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재격이 되면 사교성이 뛰어나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재탐하는 사주가 어떻게 인간관계가 좋을 수 있단 말인가 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이건 재극인 되는 사주가 그렇다는 것이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재탐이라는 게 돈만 밝힌다 라는 편견으로 지나치게 협소하게 받아들인 탓이 있는 것 같다.

인간관계라는 게 아무래도 정이 중요한데 돈에 관심이 가 있는 사람은 공중에 떠 있는 정보다는 속물적이고 현실적이라 사교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돈의 흐름을 가만히 관찰해볼 때 사람 관계의 흐름을 따라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지, 오히려 사람 관계를 소홀히 하고 사람보다 돈에 집착하여 있는 걸 지키려고만 하고 옹색하게 굴 땐 관계가 단절되고 활동하는 영역도 좁아질 뿐만 아니라 더불어 돈이 들어오는 기회도 박탈 당하기 마련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요컨대 사교성과 돈의 흐름은 그 궤를 같이 하더라는 말씀.

실제로 돈을 잘 벌고 잘 쓰는 사람이 인간관계도 괜찮고, 인간관계가 괜찮은 사람이 또한 돈을 잘 벌고 잘 쓰더라는 말씀.
돈을 잘 버는 사람은 이리저리로 접속하고 있는 관계망이 그 만큼 넓더라는 말씀.

재성이란 현실이고 사람의 현실이란 첫째가 생존이며, 둘째가 생존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평행선으로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는 수 많은 인간 관계망 속에서의 생존 역시도 하나의 중대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관계망이 실은 밥을 만들어주고 생존을 감당할 수 있는 뒷받침이 된다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돈 잘 벌고 부자라고 하지만 인간관계가 별로 좋지 않고 연일 구설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필시 타인에게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돈과의 관계 맺음이 어긋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적절하게 번 돈은 부적절한 인과를 끌고 들어온다.
부적절한 인과관계란 그와 연결된 사람과의 부적절한 관계맺음을 암시하고 음이 태과하면 양을 낳는다.

부적절은 적절함을 만들기 위한 사건을 끌고 오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의 부는 오래가지 못하거나 오래간다 하더라도 우와 저 사람 부자라는, 차기의 이름 뿐인 부자에 그칠 또 다른 사람의 롤 모델에 그칠 뿐. 자신과 타인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오늘날 수 많은 사람들이 돈돈돈 하지만, 돈 자체에 눈이 가린 나머지, 돈의 흐름이 어디서부터 오고 어떻게 가는지를 깊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언제나 인간의 목표는 얼마나 더 좋은 사람이 될 것인가에 있다는 점이 점점 잊혀지고 있다.

무수한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 충실할 때 돈은 자연스럽게 유통되게 마련이고 그 돈은 부적절하지 않으며 따라서 인색함이 아닌 삶의 윤택함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재극인과 인색함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세계악으로 인하여 재성으로 격을 짠 사람을 보면 부러움과 동시에 식재의 세계에 치우친 세계를 통탄하며 관인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문제는 좀 다르다.
재극인과 인색함이란 실은 재성과의 어긋난 관계 맺음의 결과일 따름이지 그것으로 재성의 세계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재성과의 올바른 관계맺음은 삶을 윤택케 하는데 필수이다.
물론 관인적인 마인드가 식재에 치우친 세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에는 중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초한지를 보면 유방이란 사람은 한 턱 쏘는 걸 무척 즐겨했던 사람인데, 아직 강호에 나가기 이전 돈만 벌면 마을 사람들에게 한 턱씩 쏘고 그러한 관계맺음과 우정이 나중에는 자신의 나라를 건국하는데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강호에 나가기 이전에는 거의 술주정뱅이였다.
물론 재성과의 관계 맺음이 좋기 위해서는 낭비가가 되거나 결국 술주정뱅이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하여 인색함이란 무엇인가.
인색함이란 단순히 돈 한 푼 덜 쓰고 아끼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에 대한 인색함으로도 치환된다.
돈 잘 안 쓰는 사람이 사람 사는 세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거나 중대한 입지를 점할 수가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색함이란 살아가는 세계의 울타리를 지극히 협소하게 결정해버린다.

여기에는 어떠한 악순환이 있다.

돈이 중요해서 돈을 잘 안쓰기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사람을 만나려면 돈을 써야 하니 사람과의 만남도 차차 멀리하려 한다.

그래서 부자가 되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때가 되니 주위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

이 삶을 과연 윤택하다 할 수 있을까?

또 하나는 돈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람과의 인연을 통해 융통되기 마련인데, 돈 쓰기에 인색하여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고 활동 영역이 좁은 사람에게 어떻게 돈이 모일 수 있는 인연이 따라올 수 있을까?

부적절한 인과를 끌고 들어오는 돈 이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