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나고 나면 전날에 내가 꾼것이 예지몽이었구나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처음에는 그것이 예지몽인지 긴가 민가 하다가 지나고 나면 신기했는데 일년에 한두번씩 벌써 네번째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이 현실이 되고 나면 그게 이일이었구나. 하고 뒷북을 치는 수준이다.
그전에 꾼 꿈들은 나쁜 일이었기에 내가 미리 좀더 정확하게 인지했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요즘은 몇일 몇가지 이상한 꿈들을 계속해서 꾸었다.
두번은 집에 있는 줄도 모르던 강아지가 생각나 집에 가보면 아끼던 강아지가 굶어서 비실 거리며 개집에서 나와 목욕 시키고 먹이니 기사회생 하는 꿈
그저께는 내가 낳은 젖먹이 아기를 아쉬워 하면서 이웃에게 키워달라고 맡기는 꿈, 그것도 나는 미련이 남아 있는데 언니가 반 강제적으로 뺏어서 같다 줌.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저께
인천에 있을때 그림을 그리던 화실 안쪽의 문앞에 그림자 세개가 서 있는데 액자속에 있는 것이 그림이다.
선생님, 나, 또 한사람 학인... 나는 화실 문 맞은편에서 방화문과 벽앞에 자연스럽게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자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누군가 문을 힘차게 두르렸다. 쾅쾅~ 쾅쾅쾅~~
누구지? 내가 의아해 하는 동안 다시 쾅쾅쾅~~ 두드린다.
"무슨 일이죠?" 문앞에 그림자 그림은 어느새 사라지고
문이 열리자 눈이 크고 통통한 얼굴의 여자가 클로우즈업 되고 나를 똑똑히 보면서 당당하게 말한다.
"씨앗 받으러 왔어요"
"네? 무슨"
"일전에 말했던 씨앗 말이예요."
나는 영문도 모르게 씨앗을 건네준다.
그리고 잠이 깼다.
엉? 이게 뭐지, 잠이 깨고도 그 여자의 커다란 얼굴이, 눈이 너무도 당당한 표정이 떠오르지만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강화에 온지 2년째 두문불출,
두어달 전에 전등사에 갔다가 왠일인지 찻집에 들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집에 들리기 싫어서 평소에 봐 두었던 갤러리까페에 들렀다가 까페쥔장과 눈이 맞았다. (동성임)
나보다 9살이나 연상인 정미일주 그녀, 첫 만남에 서너시간을 노닥 거리고 서로 묘한 인연을 느꼈다.
그분은 내가 까페 앞에 차에서 내릴때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내 그림을 보고 싶다고 한번 가져 오라고 했었는데 남에게 보이기 뭐해서 지금까지 미뤄두고 있었던 차였다.
꿈에서 깨어난 토요일,
토요일 마다 까페로 공부를 하러 가기로 약속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까페를 못 간지 두주나 지나버렸다.
오늘도 사실 가까운 친척 사무실 오픈식으로 수원에 가야 했는데 왠지 까페를 꼭 가고 싶어졌다.
오후에 째즈피아노 연주회 초대도 받았는데 거절하기도 미안하고 그래서 수원을 포기하고 먼지 수북한 그림 네점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룹전을 했지만 가까운 지인 외에는 보이지 않았던 작품들,
맘에 차지 않아 싸인도 하지 않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호평을 듣긴 했지만 스스로 미숙하다고 생각해 스승님 외에는 전문가에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네점이나 들고 갔을까?
그녀는 나의 작품을 아주 맘에 들어하면서 놀란 표정이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더 놀랐다.
대뜸 담주에 작가들 내놓은 작품들이 저렴하게 경매를 하는데 두어점을 팔 생각은 없느냐? 고 물었다.
미술의 대중화 라는 경매의 취지가 있어서 비싼 가격은 못 받겠지만 초기 작품들이니까 이름을 알리는 셈치고 내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저렴하지만 기존 작가들에게 처지지 않은 금액 정도는 받아 주겠다는 것이었다.
앗! 그 순간 꿈속의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이 얼굴...
내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일주일 정도만 그림을 갤러리에 두고 가란다.
계사년은 나에게 상관과 관이다. 용신과 희신...
어두운 서랍속의 나의 씨앗들은 이렇게 인연에 의해 뿌려지는 것일까?
天開於子, 地開於丑, 人生於寅
寅은 인연에서 따왔다고 한다.
인간은 인연에 의해 살아간다는 주역의 구절이 몸으로 느껴지는 하루다.
유독 예지몽을 잘 꾸는 분들이 계신데 사주를 보면 하늘의 기운이 있더라구요!
정말 좋은 계기가 되어 되었으면 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