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목(乙木)

<적천수> 을목(乙木)

G 일희일비 2 2,158 2023.06.13 03:59

을목

乙木雖柔 刲羊解牛 懷丁抱丙 跨鳳乘猴

을목수유 규양해우 회정포병 과봉승후

虛濕之地 騎馬亦憂 藤蘿繫甲 可春可秋


허습지지 기마역우 등라계갑 가춘가추

역시나 이렇게나 간단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간단함을 반길 처지는 아닌 것 같다.

乙木雖柔 刲羊解牛

을목수유 규양해우


을목은 비록 유약하나 미토를 극하고 축토를 해부할 수 있다.

을목은 유약하다고 했다.
갑목에 대해서는 갑목참천이라며, 거창하게 시작해놓고 을목은 유약하다고 한다.

목은 오행 가운데 땅을 뚫고 나오는 생명력을 특징 짓는다.
그 가운데 갑목에 대해서는 뭔가 확 솓구치는 느낌으로 활기로움과 생기로움 그리고 허장성세에 가까운 포부와 같은 것이 떠올려지는데, 을목에 대해서는 이러한 활기로움이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보다 지긋지긋한 생명력을 생각하게 된다.

적천수 천간론에서 묘사하고 있는 을목의 모습은 딱 그러한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유약한 을목이 어떻게 재관을 감당해내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을목은 비록 유약하나 미토와 축토 만은 잘 다룰 수 있다고 한다.
미토와 축토의 정기는 기토이다.

그렇다면 을목은 기토를 잘 다룰 수 있다고 말해도 괜찮을 텐데, 굳이 미토와 축토이다.
무토는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

임상에서도 을목의 유약한 특성은 잘 드러난다.
갑목은 어찌어찌하여 무토를 감당해내는데 을목은 무토를 좀 힘겨워하는 부분이 있다.

팔자에서 천간으로 뜨면, 그릇이 커져서 좋긴 한데, 천간에 뜬 글자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오히려 그 글자로 인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데 장애를 갖는다.

 

굳이 을목이 기토가 아니라 지지의 축토와 미토를 다룰 수 있다라고 암시한 부분은 을목이 그 만큼 유약한 성정이기에 재를 직접적으로 다루기에 힘에 부친다는 느낌으로 이해된다.

懷丁抱丙 跨鳳乘猴

회정포병 과봉승후


정화와 병화를 품으면, 유금과 신금을 걸터 앉는다.

을목이 관을 어떻게 다루는가를 암시하는 부분이다.
여기서도 천간 경신금이 아니다. 지지 신유금을 얘기하고 있다.

지지 신유금도 직접 다루는 게 아니다.
을목은 화를 통하여야 관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직접 다루기 힘들 때 돌려 쓰기를 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화 일간이 토 자체를 잘 쓰긴 어렵고 수가 많아 위협을 당하면 병에 대하여 약으로 대처하는 방식으로 토와 수를 둘 다 잘 쓰게 되는데, 직접 쓰는 것보다 돌려 쓰기에는 어느 정도의 번거로움이 따르게 된다.

금에 대처하기 위해 화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을목의 유약함이 아직 와닿지 않았는가?

虛濕之地 騎馬亦憂

허습지지 기마역우


지지가 허습하면 오화를 올라타도 역시 근심이 된다.

지지가 허습하다는 건 마치, 난에 물을 많이 주면 난의 뿌리가 썩듯이 지지가 물로 가득찼다는 의미인데, 이 때는 열기로 가득찬 오화도 구제의 신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의미.

 

한 마디로 을목이 지지가 습하면 답이 안나온다는 의미.

앞서 을목에 있어 토와 금 그리고 화의 의미를 다루었다.
그리고 을목에게 수의 의미를 읊어주는 것 같다.

 

목에게 수는 인성이 된다.

인성의 생이란 에너지의 근원과 같은 것인데 을목은 수가 많아도 문제가 된다.
이쯤되면 유약함을 떠나 너무 까탈스런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을목은 재를 다뤄도 축토와 미토 정도 직접 다룰 수 있고 금은 화를 통하여야 다루고, 수의 과다한 생은 싫어한다.

근데 을목의 진짜 백미는 다음 구절에 있다.

藤蘿繫甲 可春可秋

등라계갑 가춘가추


을목이 갑목에 기대면 어떤 계절이든 문제가 없다.

가춘가추라 해서 꼭 봄과 가을에만 등라계갑이 효용이 있다기보다는 글의 어구를 맞추기 위해서 가춘가추를 끌어쓴 것 같다.
유백온 아저씨, 이건 학술서적이 아니라 싯구라며 외워 통달하기를 바라는 마음 이해하나, 너무 어렵잖아요. 엉엉.

등라계갑을 생각하면, 유약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을목의 지긋지긋한 생명력이란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스스로 힘겨우면 기대서라도 살아남으려고 하는.

나는 굳이 을목은 축토와 미토를 잘 다룬다느니 갑목이 화가 많으면 진토가 약이다와 같은 세부사항에 집중하지는 않으련다.
그것보다는 십간 각각이 가진 전체적인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갑목과 을목. 둘 다 활기와 생명력을 나타내는 기운이긴 하지만 그 차이를 살펴보는 게 사뭇 재미가 난다.

 

갑목은 당당하고 포부가 크나 잘 쓰여지지 못하면 그 만큼 꺾이는 맛이 크나, 을목은 조심스러워서 갑목처럼 화끈한 맛은 덜하나 근근히 끈질기게 살아남아 오래가는 맛이 있다.

여기까지가 적천수를 읽으면서 생긴 갑을목에 대한 나의 관觀이다.

* 적천수에서 을목을 다루면서 천간을 얘기한 건 병화와 정화 단 둘 뿐이라는 점을 유심히 생각해보도록 하자.

Comments

적천수 이론이 너무 재미납니다.
마치 고속도로 탄듯 술술~~ 풀리네요^^

제 죽마고우 친구가 을목이랍니다. 갑목인 저랑 서로서로 기대가며 열심히 살고있죠.ㅎㅎ
이친구 사주 알기 전에는 토일주인줄 알 정도로 토형의 성격인데 을목이란걸 알고 놀랐다죠!^^

을목을 알고 나니 이친구의 성격이 더 이해가 갑니다.
아웅~ 재미나다 재미나 ^^ 좋은글 감사합니다
음목에게 지긋지긋한 생명력이란 말이 참으로도 웃기다. 물상론에 빠져 사주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뭐..지가 한말은 지가 알아서 쓸어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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