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와 가을

사주팔자와 가을

G 설화 1 576 2023.11.17 03:09

가을, 터미네이터 심판의 날이 밝아왔다.
알곡과 쭉정이를 갈라내고 맛 판정단의 평가가 내려지는 시기이다.

가을은 서늘하다. 숙살의 기운. 살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를 보면 시원해진다고 한다.

사실 시원해지기보다는 서늘해지는 기분에 가깝다.

가을은 금이 주인공이다.
라면이 예열되기를 기다렸고, 끓기까지도 기다렸다.

이제는 맛을 보고 맛있다 맛없다 평가가 지대로 내려져야 한다.
칼을 휘두를 때이고 마음껏 휘둘러도 될 때이다.

문제는 서슬퍼런 금이 목을 직접적으로 대면할 때, 맛이 있니 없니 너무 직접적이 되어 목이 상처 받기 쉽다는 점에 있다.
가을 금이 목을 직접적으로 대하면 목이 혹평을 당하기 쉽다.

렌지의 불은 이미 꺼졌다.
그리고 가을에는 수가 생하면서 라면이 서서히 식어간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식은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비록 불이 꺼졌다 하더라도 라면은 이전의 온기를 간직해야 한다.
쩔쩔 끓을 때는 아직 뜨거워서 입에 댈 수도 없었고 불은 꺼졌지만 온기가 사라져서는 안된다.

그러면서 맛이 숙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심사위원들도 부담 없이 라면을 즐길 수 있고 혹평보다는 온건한 비평을 기대할 수 있다.

가을에는 금도 분명해야 하고 목도 분명해야 한다.
화도 분명해야 한다.

가을에는 수가 기를 강하게 받기 때문에 수가 많을 필요는 없다.
라면의 온기를 보존해줘야지 빨리 식혀버리면 맛이 확 떨어진다.

토 주인장은, 수가 많을 때에 한하여 개입해주면 괜찮다.
찬 바람 부는데 주인장이 나서서 온기를 품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외에는 금에 흙을 묻혀 심판이 맛보는데 맛이 어떻수? 하면서 주의를 흐리게 하고, 화기를 설하여 흐트러뜨린다.

이렇게 구도가 만들어졌을 때 가을은 가장 아름답다.

 
己甲庚丁

巳寅戌卯

 
술월이면 한기가 슬슬 쎄진다.
목이 분명하고 화도 분명해서 온기를 보존하고 숙성이 잘 되어 있는 라면이다.

토가 좀 두텁다는 느낌이 있지만, 그럭저럭 괜찮다고 보고, 수가 빠져 있지만 여름에 수가 없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이 사주가 어머니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지만 여름생에 비하면 절실함이 덜하다.

이 사주는 다만 아쉬운 것이, 금이 하늘에 모양으로만 떠 있고 지지에는 뿌리를 숨기고 있어 금의 적극성이 좀 주춤하다는 느낌이다.
이 말은 갑목이 사람들 앞에 드러나서 심판 받고 쓰이려는 적극성에서 아쉬움이 생긴다는 얘긴데, 초년에는 대운에서 금을 밀어주고 있고 서른 넘어가면서 인사형으로 금을 흔들어주면서 보다 적극적이 된다.

누가 뭐래도 A급 사주임은 분명해보인다. 

Comments

가을의 금은 황금 들판을 연상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