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운이 좋은 사람이 있다.
여기서의 운은 찍기를 잘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내 주위에도 평소 실력에 비해 수능을 잘 쳐서 좋은 대학에 입학한 친구가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니?

운이 좋아서 그랬죠.

어떤 운?

찍은 게 다 맞았어요.

음 . . 좋겠다. 굿이네 굿이여.


사람들마다 여러 유형이 있다.
냉철한 분석을 통해 판단하는 사람도 있고, 평소 쌓아놓았던 지식을 통해 판단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결국, 판단이 요구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이건가 저건가 망설이게 되고 에라, 모르겠다 이거다 싶은 직관에 의존하게 된다.  

아무리 심사숙고한들, 판단의 순간에는 사실 분석도 지식도 들러리 서는 것에 불과하고 그 오묘한 순간에는 주사위를 던져야 하는 도박과 같은 심리가 존재한다.

스트라이커에게 볼이 던져졌다.
당장 슛을 차야 하는데 분석하고 숙고할 시간이 어디 있나?  

이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무리 주위에 의견을 구해본들 결단은 고독한 단독자의 몫이다.

재성이라는 것은 그와 같은 도박의 순간에서의 운을 의미한다.
일간 비견이 직접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해 따 먹어야 하는 결과. 비견은 의지, 주체, 몸, 본능!

지금 폭탄이 떨어지고 총알이 쏟아지고 있는데 좌로 뛰어야 하나 우로 뛰어야 하나?
지휘관은 대략적인 방향만을 제시해줄 뿐이고, 이때 믿어야 할 건 사실 본능 밖에 없다.

재성이라는 건 그와 같은 본능과 직관에 의존했을 때 얼마나 실제적으로 운이 잘 따라주는가를 의미한다.
비겁만 강해서는 안된다. 그건 의욕 과잉에 근성 충만을 암시하긴 하지만 오히려 비겁보다는 재가 더 중요하다.

실질적인 결과가 얼마나 따라주느냐 이것이 엄혹한 현실을 가름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외친들 그래서 성공이냐? 실패냐? 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누구를 따라 뛰어야 하나?
평소에 고스톱칠 때 피 하나라도 더 붙어주고 보너스 피가 자꾸만 그를 향해 웃어주는 사람의 뒤에 서야 한다.

그러나 재성만 잘 보고 관을 보지 못한 사람일 경우, 이 사람은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같이 구해줄 생각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은 재관 쌍권총을 쥔 사람을 찾아 가야 하는데 이런 사람은 이미 지휘관이 되어 있고 내 곁에는 없다. 이런 맙소사!

운이 좋다는 건, 솔직히 부러운 일이다.
재다신약 하더라도 있는 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운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와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일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재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리저리 다 흩어져 사라지게 돼 있다.
쉽게 번 돈 쉽게 생각하고 까먹는 것과 비슷한 이치.

순간적으로 확 끌어올 순 있지만 장기적인 레이스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흠결을 찾아본다 하더라도 부러운 건 부럽다.

또 한 가지 흠결을 찾아보겠다.
제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걸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일 때, 이 사람은 실질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회한에 차 있는 사람이기 쉽다.

실질적으로 자신이 그렇게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닌데 자꾸만 결과가 웃어주니 주위에서는 기대가 크고, 그러한 기대감에 대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장기적인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상 남는 게 별로 없다라는 회의감에 스스로 시달리기도 한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를 잘 만드는 사람이니 이용 당하기도 쉽겠다.

그는 스스로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자신의 운에 끌려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의외로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나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는 빵빵 터져준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 1등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타고난 본능 하나 만은 열심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러한 자신의 본능에 의지해 삶이 안정되지 못하고 변동이 심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흠결을 찾아본다 하더라도 역시 부러운 건 부럽다.

그러나 그렇게 부러운 일만도 아니라는 걸 꾸준히 나 자신에게 설득도 해보고 최면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