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금(庚金)

<적천수> 경금(庚金)

G 일희일비 1 363 01.04 15:14

홍콩 느와르 영화를 보면, 늘 우울한 킬러가 나온다.
킬러는 무섭고 잔혹한데 한편으로 우울하고 연약하다.

거대 조직에 개처럼 이용 당하다 버려지는 킬러도 있었고, 마음 한 켠으로 로맨틱한 감성을 숨기고 있는 킬러도 있었다.
그들은 잔인할 땐 더 없이 잔인하지만, 부드러울 땐 솜처럼 부드러운 일면 또한 갖고 있었다.

흠 . . 그래야 이야기가 되는 거겠지.

홍콩 영화가 아니더라도 레옹이라는 캐릭터를 연상해볼 수 있겠다.
레옹은 킬러지만 한낱 소녀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경금을 생각할 때면 레옹을 떠올리게 된다.  

 
庚金帶殺 剛健爲最 得水而淸 得火而銳

경금대살 강건위최 득수이청 득화이예

土潤則生 土乾則脆 能嬴甲兄 輸於乙妹

토윤칙생 토건칙취 능영갑형 수어을매  


 
금은 화에서 수로 넘어가는 과정에 위치한다.
화려함을 뒤로 하고 어둠의 세계로 넘어가려니 금의 특징은 비장하고, 우수에 차 있다.  

 
庚金帶殺 剛健爲最

경금대살 강건위최


 
경금은 살기을 띠며 굳세기로는 최고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갔던 목은 빛을 바라보고 있기에 명랑하고 활기찼다.
금은 그 반대다. 금은 이제 잔치는 끝났으니 돌아가라고 한다.

그러나 잔치에 놀던 사람들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다.
맨날 놀기만 하면 다음을 기약하지 못한다.

한 번 놀고 말 건가? 그러나 여차저차 설득해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무토가 양운동의 극단이라면 기토는 음도 양도 아닌 것이 이놈 저놈 다 안아주다보니 좀 우물쭈물했었고, 경금은 실질적인 음운동의 시작으로서 그만하고 집에 가라고 분연히 노기를 내비친다.

그는 굽힐 수 없기에 강건하고, 때려서라도 집에 보내야 하므로 살성을 띤다.  


得水而淸 得火而銳

득수이청 득화이예


 
수를 얻어 맑아지고, 화를 얻어 예리해진다.
수를 얻어 맑아진다는데 맑음의 반대는 탁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음 . . 탁한 금이라 . . 탁한 금은 왠지 잘 쓸 수 없을 것 같다.

화를 이상이라 하고 수를 현실이라고 한다면 금은 여름에 태어난다.
금은 살기를 휘둘러야 하지만, 현실을 바라보기에 앞서 이상을 먼저 배우는 셈이다.

금은 살성을 얻었다 해서 무작위로 휘두르면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
금에게 있어 화는 정당성을 제공한다.

비록 현실을 향하여 금을 휘두르지만 금은 화에 의해 이상을 배우면서 자신의 명분을 얻어야 한다.
금이 화를 얻어 예리해진다는 건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이상을 품고 있는 금이거든.
그리고 자신의 이상이 분명한 금은 예리하게 먹혀들 수 있다.

그러니까 금에게 화는 살성을 휘두르기에 앞서 어떤 가치기준을 마련해준다.
그러나 명분만 분명하고 팔짱을 끼고 현실에서 활용되지 않는 금 또한 문제가 있다.

신금이라면 이미 완성된 보석과 같으니 팔짱을 끼고 있어도 사람들이 알아준다.
굳이 활용이 중요하지 않다.

신금은 활용성보다는 잘 반짝이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경금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위하여 활용되는 도끼와 같은 금이다.

경금이 수를 얻어 맑아진다는 말은 자신의 쓰임새를 말끔하게 다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러니까 경금은 화를 얻어 명분을 얻고, 수를 보아 현실적 유용성을 얻는다.

 
土潤則生 土乾則脆

토윤즉생 토건즉취


 
토가 윤택하면 생함을 얻고, 토가 건조하면 금이 물러진다.
단순히 토생금이라기보다는 토는 만물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

토는 경금의 지속적인 안정감을 만들어주는데 촉촉한 토가 좋다.
박청화 쌤은 팔자에 토가 없으면 그 자체를 역마라고 보라고 했다.

기댈 곳이 없고 안정감이 없으니 그러하다.

무토론에서는 무토가 수를 품어 만물을 생한다고 했고, 기토는 그 자체로 축축한 토가 된다.
수기를 품지 못해 건조한 토는 자궁을 품지 못한 어머니와도 같다.


能嬴甲兄 輸於乙妹

 

능영갑횽 수어을매

 
능히 갑횽을 제압하고, 을 누이에게는 정을 준다.

사실 경금의 목적은 얼마나 갑을 잘 쪼개는가에 있다. 호쾌하고 시원하게.
그러나 꽃에 대해서는 경금은 살성을 아껴둔다. 이 얼마나 레옹 스러운가.

레옹은 총을 겨눌 때 겨누더라도, 늘 화분을 들고 다니며 마틸다에게 정을 준다.
그러니 경금을 만났을 땐 갑목처럼 뻣뻣하기보다는 알랑방귀를 뽕뽕 뀌어주는 것이 좋은 처신이 될 것이다.

정리하자.
무서울 땐 무섭지만, 약한 것에는 정을 주는 레옹 같은 경금은 화를 통해 명분을 얻고 수를 통해 현실적 유용성을 얻는다.

촉촉한 토를 얻어 지속적인 안정감을 제공 받으며, 경금의 목적은 갑목을 얼마나 잘 쪼갤 것인가에 있다.

Comments

아휴~ 경금같은 큰아들은 꼭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 ㅎㅎ
촉촉한 토가 중요한 요소이군요. 또하나 배워갑니다.^^
적천수 넘 잼나요~~ 신금편도 기대됩니다.~~ 얼른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