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시골길

(공포) 시골길

G 팔콘 1 2,108 2023.07.21 16:44

"이장댁 딸이 어제 중학교 근처에서 낯선 사람을 봤다던데. 얘기 들었는가?"

"낯선 사람?"

"그렇디야.. 첨 보는 얼굴이었다든디."

"아무 일도 없었데요?"

"다행히도 교회 친구들을 학교 앞에서 만나 가꼬 같이 왔다고 하는디.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은 시골마을에 금새 퍼져 나갔다.

어떤게 진실이고 어떤게 거짓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로 부풀어서 마을을 떠돌고 있었다. 이 소문에 무게를 실어준 것은 중학교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외길이었고, 학교를 끼고 돌아 들어와야 하는 길이어서 누가 오는지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두어개 있는 가로등은 언제부터인지 불조차 들어오지 않아서 더욱 위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해결 방안을 내놓거나 나서서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 이유는 마을에 떠도는 수많은 소문 중 하나일꺼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거리를 휩쓸며 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추운 날씨는 사람들의 귀가 시간을 앞당겼고 그로 인해 거리는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으~ 추워. 어떡할꺼야?"

"글쎄..."

승희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여만에 만난 친구들과 일찍 헤어지자니 너무 아쉬었고, 날씨를 생각하면 더 늦어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기엔 좀 그렇고.. 근처 까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헤어지자."

"그래?....좋아. 30분만 더 있다 헤어지자."

명쾌하게 말하는 은주의 말에 친구들도 동조하는 눈치를 보이자 승희도 흔쾌히 따르기로 했다.

 

여자들이 수다를 떨기엔 3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승희는 미적거리다가  막차 시간이 다 되어서야 자리를 떴다. 마지막 버스는 동네 입구에 있는 중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 승희를 내려 놓고 출발했다.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가로등 불빛에 보이는 건 군데 군데 쌓여 있는 하얀 눈과 짚더미 그리고 어둠속에 묻힌 마을로 향하는 외길과 불꺼진 학교였다. 동네에서 떠도는 소문을 승희도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날이 추워 해코지 할 사람도 집에 가고 없을꺼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하지만 걱정이 사라지거나 무서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가로등 불빛이 미치는 코너길에서 승희는 잠시 멈추어 섰다.  아무리 태연하게 생각하려 해도 머리속엔 소문들로 가득 했고 불길한 생각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숨을 깊이 들이 마신 뒤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담 하나 차이로 길은 극명한 차이를 보고 있었다. 승희는 천천히 걸으며 눈이 어둠에 적응 되기를 기다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비닐 하우스의 펄럭임에도 승희는 신경이 바짝바짝 곤두서는 걸 느꼈다.

'또각'

'또각'

승희는 자신의 구두 소리가 크게 들려오자 발꿈치를 들어 앞코로만 종종 걸음을 걸었다. 자신의 구두 소리로 인해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을 때 일어날 불행한 일들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비닐 하우스 사이에서... 아니면 논 가운데 쌓아 둔 볏짚 더미 뒤에서 자꾸만 누군가 튀어 나올것 같은 불안감을 떨칠수가 없었다. 친구들과 조금만 더 일찍 헤어졌어도 이렇게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자신이 한 없이 미워졌다. 평소에는 멀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 길이었건만 오늘따라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고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툭'

뭔가 뒤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승희는 잠시 망설이다 뒤돌아 보는 대신 걸음을 재촉해 좀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툭'

또 다시 소리가 들려오자 승희는 잽싸게 뒤돌아 보았다. 누군가 뒤에 있다면 자신의 급작스런 행동에 당황하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어렴풋이 어둠속에서 보이는 길엔 아무 것도 없었다.

'툭'

소리의 정체는 뜾겨진 비닐 하우스의 비닐이 바람에 나부끼며 다른 비닐 하우스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승희는 소리의 정체를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마음을 진정 시킨 승희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놀란 자신이 우스웠고, 다행히 아무도 보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마을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아~~~~~~~~~~~~~~~~~악"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은 그림자가 승희의 앞에 있었고, 승희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아이고...야야. 승희 맞지?"

"아.....빠?"

승희는 질러대던 고함 사이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도감을 느끼며 물었다.

"왜 이렇게 늦은겨.. 얼매나 걱정했는지 알어?"

"아빠 맞구나? 아빠~"

승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아빠에게 매달리며 울었다. 잠깐 동안 느꼈던 공포감이 사라지자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아이고.. 다 큰 처녀가 길 한복판에서 울긴 왜 우는겨."

아버지는 승희의 등을 두어번 토닥여 주었다.

"그만 울어. 얼굴 얼어. 집에 가자. 어여.."

승희는 아버지의 팔을 꼭 잡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두 부녀는 천천히 코너를 돌아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그 길 한가운데 또 다른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쉬움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Comments

G 사쿠 2023.07.21 16:47
글은 참 잘 적었는데 끝이 썰렁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