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단 재성에 대해 잡은 개념은 끝을 보려는 속성이다. 이걸 가지고 한 가지 예를 들어 생각을 해보겠다. 남자 입장에서 재는 여자이다. 남자 입장에서 여자는 끝을 봐야 하는 존재인 것일까? 나는 생각해본다. 뭐,

하고 간단하게 넘어가려고 하지만 이건 좀 심심하고 그래서 한 가지 속담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남자가 여자를 얻는 과정에 대해 이런 말이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내가 군대 있을 때 산에 나무를 하러 도끼 들고 올라가면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었는데 말이쥐. 뭐 내 도끼질이 형편 없어서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말이 말 그대로 여자를 열 번 찍으면 넘어온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이 말은 남자가 여자에 대해서 끝을 보려는 작정을 갖게 되면 아무리 계급과 인종과 민족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극복해내고 여자를 취해올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래서 재성이 끝을 보는 속성이고, 그래서 재성이 남자에게 있어 여자가 아닌가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문득 지나간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은 내가 재성의 맛을 보는 시점이라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지만, 옛날에 재성이 나를 따라주지 않았을 때에도, 식을 쓰는 시점이긴 해서 나는 뭐 여자를 좋아하기도 했었다.

당시에 맺어지지 않은 인연들에 대해서 나는 퍽이나 가슴 아파하며 때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끄억끄억 눈물을 삼키기도 했지만, 그래서 나 이러다 그냥 그것도 못 해보고 죽는 거 아닌가, 그건 그거의 문제고 여자 손도 한 번 못 잡아보고 죽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도 들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딱 한 마디가 잘 나오지 않았다.

나랑 사귈래?

나 너 좋아.

분위기가 무르익어도, 그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도 이런 말 한 마디가 도저히 나와주질 않았다. 이제와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면 그녀에 대해 내가 끝을 보겠다는 마음이 결국엔 들지 않았던 때문인 것 같다능, 그래서 식을 써서 찔러보긴 하는데 정말 절실하게 사귀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는,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막상 내가 사귀자고 한다고 그 여자가 사겨줬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