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신의 "忌(기)"자는 꺼린다는 의미입니다.
즉, 팔자에서 말하는 기신이란 일간의 입장에서 꺼려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전적, 한자적 의미이고, 사주적 의미, 즉 용희기구한 논리로 치면 정확히 기신이란 용신을 극하는 것이 기신입니다.

가끔 초학자께서 팔자에 가장 많은 오행(旺시)이 기신인 줄 알고 계시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오행이 많아서 쏠린 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만, 사주 용어로는 그것은 기신이 아니고 팔자의 병(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병丙화의 병이 아니라 병들 때의 병을 말합니다.
실제로 병든다는 뜻이 아니라 사주의 병이란 뜻이고 약은 따로 있습니다.

물론 일부 사주는 팔자의 병과 기신이 겹치는 사주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기신과 가장 많은 오행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명조

庚甲甲丁
辰子寅卯 (가상의 명조)

예를 들어 이 사주는 시상일위귀격에 양인합살의 귀격이며, 시상 庚칠살이 용신입니다.
팔자에 木이 태왕합니다.

그러면 팔자의 가장 많은 木이 기신일까요? 아닙니다.
용신 庚을 극하는 丁이 기신입니다.

그럼 가장 많은 木은? 팔자의 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좋은 것은 아니지요.
즉, 위 명식은 木운이 와도 나쁜데, 그건 기신이라 나쁜 게 아니라 팔자의 병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木은 기신 火를 강하게 하니 木운이 좋지 않겠지요.

명조

丙乙己壬
子丑亥子 (가상의 명조)

이 사주는 수다목부입니다.
기土로 물을 막기엔 역부족이니 차라리 차가운 나무를 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寒木喜陽 혹은 假傷官格이라 합니다.
이 사주는 丙화가 용신입니다.

용신을 극하는 것이 기신이라 위에 기재해 드렸습니다.
水가 기신입니다.

이 경우는 팔자의 많은 오행과 기신이 일치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늘 팔자의 많은 오행이 기신이 아니라 무조건 용신을 극하는 것이 기신입니다.

이는 매우 기본적인 것이지만, 기초를 건너뛰고 독학을 하다 보면 이런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사주 용어란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대단한 고수의 책에 "기신이 충거되면 자연 발복하리라"라고 써 있다고 할 때, 사주 용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아, 가장 많은 오행이 내 기신이지. 그럼 그 놈 충극할 때 발복하나 보다." 이렇게 오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공부를 엉뚱하게 하게 된다는 것이죠.

어떤 학문이든 기초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듯합니다.
간단하지만 쉽게 건너뛰는 사주 용어를 기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