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 지지론(寅卯辰) 3

사주팔자 지지론(寅卯辰) 3

G 설화 1 350 01.04 15:05


신은 원숭이다.
원숭이는 거의 사람이다.

영화 혹성 탈출을 보면 침팬지와 유인원에 의하여 인간이 지배되는 디스토피아가 그려진다.
음 . . 좀 섬뜩한 걸.

이박사의 노래 몽키 매직을 들으면, 원숭이가 디스코를 추는 장면이 나온다.
몽키몽키 매직 몽키 매직.

누가 인신사해의 글자가 아니랄까봐 원숭이도 날쌔게 잘 뛰어다닌다.
호랑이는 어흥 하면서 뛰어다녔고, 뱀은 구멍을 찾기 위해 분주했고, 원숭이는 거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서유기의 손오공은 요술의 달인이었고, 이에 더해 근두운까지 타고 돌아다닌다.
음, 원숭이 등에 날개 단 격이군.

신은 해묘미를 겁탈하니, 해묘미의 풋풋하고 발랄한 기질과는 거리가 멀다.
까불면 야 거기 조용. 도무지 철이 없단 말이시 콧방귀를 뀐다.

흠 원숭이라고 해서 딱히 철 들어보이지는 않는데 . . 손오공이 첨에 철 없다고 갇혔던 거 아니었나.

인오술은 어떨까.
인오술이 신을 보면 역마가 되어 눈치를 보다 못해 짐싸서 도망가야 한다.

흠 빛이 가는 길을 짐싸게 하니, 신이라는 친구는 목의 발랄함과 화의 눈부심을 영 내켜 하지 않는 모양이다.
발랄하지도 않고, 눈부신 것들도 도망가게 하니, 이런 것들과 연관하여 신이라는 글자는 요술의 달인이 되어 어둠의 세계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그러나 여기까지만 보면 이 친구는 너무 진지한 거 같다.
가을은 우수와 사색의 계절. 그나마 침울하지만 않으면 다행일 텐데. . .

진지하긴 해도 그래서 가을의 기운이긴 해도 이 친구도 역시 진짜 금의 운동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사유축이 신을 보면 망신을 당한다.

그럼 대체 너의 실체는 뭐니?

신은 목화를 좇아내는 가을 기운이지만 가슴에 임수를 품고 신자진으로 동조하고자 한다.
진지한데다 수의 침울함을 고루 갖췄다.

음 . . 강호에 비장한 전사가 나셨구만. 그가 한 마디 한다.

나는 슬픔을 머금고 이 검을 휘두르고자 하는 것이야.

디스코는 커녕, ㅎㅎ. 그렇다면 신이 동조하고 있는 수의 세계는 무엇일까.
수는 어둡다. 휴식과 어둠의 세계. 한편으로 생명의 세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 어떤 무의식의 세계.

신은 인간세계의 밤을 열어주는 심판의 검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밤에는 애정이 발생한다.

그의 검은 무섭지만 그의 손에는 다정함이 깃들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신체의 보이지 않는 곳에 문제가 생기면 엑스레이를 찍으러 간다.
화에 의해 드러날 것이 드러나고 분명해질 것이 분명해지면, 그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신은 이 병증을 보고 휴식을 해야 할 지 죽을지 살지를 판단한다.
마음 한 곳에 슬픔을 품고.

 


유는 닭이다.
닭은 가만 보고 있으면 참 섬세하고 도도하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봉긋 솟아오른 닭벼슬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사람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유는 흔히 보석이라고 한다.
가을의 결실이 완전히 무르익은 모습이기도 하고, 잘 익은 술을 담은 술독의 모양을 연상하기도 한다.

사위가 오면 가장 보석 같은 음식을 대접하는데 이 때 닭을 잡는다.
흠, 너무 어거지인가?

KFC 치킨을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치킨은 동서를 막론하고 사랑을 받는다.
나는 아직 닭고기 싫어하는 사람 보지 못했다. 역시 맛의 보물.

묘는 깡총깡총 뛰었고, 말은 다그닥다그닥이었다.
봄과 여름을 대표하는 글자라 그런지 활기찬 모습이 느껴지는데 닭은 어떻게 뛰는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닭은 자신을 잡으러 올 때가 아니면 걸음이 신중하다.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걸음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다.

닭은 날개를 가졌지만 오래 날지는 못한다.
날갯짓을 하다 똑 떨어진다.

열매가 익어 똑 떨어지는 모습을 여기서도 발견한다면 이 역시 어거지인가?

해묘미와는 반대 방향이니, 역시 발랄함과는 어긋나며 진지한 유금.
신금이 해묘미를 겁탈하듯 하여, 좀더 으르렁 거리는 기질이 있다면, 유금은 깔끔하게 스톱, 거기까지. 단칼로 제압.

그러나 신금이 인오술을 적대시했다면, 유금은 오를 만나면 도화의 짓을 하려 한다.
유금을 보석이라 하는데 괜히 보석이 아닌 셈이다.

신금은 인오술의 화려함을 물리치지만, 유금은 화려함을 좋아한다.
날 좀 비춰 달라고 알랑방귀를 뀐다.

유에서 병화는 죽고 정화는 생한다.
병화가 윤곽을 분명하게 한다면 정화는 자세하게 살핀다.

나를 자세하게 살펴주세요.
동시에 무토가 죽고 기토가 생한다.

무식하게 다루지 말고 부드럽게 다뤄주세요.

신금은 수를 여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신금은 어둠의 세계를 직시하고 있는데, 유금은 신자진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알랑방귀를 뀌게 한다.

크게 관심은 없는데 너네들이 놀다 가려면 놀다 가라는 태도이다.

하여 신금이 좀더 묵시록적인 태도라면 유금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자신의 예리함, 분명함, 날카로움, 반짝거림, 완성된 금으로서의 여유.

화가 이상이며 명예라면, 수는 현실이며 생활이다.
신금은 현실과 생활에 연관을 짓고 있다. 그래서 생활에 유용한 기계의 물상이 된다.

그러나 유금은 좀 다르다.
같은 금속이라도 금속 자체의 아름다움이란 것이 있다.

그것은 생활에 쓰기 보다는 그저 장식이라든지 관상용으로 가만 두고 바라보고만 싶어진다.

다이아몬드는 장식품이지만, 굉장히 단단하여 뭔가를 자를 때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때에도 다이아몬드의 몸값은 여전히 높다.

생활에 활용될 때에도 생활을 위해서 쓰이는 기계가 아니라, 다이아몬드가 중심을 잡고 있고 잘라져야 할 것들이 그에 머물렀다 가는 느낌이다.

목각 인형을 만든다고 치자.
이 때 큰 나무를 대강 손질하는데는 신금의 손이 들어간다.

그리고 세밀한 작업은 유금에서 완성된다.
신금이 도끼라면 유금은 단도. 신금이 장검을 휘두르는 비장한 전사라면 유금은 무예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다 어느 순간 단칼에 끝을 보는 싸늘한 미소의 승부사.

신금이 큰 줄기에서 검을 휘두른다면, 유금은 요목조목 따지고 들어간다.
그래서 유금은 도도하다.

굵직한 작업보다는 세공하거나 디테일한 작업이 더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신금은 스케일이라는 점에 있어서 이점이 있고, 유금은 세련미라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술은 개다.
인오술은 빛이 가는 길이다.

범 말 개의 조합인데, 이 세 동물은 모두 네 발을 땅에 짚고 재빠르게 달리는 동물이다.
범이 어흥하며 맹렬하게 달린다면, 말은 달리기에 최적화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개는 어떤가?
달릴 때 보면 잘 달리는 것 같기는 한데 딱히 달리기 위해 태어난 것 같지도 않고 뭔가 좀 어설프다는 느낌이 있다.

주의도 산만하고 이리로 가는가 싶으면 저리로 가고, 달릴 때 달리더라도 털털 걸으면서 좀 서성인다는 느낌도 있다.

술의 특징 역시 진술축미의 글자 답게 이도저도 아닌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며, 화의 운동성을 띄는 한편으로 목에 대해서는 을목을 입고 시키는 역할도 한다.

술은 신자진과는 반대방향으로 흐른다.
추운 겨울을 열어주는 글자이면서도 밝음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병화를 입고 시키고 정화를 배양하는 역할을 하므로 밝음보다는 따뜻함에 포인트를 둔다.

술은 을목과 병화를 입묘시키는데, 아름다운 꽃과 밝은 빛을 가슴에 묻고 있으니, 인생의 절정기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의 글자이기도 하다.
하루 중 술시가 되면 태앙이 지고, 밤을 준비하는데 하루의 노곤을 풀면서 재밌었고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흔히 술해를 천문天門이라고 하는데, 하늘로 들어가는 문으로서 도 닦는 글자라 하여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나 정도 있어줘도 좋다고들 이야기를 한다.

술은 밤을 연다.
인생에 있어서도 낮을 마감하고 태양이 떠 있는 동안 활동했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반성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반성은커녕 이 시간부터 하루의 절정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술은 정화를 배양한다.
태양이 떠 있을 때의 따뜻함을 쏘맥의 열기로 대체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술은 진이라는 글자와 비교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데, 진이 수의 운동을 마감하며 여름으로 도약하려 한다면, 술은 화의 운동을 마감하며 겨울로 번지 점프를 한다.

진이 용 답게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글자라면 술은 떨어지는 글자이기에 어딘가 울적하고 비감에 찬 느낌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다.

진이 날아오르려는 화려함의 이면에 슬픔을 품고 있고, 술은 슬픔으로 빠져들면서도 가슴에 명랑성을 품고 있다.
안녕,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겪을 걸 다 겪었고 나는 추억을 품고 갑니다. 기쁜 마음으로 굿바이.

여러 복잡한 사연을 품고 있는 술이라는 글자인데, 그러나 기본적으로 가을에 해당하는 글자이다.

신유술은 가을의 냉정함을 대표한다.

광어를 잡는다고 치자.
신이 두꺼운 칼로 광어의 목숨을 끊으면, 유가 사시미를 뜬다.

술은 냉장고에 들어가기 전 랩을 씌워 화려함을 덮고 포장을 한다.
꽁치캔 포장하는 순간을 생각해도 되겠다.

무공으로 치면, 예전에 드래곤볼에서 무천도사가 피콜로 대마왕을 잡으려고 마봉파라는 기술을 시전하는 순간을 떠올려도 되겠다. 신유금이 칼들고 설쳤다면, 술은 일종의 봉인 기술인 셈이다.

기쁜 마음으로 굿바이.    

Comments

지지의 신유술 설명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본인 원국에 뭐가 있냐 없냐에 따라 더욱 눈이 가는거 같아요
신이 2개나 있어서 인지..
신의 설명에서..
'나는 슬픔을 머금고 이 검을 휘두르고자하는 것이야'라는 문구가 와 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