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계절

세상의 모든 계절

G 루다 0 1,641 2023.03.11 16:00

좋은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이 영국 영화의 제목은 '세상의 모든 계절'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어느 노부부의 가정이다. 이 가정은 아주 안정적이고 화목하며 뭐 하나 부러울 것이 없다. 자식도 안정적인 직장에 부모와 불화하는 구석도 없으며, 한 가지 고민이라곤 이성 친구가 없다는 건데 그것도 멀지 않아 괜찮은 여자 친구가 채워진다. 한 마디로 비식재관인이 모두 채워져 있는 모범 답안 같은 가정이다.

 

그리고 불행한 사람들이 이들의 가정을 찾는다. 그들은 이곳에서 위로 받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눈물 짓고는 한다. 메리는 관이 일그러졌다. 지금은 홀로되었다. 남자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지만 자신의 처지보다는 눈이 높아서 이상적인 남성상을 찾고자 하나 번번이 실패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만, 욕심이 과한 탓인지 두서 없는 신세한탄으로 오히려 피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자신이 약한 탓에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크나, 그런 마음과 태도로 인해 그녀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다. 무엇보다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콘트롤 하지 못하여 늘 민폐를 끼치고 어딘지 천한 부류라는 인상만을 남긴다.

 

또 한 남자는 고독감으로 인하여 자신을 망가뜨린 경우에 해당한다. 켄은 입에서 술을 떼지 않는다. 그 역시 혼자이다. 지금까지는 얼마간의 사회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고독을 지워왔지만, 어느덧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는 퇴직 이후에 찾아올 사회로부터의 고독감, 또한 자기 스스로에게서 오는 고독감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몸은 비대해졌고 유일하게 먹고 마시는 것에서 기쁨을 찾고 있다. 노부부의 뜰에 마련된 파티에서 켄은 메리를 만나 두서없는 대시를 한다. 불행 + 불행은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어설프고 무드 없고 단지 성급하기만 했던 켄은 퇴짜를 맞는다.

 

노부부의 가정을 이루고 있는 남편에게는 형이 있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안 그의 형은 상처喪妻의 순간을 맞이한다. 아내를 잃은 건 크나큰 불행이나 더 큰 불행은 망나니 아들에게 있었다. 승질을 빡빡 내고 폭군처럼 행동하는 아들은 이미 오래 전에 집을 떠나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찾아온 것이다. 아들은 망나니라는 칭호를 받기는 하나 그래서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가정 불화의 낌새가 느껴진다. 그의 아버지는 화목한 가정을 이끌고 있는 동생과는 달리, 무뚝뚝 하기 짝이 없는 양반이다. 망나니 아들은 이 양반에게 소리친다. 잘못은 아버지에게 있다고. 아버지는 여전히 무력하고 고답적이고 리액션이 없다.

 

영화는 오행이 모두 채워져 있는 가정을 중심으로 어느 한 부분이 일그러져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털어놓고 있다. 재밌는 것은 영화의 주요 무대가 이곳이고, 주인공도 행복한 가정의 행복한 사람들이지만, 오히려 진짜 주인공은 지금껏 열거했던 불행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비참한 현실을 뒤로 한 채, 이곳에 잠시 머물며 이들과 함께 행복을 꿈꾸길 원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곳에서 그들의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멈춰져 있다.

 

그러나 삶이란 진창을 살아가면서 모든 게 채워져 어느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이상적인 형태가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쯤이면 행복 속에 살아가는 사람보다는 불행과 어울려 함께 친구 먹는 이 영화의 슬픈 인물들이 나에게는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이것이 이 영화의 의도이리라 생각한다.

 

보통의 인간의 삶이란 모범 답안처럼 완벽하기가 어렵다. 어딘가 한 부분이 조금씩은 일그러져 있다. 말로야 화목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지만,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사주를 세워보면 자신과 배우자가 아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든가, 겉으로는 합을 치고 있어 행복해보이지만 속으로는 충을 하고 있다든지, 단순히 이성의 관계로는 괜찮지만 입장과 주장의 차이로 힘들어야 하는 관계가 된다든지, 가족 보다도 결국엔 자기자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든지, 아무 갈등이 없는 사주이지만 실상은 이 화목함은 어느 한편이 자신의 주장과 존재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절반의 행복이라든지 하는 경우를 수 없이 살펴볼 수가 있다.

 

얼마 전에는 난강망 인월 갑목의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분을 만나 상담을 했다. 나는 깜짝 놀랬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사주가 툭 하고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인월 갑목이 병화와 계수를 띄우고 있었다. 내가 본 사주 중에 최고 레벨이다. 원래 사주를 안볼 사람인데 운에서 망설임을 깨주어 사주 한 번 보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덜덜. 과연 이 분의 사회적인 그레이드는 엄청 났다. 그러나 내면은 달랐다. 내면은 무척 슬펐다. 나에게 겉의 화려함만 바라보되 그러한 내면으로 살아갈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선뜻 오케이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상담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향하면서 나는 그 분의 뒷모습을 보았다. 바람을 맞으면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는 걸었다. 여전히 의연하고 자신의 멋을 지키고 사는 분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의 뒷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을 느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아픔이 있다. 누구에게나 친구 먹을 불행이 있다. 세상의 모든 계절에 태어나는 어떤 팔자라도 그러한 불행을 안고 태어나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끔 이러한 생각을 떠올릴 때에 나는 가슴 한 켠이 어찌 그리도 시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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