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 재관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재는 물질과 재화의 세계, 관은 질서와 문화의 세계.
그러나 이것은 삶의 중심을 사회성에 놓고 바라볼 때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일간이 재관을 다룰 수 있는 역량이 있거나 말거나를 떠나, 팔자에 재관이 유기하면 사회적으로 쓰임이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그 사람을 희생하고 소모시키는 방향이 될 지는 모르나 아무 일도 안하고 탱자탱자 노는 사람보다는, 사회의 눈으로 바라볼 때 뭔가 바쁘고 어디론가 끊임없이 불려다니는 그는 분명 유능한 사람이다.

적어도 그는 쓰임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개인의 행복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굳이 쓰임을 얻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행복하면 되는 거니까, 이에 따라 꼭 팔자에 재관이 중요한가 하는 관점은 반박 될 수 있다.

어쨌든, 나는 팔자를 볼 때 일간과 재관을 따로 놓고 본다.
이 사람이 소모되는 사람인가. 아니면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인가를 판단하고 다음으로는 인성과 식상을 본다.

말하자면, 일간이 나라면 재관은 재화와 질서로 이루어진 사회이다.
그리고 인성과 식상은 나와 사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본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가상 공간으로 가기 위하여 네오를 비롯한 현실의 주인공들은 머리에 기다란 침 같은 걸 꽂는다.
이 침을 통하여 이 영화의 인물들은 가상 공간으로 접속하고 데이터를 모은다.

이 침을 통하여 내가 재관의 가상공간을 향하여 뻗어나가는 것이 식상이고 그로부터 수집하여 들어오는 데이터의 흐름이 인성이다.
나는 이렇게 본다.

그렇다면, 식상이란 무엇인가.
식상은 사회적인 쓰임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초의 단서와 같은 것이 된다.

그러니까 세계에 대한 호기심. 세계를 향한 나의 마음. 물질과 질서로 이루어진 세계를 향해 말을 건네기 위한 나만의 접속 방식.

식상이 재능이다. 호기심이다.
매력, 밥, 재치, 집중력, 이런 걸 떠나 보다 큰 틀에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