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와 겨울

사주팔자와 겨울

G 설화 1 567 2023.11.18 15:08

잔치는 끝났다.
라면 실컷 잘 끓였고, 평가도 끝났다.

이제 다시 봄을 준비할 때이고, 봄에 대비하여 새로운 꿈을 품을 때이다.  

금에 의하여 딱딱해진 결실은 잘 수확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씨앗이 남아 수에 의하여 응축이 되면서 스프링의 탄성을 자신 안에 간직하게 된다.

다시 거대한 음의 기운이 대지를 포장한다.
라면으로 치면 지금껏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주인이 드디어 출격하여 설거지 할 차례다.
할 일이 많다.

맛 평가단의 점수를 반영하기도 해야 하고 새로운 종류의 라면을 출시하기 위하여 준비를 해야 하기도 한다.

여름이 여름다워야 했듯이 겨울 역시도 겨울답게 분명하게 추워줘야 한다.
가스렌지 불은 꺼진지 오래이고 손님도 떠나고 가게도 썰렁해져야지 주인은 차분하게 앉아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영업 폐업은 안된다.
겨울이 춥더라도 한 줄기 온기를 간직해줘야 만이 다음날 셔터를 올릴 수 있는 가게가 된다.

겨울에는 수가 왕성하여 추울대로 추우면서도 화기를 간직해줘야 한다.
이때 수는 화를 칠 수도 있으므로 토 주인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마치 겨울이 되면 나무 뿌리에 흙을 얹어주는 것과도 같고 씨앗이 찬바람에 노출되어 얼지 않게 흙으로 덮어주는 것과도 같다.

수가 왕성하고 토가 목기와 화기를 잘 보호해주면서 금은 숨어주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겨울에 금이 괜히 드러나면 수를 더 차갑게 만든다.

장사 끝났는데 아직도 맛이 있니 없니 끼어드는 꼴이다.
금은 건조하고 서늘한 기운이다.

겨울에 찬 바람이 부는데 금이 가세하면 칼바람이 된다.

라면으로 치면 '수' 봉지에 싸인 라면 '목'이 '화' 언젠가는 빛나고 말 거야 라는 꿈을 간직한 채 '금'의 건조한 기운에 노출되어 푸석푸석해지지 않고 촉촉함을 유지해주면서 '토' 주인장의 관심을 잃지 않으면 적절하게 준비된 겨울을 나는 셈이다.

 
辛      丁      庚      丙      乾
亥      卯      子      午      命

     
겨울에 수를 많이 보고 화기도 봤다.
금은 하늘로 모양이 드러났지만 실질적인 세력이 드러나지 않았다.

토가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 사주는 화기가 자오충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이 사주가 충으로 오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병화에 밀리게 되므로 결코 1등을 하기가 힘들다.

병화의 기반을 날려준다는 점에서 자오충이 득이 되지만, 한편으로 오화가 남아 있었다면 좀더 높은 레벨에서 병화와 자웅을 다투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병화를 이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병화와의 대결에 있어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갈수록 두각을 드러내는 사주이다.
레벨이냐, 경쟁에서의 승리냐.

아이러니함이 느껴지는 사주다.

Comments

G 슬기 2023.11.18 15:09
라면이 사계절을 다 지냈네요.
좋은 글 계속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