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단편) 화장실

(공포단편) 화장실

G 구름따라 1 1,812 2023.05.22 16:35

이렇게 있은 지 5분이 지났다. 지금 이 순간만은 나의 온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생각하기도 싫다.

‘딸깍’

순간, 나의 집중되었던 모든 정신은 분산되어 사라져 버리려 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얽혀있던 실타래가 풀리듯이 조금씩 조금씩 흩어지고 있다.

이미 나의 청각은 곤두서서 보이지 않는 곳의 동향을 살핀다.

‘딸깍’

나간건가? 들어온건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 보니 나갔나 보다.

“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무래도 집중할 땐 조용한 게 좋으니까.

하지만 쉽지가 않다. 남들은 잘만 치른다는데 난 왜 이리 힘든 건지 모르겠다.

좋다는 약에 운동에 안 해 본게 없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딸깍’

“그래.. 그렇다니까.”

“그래서 다시 만나기로 했어?”

많이 들은 목소리다.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가끔씩 이 곳에서 그녀들의 목소리를 듣곤 한다.

그녀들의 주제는 언제나 남자다. 몇 번의 데이트를 하고 찼다는 둥… 얼굴이 어떻다는 둥…

돈을 잘 쓴다는 둥… 언제나 자신들의 데이트 상대에 대해서 수다를 떨다 가곤 한다.

오늘도 그럴게 분명하다. 솔직히 내가 있는 이 시간 만큼은 아무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이곳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니까.

다시 집중하려 애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모르게 그녀들의 대화에 집중하게 된다. 소리 나지

않도록 나도 모르게 조심한다.

“당연하지. 그 학력에, 그 능력에, 그 집안에.. 거기다 외모에 유머까지. 그런 남자가 흔한 줄 아니?”

“아… 나한텐 왜 그런 남자가 안붙냐구요.”

“기다려봐. 내가 잘 되면 새끼 쳐줄게..알았지?”

역시나 오늘도 남자 이야기다. 그런데, 그 남자는 누굴까? 과연 이 여자들의 정체를 알아도 만나줄까?

결국 오늘도 실패다. 알면서도 그냥 있는다. 괜히 민망해지기 때문이다.

 ‘윙----윙’

에어팬 돌아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지만 붉은 조명만이 보일 뿐이다.

아무래도 다른 칸에 에어팬이 있나보다.

“아~씨!! 여긴 아직도 안 고쳤어?”

‘쾅! 탁!’

“가지말고 있어야 돼.”

“알았어.”

슬슬 다리가 저려온다. 더 이상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너무 오래 있었다.

“흠흠”

일부러 헛기침 소리를 내본다. 그녀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놀란 건가?? 아님 관심 없다는 건가??

그건 알 수가 없다. 내 소심한 성격은 다시 잠시 망설인다. 하지만 이런 어정쩡한 포즈로 있기는 싫다.

얼른 나가고 싶다. 물을 내렸다.

‘쏴아아—아’

“야! 누가 있나봐.”

“니가 한 거 아냐?”

그녀들의 목소리가 떨린다.

‘어? 일부러 내가 낸 소리 못 들었나?’

잠시 의문이 들긴 하지만 못 들을수도 있는 일이다.

“미쳤어? 내가 뭐하러? 소문이 사실인가 봐.”

“야! 같이가. 먼저 가면 안돼.”

“빨리 나와. 무섭단 말이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녀들은 그냥 놀란 정도가 아닌 것 같다. 뭐가 무섭다는 거지? 소문?? 왜 그렇게 놀라는 걸까?

‘쿵’

옆 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그녀들이 나가면서 소리를 지른다. 나야 영문을 알 수가 없다. 문을 열고 나와 그녀들이 나갔을 문을 바라본다.

아직도 비명소리가 들린다.

손을 씻기 위해 세면대로 가서 거울을 본다.

......

......

......

 

이렇게 있은 지 5분이 지났다. 지금 이 순간만은 나의 온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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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박령이군요, 지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