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그런 여자애가 있었다.
귀엽고 사랑스런 친구였다.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많았고, 술 먹을 때면 동기 후배 선배 모두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어딨니?"
"중도에."
"술 먹으러 오렴."
"ㅎㅎㅎ 네."
사람들이 모여 그 친구를 얘기할 때면, 늘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걘 참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큰 거 같아."
그러나 그 인기 많았던 친구는,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그녀는,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 친구에게 사람들이 자주 물었던 질문이 있다.
"넌 연애 언제 하니?"
"너 좋다는 사람 없니?"
"ㅎㅎㅎㅎㅎㅎ잘 모르겠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
공부보다도 연애가 중요한 화두였던 대학 시절에 모두로부터 사랑 받던 그녀가 정작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는 건 지금도 모두의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어쩜 그럴 수가.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뭔가 짚히는 구석이 없지 아니하지도 않다.
인성이 그 자체로 빛나는 것과 인성이 관을 통해 빛나는 것.
늘 웃고 다녀 입술 꼬리가 쫑긋 올라가 있던 그녀는 그러나 왠지 모르게 진지한 연애 상대로 생각하기에는 어딘가 좀 모자란, 어딘가 좀 가벼운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진지함. 그렇다. 연애 상대로 생각하기에는 뭔가 진지함이 부족했다.
관이란 것은 진지함과 성숙함을 만들어주고, 철 드는 성분을 만들어준다.
여명이 철이 든다는 건 남녀 관계에 있어 그렇고 그런 역학구도(말하기에는 좀 그렇지만은)를 깨닫는데 필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남자는 좀 다르다.
철이 들지 않아도, 굳이 삶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연애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이래서 남자가 욕을 많이 먹는다.
조금만 진지하려하면 그냥 웃어버리는 그 순진함과 해맑음, 더이상 어른이 되려하지 않고 아이로 남아 있으려는 그 마음이 대인관계에서는 장점이었으나, 오히려 연애를 하는데는 방해가 되지 않았는지.
그러나 그녀 스스로 당시에는 연애에 대해 별관심이 없을 수 있으니 타인의 시선으로 그녀를 제단하지는 않으련다.
다만, 그녀가 진지해지려는 마음보다는 사랑만 받으려는 마음만 지키면서 나는 왜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지? 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나는 아래와 같이 한 마디 해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게 곧 번뇌이고 오호 통재라이올씨다."
저는 이 글속에 나온 분처럼 늘 웃고 다니지도 않아서 더 안생긴건지 모르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