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와 봄

사주팔자와 봄

G 설화 1 673 2023.10.26 13:51

겨울에는 만물이 수축하고, 여름에는 만물이 팽창한다.
봄에는 수축에서 팽창으로 가는 가운데 위치하면서 예열하는 시기이다.

라면을 끓인다고 해서 처음부터 팔팔 끓어서 면이 풀어지지는 않는다.

핵폭탄도 폭발 하는 시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빅뱅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예열을 가진 후에 쾅이다.
갑작스런 폭발은 불가능하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는 무척이나 이상한 세계 속에 살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번쩍번쩍한 세계를 살고 있을 것이다.

면발이 팔팔 끊기 직전 물렁물렁해지면서 가볍게 기지개를 켜면서 라면의 봄은 다가온다.
라면이 봄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적당량의 물이 필요하다.
동시에 불기가 이끌어줘야 한다.

라면의 구불구불하게 수축된 면발을 목이라고 해보자.
이제 몇 가지 사고 실험을 해보겠다.

만약 물이 없다면? 딱딱한 라면은 쭈그러드면서 탄다.

불이 없다면?
라면은 그냥 튕튕 불게만 된다.

물론 사람의 식성은 천차만별이므로 차갑게 불어 있는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라면이 도달해야 할 지점은 보글보글 맛있게 끓여진 정통 라면이라는 조건을 달아보겠다.

불기가 있는데 물이 많다면?
예열하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물도 불도 없다면?
이건 예열이 불가능하다. 그냥 라면 그대로다.

적당한 물과 적당한 불기가 라면의 봄을 아름답게 할 것이다.
이를 유식한 말로 수화기제라 한다.

라면이 예열되어서 노곤한 면발이 풀어져야 할 시점에 가을의 금기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아니 아직 라면이 준비도 안됐는데 평가 하겠다고? 잘 풀어져야 하는데 딱딱하게 굳히는 금기가 등장한다고? 아니 될 말이다.

중재와 타협의 토가 나타난다면?
토는 나설 때 안 나설 때를 잘 가려야 한다.

뭐든지 시작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 시작하는 놈은 그냥 지켜만 보면 되지 굳이 나서서 신입생 기죽일 일 있나?
토는 어지간하면 물 넣고 불만 켜주고 나서지 않아주는 게 좋다.

토는 라면 입장에서는 인간이나 다름없다.

왜 갑을병정과 경신임계 사이에 무기토가 있을까?
라면이 절정으로 끓는 순간 가스 렌지 불 꺼줘야 한다.

금의 견제와 토의 간섭은 다르다.
금은 까칠한 배우에 불과하지만 토는 감독이다.

 
辛 庚 己 庚
巳 寅 卯 午

 
이 사주는 봄이다.
예열이 잘 되어야 하는 시점.

인목과 묘목으로 신라면과 삼양라면을 같이 넣고 예열시키고 있다.
라면이 두 개인 만큼 불도 사오화로 두 개나 때고 있다.

금이 드러나서 맛 평가단들이 라면 맛이 어떨까 바라보고 있는데, 금이 약하게 통근하는 느낌이라 다행히도 직접 손은 대지 않고 있다.

이 사주는 수가 시급한데, 물도 넣지 않고 라면 끓이면 참 힘들다.
다행히도 일점 축축한 기토가 떠서 수분을 공급해주고 있는데, 신의 손길이 강림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역시 수가 아쉽다.
끓일 라면도 있고 불도 센데 물기가 부족한 느낌이라 라면이 삐쩍삐적 마르는 느낌이다.

이 사주의 재성이 되는 아버지 입장에서 사오화를 바라봐서 이상으로 다가가려는 열망은 강하게 있는데 재성 입장에서 수 인성이 받쳐주지 않으니 자신의 열망 만큼의 학업운이 따라줄 수 있었을까를 의심해본다.

모쪼록 수대운을 기대해 본다.

Comments

와 정말 이해가 쏙 되는글입 니다. 정말 잘쓰세요.
그리고 라면이 급 땡기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