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인성에 의해 조절된다. 재극인, 식극관이라고 하지만, 나는 극이라는 개념보다는 조절성의 의미에서 극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은 뭔가를 망치고 때리는 이미지 같은 걸 갖고 있는데, 실은 그렇지가 않다.

 

예를 들어, 비겁과 관살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아무리 비겁이 강해서 자존심이 높고 역량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관을 보아 사회에서 쓰임새를 얻지 못하면 그 사람의 자존심은 발휘될 공간을 얻지 못하는 셈이다. 따라서 극을 조절성의 의미에서 이해해야 하고 조절하는 기운과 조절을 당하는 기운 사이의 균형이 흐트러져, 조절 당하는 기운이 망가져 버릴 때에 한정하여 극이라는 의미로서 망가지고 매맞는 상황이 드러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식이 인성에 의해 조절 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한 사람의 표현은 그의 생각에 의해 조절 받는다는 의미이다. 좀더 육친성을 활용해보면, 한 사람의 재주는 그가 받은 교육에 의해 조절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좋은 식상은 식상 그 자체로의 의미도 있겠지만, 교육과 지식이 뒷받침 된 식상은 더욱 큰 효용을 얻는다고 봐야 한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표현에서 좀 더 강한 설득력과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이건 단순히 식이 과다한데 인성이 식을 조절하지 않으면 껄떡쇠가 된다는 맥락과는 좀 다른 종류의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서 진로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지식의 습득이 필수이다. 그것이 선천적인 천재에 의한 재능이 아니고서야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교육은 필수이다. 예를 들어, 갑목이 병정화를 보고, 을목이 병화를 본다던가, 신금이 임수를 본다던가 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교육을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갑목이 병정화를 보고, 을목이 병화를 본다던가, 신금이 임수를 본다던가의 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느 팔자가 식상을 보았다고 해서 바로 식상의 질을 읽어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식상이 인성을 대동한다면, 식상의 품격이 한층 높아짐을 부인할 수가 없어진다. 배운 놈이 말 잘하는 이치이다.

 

순전히 일간 대 식상의 직접적인 관계를 보아, 을목은 정화를 생하는데 한계를 갖고, 병정화는 토에 의해 빛이 묻힘이 두려워며, 무기토는 금을 생한다는 것이 오히려 금을 묻을 수 있고, 경금은 식상을 생하기보다 정화로 단련되는 게 좋으며, 임계수는 부목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건 단순한 관계 설정일 따름이다. 팔자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한다. 여름의 갑목이 병정화 띄우고 수를 보지 못해 타버리면 뛰어난 재능이라 하더라도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또한 일시에 놓은 식상보다는 년월에 놓은 식상이 보다 선천적인 천재에 가까울 것이다. 나이 먹고 갑자기 천재되기는 어렵다. 일지나 시주에 놓인 식상은 사업의 기회라든가, 투자의 성향을 띤다.

 

그리고, 재성을 본 식상과 그렇지 않은 식상은 차이가 많이 날 것이다. 돈을 만드는 재주이냐, 그냥 자기 취미로만 만족하느냐의 문제이다. 밥만 먹고 사느냐, 부를 이루는 도구가 되느냐의 문제이다. 비록 인성을 보아, 품격이 높아진 식상이라 하더라도 재를 보지 못하면, 대중성이라든가 실효성으로부터 멀어진다.

 

비식재관인의 흐름이란, 다음과 같다.

비: 의욕을 갖는다

식: 의욕을 발휘한다

재: 발휘한 의욕이 설득력을 갖는다

관: 발휘된 의욕이 설득력을 넘어 권위를 가진다

인: 그의 권위는 지혜의 형식으로, 문서의 형식으로 저장될 만큼의 인정으로 돌아온다.

 

이를 노래를 하는 상황에 맞추어 생각해보자.

비: 노래가 하고 싶다

식: 노래를 한다

재: 노래를 잘 한다

관: 노래하는 모습이 관을 건드린다. 즉, 평가의 도마를 통과한다

인: 박수가 쏟아진다

 

인이 식의 품질을 결정한다면, 재는 식의 효용성을 결정한다. 인으로 식을 조절하나, 식이 재를 생하지 못하면, 공부하고 연구하고 기획해서 진로를 열어본들 돈은 안되는 식이 된다.

 

따라서, 현실적인 잣대에 비추어보면, 인에 의해 품격은 높으나 돈을 만들 줄 모르는 식상보다는 재를 본 식상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상스럽게 돈 벌어서 욕 먹는 모습보다는, 품위도 지키면서 돈 버는 게 더 보기도 좋다는 관점에 의거하여, 어느 하나 빠져서는 역시나 곤란하구나 하는 자연스런 결론이 도출된다. 식은 인에 의해 질이 높아지고, 재로 인해 현실적인 효용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