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신운 15년동안 처절하게 겪었다.
참고로 기신운이라고 다 좆망길로 들어가는건 아니다.

어떤 운에 어떤 행과 불행이 찾아올지는 다 각자의 사주구성에 따라 다르니까.
어떤사람은 직업운은 좋은데 재물운만 구릴 수도 있고 어떤사람은 사회적으로는 좋은데 가정적으로는 불행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심각하게 답답한 편중사주라서 운에서 용신을 치고 그 편중을 더 심화시키자 전체적인 인생망이 나타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노력해라 노력해라 그러는데 노력해도 안되는게 바로 기신운이며 불행이다.

기신운 때는 공부도 불가능하다.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흉운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공부는 정말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져서 오직 공부만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인게 최상이라 할 수 있다.

살아남기 서바이벌 하루살이 인생이라면 살아남는게 급선무지 공부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기신운에는 절대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없다.

집에서 갈구고 돈은 없고 건강은 안좋고 뭘 해도 맛가는게 진정한 흉운으로 그냥 신체를 온전히 보존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흉운일때 정신력 운운하면서 노력하다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 되어서 20대에 온갖 불치병(그냥 병이 아니라 불.치.병.이다)을 얻게 된 내 말이니 새겨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신대운때 나는 정말 지지리도 재수없고 인생 안풀리고 뭘해도 망으로 가고 집에서 까이고 인간관계에서 까이고 학교에서 까이고 졸업하니까 직장에서 까이고 돈은 없고 어딜가든 무시당하고 건강마저 안좋은 인생을 15년을 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저런 인생을 살 만한 환경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였다.
물론 0%의 가능성이었다는건 아니지만 내가 저런 인생으로 빠질 확률은 많이 쳐줘봤자 1%에 불과했지.

그런데 그 1%가 나타났다.

기신운 초반에 모든걸 잃은 나는 (멀쩡한 운에서 망대운으로 들어서면 그 들어서는 대운 첫해에 대형사건이 터지고 이어서 연달아 타격이 와 인생이 한순간에 ㅈ망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7년 정도는 주변을 약간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여기서 원망이란 이게 다 내탓은 하나도 없고 너네들 탓이야 하는 초딩논리 같은게 아니다.
나는 남탓을 아주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으로 자살기도를 몇번은 했던 그 시간동안 남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럴때마다 아니다, 이건 다 내 탓이다. 라고 생각하며 그런 의존주의적 발상을 지우려 애를 쓰곤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하도 갈구고 안그래도 죽을거같은데 진짜 뒤져봐라고 걷어차대니 그게 정말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내가 원망한건 내 불행이 아니라 난 이렇게 안그래도 죽을거같은데 왜 죽어가는 사람한테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려고 하는지 약자에 대한 세상의 태도와 나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모습이였다.

솔직히 증오의 마음이 안들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꽤 많이 지나고 흉운의 기운도 사그라들고 인생에 점차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자 아... 그래 그 모든게 다 내인생이고 정해진 한 조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흉운에서 호운으로 접어들면서 인생이 실제 바뀌기 시작한데서 느낀것도 있는데 나의 노력이나 태도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인생과 주변사람들의 대응이 달라지는걸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흉운이었을때는 내가 친절하고 착하게 살면 그야말로 호구취급에 니가 그러니까 인생이 막장이지 이런 반응이었는데 같은 사람들이 어느순간 갑자기 넌 그래 인격이 참 좋아. 훌륭한 사람이구나 로 바뀐다.
그게 딱 기신운 끝날때 그랬다.

또한 흉운이었을때 그렇게 나한테 모질게 굴고 못된 말 잔인한 말 서슴없이 내뱉던 사람들이 기신운이 끝나자 갑자기 너 정말 힘든가보구나. 너 이해해. 내가 도와줄수 있는거면 도와줄게. 난 네가 아픈걸 알고있단다. 로 태도가 변한다.

나의 인격은 차라리 흉운이 한창이었을때가 지금보다 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아직 덜 시달리고 때가 덜 타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본연의 모습을 완전히 잃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겪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르지만 너무 오랫동안 흉운에 시달리면 살아남기 위해서든 하도 볼꼴 못볼꼴 봐서든지 어쨌든지 성격이 차차 병신되고 그런 자신의 병신되는 모습에 조낸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살기위해서는 어쩔수가 없는 그런 딜레마를 겪는다.

또 흉운에서 호운으로 접어들면서 돈문제도 개선이 되는데 나는 흉운일때 길에서 군것질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다.
정말 찌질한 외모로만 다녔고 미용실은 1년에 한두번 정도 갔는데 그나마도 시장골목에 할머니들이나 다니는 엄청 싸구려 미용실을 다녔다.

사람들이 넌 왜 외모관리를 안하니? 그러니까 이모양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고 넌 왜 그렇게 사냐 인생에서 제일 아름다운 시기에 라는 말도 했다.
나는 꾸밀 줄 몰라서 그렇게 살았나? 돈이 없어서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흉운 끝나갈때쯤부터 갑자기 돈이 생기고 저축도 하고 주변에서 계속 맛있는거 사주면서 먹이려고 하고 아주 소액이지만 운용가능한 돈도 생기기 시작했다.

난 아직 흉운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고 1년 약간 안되게 있어야지 진짜 다음 대운으로 접어드는데 그동안의 일을 생각해보면 참 기가 막힌다.
생각해보면 너무 가슴아하서 생각 안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그 시간에 대한 슬픔이 너무너무 커서 지금의 나도 괴롭히는데,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때 나를 괴롭힌 모든 것들, 그리고 그에 대한 주변인들의 태도 하나까지도 전부 운명의 한조각이었다.

난 솔직히 전생 후생 이런게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태는 아닌 것 같고 일개 인간이 상상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아주 거대한 법칙이 있고 나도 거기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흉운때의 나와 지금의 나도 전생과 후생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시간들에 잃은 많은것들이 너무나도 가슴아프지만 이것으로 내 업보를 하나 지웠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무엇도 원망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를 책망하는것도 아니며 다른것을 탓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 지난일이다.

내가 겪어야 할 흉사를 드디어 하나 마쳤고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15년간 기신대운을 겪고 난 후 든 생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