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라는 말을 하잖아?
이 말에는 꽤 흥미로운 심리적, 생리적 이유가 숨어 있어.

많은 여자는 봄이 되면 기운이 솟고 마음이 설레면서 들뜬다고 하는데, 반대로 남자들은 가을이 되면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아.
심지어 무기력증 같은 증상도 나타나곤 하지.

이런 현상에 대해 의학계에서는 계절 변화에 따른 일조량, 풍향, 그리고 바이오리듬 등이 남녀 호르몬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어.
특히 성취 지향적인 남자들은 가을이라는 '결실의 계절'에서 성과와 관계없이 허탈감을 느끼며 우울해질 수 있다고 해.

이런 차이는 동양 철학에서도 음양(陰陽)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해.
음양은 눈에 보이는 물질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기운(氣)을 의미하거든.

세상의 모든 사물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한쪽이 발전하면 다른 쪽은 위축되는 법이야.
언덕이 생기면 그 언덕으로 인해 음지와 양지가 동시에 나타나듯,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는 거지.

주역(周易)에서는 세상의 모든 변화가 음과 양이라는 두 기운의 대립 작용에서 온다고 설명하고 있어.
음은 땅, 여자, 밤, 물, 그늘, 추움 등을 의미하고, 양은 하늘, 남자, 낮, 불, 밝음, 따뜻함 등을 뜻해.

일반적으로 수동적인 성질은 음에, 능동적인 성질은 양에 해당하지.

계절로 보자면 겨울이 음의 계절이고, 봄이 양의 기운을 품은 계절이야.
그래서 봄이 되면 양기가 태동하면서 여성들에게 활기를 주는 반면, 남성들은 가을에 음기가 찾아오면서 기운이 축소되고 기분이 어두워지는 거지.

이런 개념은 '춘녀추남(春女秋男)'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는데, 현대 의학 이전부터 존재했던 생각이야.
낮에 마시는 술이 더 빨리 취하는 이유도 낮에는 양기가 강해서 신진대사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의학적 근거가 있어.

동양에서는 낮이 양기의 시간이라 술이라는 양기 있는 음료와 만나서 더 빨리 취한다고 봤지.

흥미롭게도, 음의 기운이 양보다 강하다고 해.
그래서 남자가 많은 곳에 있는 여자는 오히려 활달하게 행동하게 되고, 여자가 많은 곳에 있는 남자는 음기때문에 주눅이 들게 되는 것도 음양의 영향을 받는 거라고 볼 수 있어.

음양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과학적, 철학적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설명할 수 있어.
남자와 여자가 계절을 타는 이유도 결국 이 음양의 법칙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

가을 우울증을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만 생각하지 마.
자연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중 하나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