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G 드미테르 1 480 2023.11.09 16:45

아주 어렷을적, 내가 아는 그는 위대한 존재였다.

세상 모든지식을 가지고 있고, 누구도 함부러 할수 없는 강한 힘을 가진, 가장 멋이있고, 가장 강한남자 라 생각했다.

#1



내가 15살에 접어들어서 부터였다. 이제까지 내가 생각하는 그의 존재는 한참이나 잘못된 생각이었다는것을 느끼기 시작한때는 말이다. 그는 아는게 없었다. 그는 언제나 누군가에게만 당하고 사는 아주 약한 인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존재...그게 바로 그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사람은 가족을 대할때만큼은 아주 강한척했다. 빚쟁이에게 쫒겨 도망 다니면서도, 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체, 가족들을 대했고, 내가하는 모든 행동을 못마땅해 왔다. 그런 그사람이 미웠다. 죽도록 미웠다.



"이 녀석 이번시험에도 10등이나 떨어졌군...가서 회초리 가져와!"



그사람의 오른손에는 얇은 회초리가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회초리를 어린 나의 다리에대고, 사정없이 휘둘러 댔다. 허무맹랑한 핑계까지 대면서 말이다. 그저 자신의 머리를 닮아 나도 멍청한것 뿐인데, 그래서 공부를 못하는것 뿐인데, 그는 표정하나없이 때린다. 역겹다. 화가난다.



그렇게 역겨운 그사람과의 시간은 3년이 흘럿다. 분명한것은, 3년이 지난 지금역시나, 나는 그 존재가 싫다. 표정없는 그의 모습이 싫다. 초라한 그 모습 자체가 싫다.



그에 대한 불신이 더이상 커질수 없을만큼이나 거대해 졌을때 부터였다. 나는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기도를 하며, 소원을 바라기 위해서..주일이면 한번도 빠짐없이 교회에 나가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사람을 제발 내눈앞에서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것 같은 소원을 빌며....



그렇게

다시 1년이 지났다.



일년 동안 절실히 기도한 덕분일까..어느날 문득 내 소원은 이루어졌다. 어쩌면 내 생얘 가장 기쁜 날이라 할수 있는 그날..바로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그사람을 내눈앞에서 더이상 보이지 않게 해준날이었다.

그사람의 죽음..교통사고, 그것도 뺑소니 사건이었다. 어머니와 동생은 한참이나 그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난 기뻣다. 겉으로는 웃지 못했지만, 속마음속으로는 마음껏 웃었다. 그리고 그사람을 이렇게 만든 그범인이라는 작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냈다.



이젠 더이상 그를 보지 않을수 있다니...행복하다.



#2



"빌어먹을!!"



이제는 더이상 보이지 않을거라 했던 그사람이 내 눈앞에 서있다. 언제나 그렇듯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에게 알아들을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무슨말인지 알아 들을수는 없었지만, 감정이 전혀 없는 목소리 만큼은 분명했다. 젠장..어째서, 죽어서도 내앞에 나타나, 나를 괴롭히냔 말이다.



"꿈에서 조차 날 놓아주 않을겁니까?"



대답이 없다.

그렇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던 그사람은, 뒤돌아서, 어디론가 걸어간다. 언제나 그랬듯, 축처진 어깨를 보이며..



#3



친구들과의 모임때문에, 오늘은 내가 가장 아끼는 애마를 손보고 있다. 배기량 1294cc에 엔진형식 DOHC70도 V형 4기통 수냉식 4스트로크를 'ROYALSTAR"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녀석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모델이다. 그래서, 혹시나 어딘가 잘못되지는 않았는가, 점검에 또한번 점검을 해본다.



점검이 다끝난후, 석의 등뒤에 올라탄, 엉덩이의 감촉은..푹신했다. 푹신하면서 부드러운 감촉이 뇌속깊이 전해진다. 그순간 손에 힘을주어 시동을 건다. 웅장한 소리가 다시한번 내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어..이거 왜이래.."



막상 출발하려는 순간 엔진이 꺼졌다. 재빨리 내려서, 오토바이의 상태를 살펴 보았지만, 분명 이상은 없었다. 다시 올라타, 시동을 걸어 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시동은 걸리지가 않는다. 어쩔수 없이 가까운 오토바이 전문수리점을 찾았지만, 그곳에서 조차 고장원인을 찾을수가 없었다. 하는수 없이 그날 친구들과의 모임은 취소할수 밖에 없었다.



"젠장 이거 왜이래!!"



다음날도 마찬가지였고,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오토바이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렇지만, 시동은 걸리지가 않는다.새로 사기에는 자금도 한참 부족했었고, 그렇다고 해서, 도둑질을 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만큼 추잡스러운 성격을 가진 내가 아니였기에, 오토바이로 인해, 친해지게된 나의 소중한 친구들과의 사이는 어쩔수없이 멀어져갔다.



"당신 또 왜 나타난거야!"



꿈을 꾸었다. 얼마동안 내눈앞에서 보이지 않은 그사람을 또 만나게 되었다. 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기에, 그사람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결과, 그는 꿈에서조차 나의 뺨을 때렸다. 꿈이라는것을 알지만, 뺨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그대로 뇌로 전해진다. 역시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이제껏 받았던 모든 스트레스를 나를이용해 풀려는게 분명했다. 젠장할..



"원하는게 뭡니까..당신이 원하는거 말입니다."



방금전 맞은 뺨이 화끈거렸지만, 그렇다고 기죽어서는 안된다. 죽은 그사람이 내앞에 나타나 나를 이렇게나 괴롭히는 이유쯤은 알아야 했다. 그렇게..내말을 가만히 듣던 그사람은 여전히 감정없는 목소리로 나를향해 말한다.



"네가 웃는모습이 싫다. 네가 사람들과 친해지는게 싫다."



역시 그랬다. 그는 내가 행복한걸 싫어했다. 나의 웃는모습을 그는 절대 이해해주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었다. 그렇지만, 죽어서 까지 자신의 분풀이를 나에게 하려는 이사람이 내손으로 직접 죽일듯이 밉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당신은 내앞에서 사라질껍니까?"



"다시 학교로 돌아가라! 그렇다면 더이상 네앞에 나타나지 않겠다."



죽는것보다 더 싫은 학교로 돌아가라니..이제서야 겨우 삶에 의미를 찾았고, 나의 죽마고우들을 찾았는데, 그것들을 다 버리고, 고작 학교따위에 가라니..그게 말이나 되는소린가..



"싫다면 어떻게 할겁니까?"



"그렇다면 계속 네앞에 나타나 너를 괴롭혀야지.."



"젠장!"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친구들을 만나는 즐거움보다, 그사람을 꿈속에서 만나는 고통이 나에게는 더욱 컷다. 그만큼 나는 그사람이 싫었고, 보는것조차 구역질이 났다..



-10년후...-



많은 세월이 갔다.

문득 세월을 뒤돌아 바라보면, 정말 빠르게 흐른것 같다. 나는 그동안 그를 피하기 위해, 학교에 다시 다녔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마땅히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도 없었고, 이미 날라리라 소문난 나에게 접근해, 친하게 지내려는 애들조차 없었기에, 그냥 책만 봤다.



그사람 역시나 나와 약속을 지켰다. 정말 내가 학교에 가는 순간부터 그는 내앞에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그를 더이상 보지 않는다는 안도와 함께 지나간 세월..



노력뒤엔 결실이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정말 그말이 맞는말이었다. 학교 생활에 충실했던 나에게는  멀리 했던 친구들도 생기게 되었고, 대학에서 만나게된 여자와 결혼도 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인정받은 직장에까지 취직할수 있게되었다.



불행 할거라 생각했던 시간들은, 결코 불행하지만은 않았다. 아니 행복했다.



-15년후/2005년 3월13일-



요즘들어 머리가 아프다.

아들녀석 때문이다. 이녀석만 생각하면 골머리가 썩을 지경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친구들에게 폭력을 쓰는 녀석..이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머리만 아프다.



녀석이 보고 있을땐 잘 웃지도 못한다. 아내처럼 매일 웃으며, 녀석을 챙겨줄수가 없다. 아버지 라는 직책때문이다. 녀석에게 최소한 약한 남자로 보이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이 힘들어 할때에는 아내처럼 안아주고,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싶다.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못한다. 아버지라는 이름때문에....



#4



오늘은 어머니께서 직접 집으로 방문 하셨다. 손자 녀석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오셨다지만, 눈빛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나에게 무슨 할말이 있으신듯한 표정과 느낌..그런 내생각을 간파 하셨는지,



"진우야..이거 받아라."



어머니께서는 낡은 수첩을 건내 주셨다. 읽어 보라는 한마디와 함께 자리에 일어나시는 어머니..그렇게 어머니를 모셔드린후, 낡은 수첩을 펼쳤다.



-사랑하는 내아들 진우에게-



잊고 있었던 그사람의 글씨가 틀림없다.



아버지는 널볼때마다 느낀단다. 어렷을적 내 모습과 닮은 네모습말이다. 자격지심 때문일까..넌 아버지 같은 인생을 살게 할수는 없었다. 무능력하고, 힘없는 내모습을 닮아가는것 같아 언제나 불안했다. 그래서 너를 향해 웃고 싶어도 웃을수 없었단다. 네가 힘들때, 널 안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쳇! 이제와서 이런말을 하면 뭐한단 말입니까..이제서야 이런것 따위를 보고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요.당신이라는 사람은 도대체..나를 웃지 못하게 하는군요.."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태어나서 한번도 울어본적 없었던 나인데..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눈물이 흐른다.

이제 와서 이런말을 하면 뭐한단 말인가.... 이제서야 이걸 보고 나보고 어떻게 하란말인가..당신이란 존재는 도대체...날 왜 웃지 못하게 한단말인가..



"그래요..당신이 옆에 있다면, 꼭한번 묻고 싶습니다. 날 사랑하긴 했었느냐고요..?"



힘없이 마지막장을 펼친다.



녀석 많이 컸구나, 크게 성장했어..아버지는 기쁘다. 이제 너를 떠날수 있겠구나..그리고 세상 어느 누구보다 너를 사랑했었단다. 2005년 3월 13일



"아버지....."



<끝>

Comments

가슴 한편이 찡해오는데.... 어떻게 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