건 술사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악담이라는 범주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일 수 있습니다.

"쌤, 저 이번 시험 정말 중요한데 어찌될까요?"

"불리합니다. 떨어질 확률이 많으니 지금보다 배는 노력하셔야 희망이 살짝 있습니다."

이런 내담자는 둘로 나뉩니다.

"아, 내 시험운이 불리하니 진짜 미친 듯 더 노력해야겠구나."

"저런 돌팔이 사기꾼 술사가 내게 악담하네."

이건 악담일까요? 술사로서 선담일까요?

여기까지 지극히 제 개인적인 모자란 생각이었습니다. 이견이 있으시다면 존중합니다.

Comments

G 오복 2024.10.22 03:50
동감이에요
다른 사주 커뮤니티 질문에서도 사업을 시작할까요란 질문에 다들 긍정적인 답변을 하길래 아무말 안했는데

그분 몇개월뒤에 사업을 시작해서 매달 손해를 보고 있어서 빚만지고 접을까말까 고민한다, 괴롭다는글 올리는걸 보고 정말 사주는 솔직해져야지 희망고문만 했다간 안된다는걸 느꼈어요

첩첩산중님 솔직해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