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관계에 있어, 이성을 좋아하는 데에도 여러가지 부류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찾고,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할 만한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서로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이러한 취향을 스스로 깨닫고 추구하기도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가운데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삶 속에서 경험과 실패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를 깨닫게 된다. 물론 현명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아는데 투자하는 시간이 보다 짧게 걸릴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여성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Q. 이상형이 뭐예요?

A. 자상하고 나에게만 헌신적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의 팔자를 열어보고, 남자에게 헌신을 받기보다는 자신이 헌신하는 팔자라면 이 사람은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표준 대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표준 대답 속에 자신이 속하는지 아닌지는 완전 다른 문제이다.  

 

나는 사주쟁이이기 때문에 생각해본다. 두말 할 것 없이 팔자만 펼쳐보고 위의 부류 가운데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IQ테스트 하듯, 기나긴 질문지에 답한 다음 산출된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척 보고 딱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따라서 배우자를 만나는데 소요되는 헛된 시간과 노력의 투자를 앞당겨줄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해보았고, 그러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다. 이 방법을 캐내기 위한 힌트에는 천간과 지지에 대한 짧은 이해와, 세력에 대한 더 짧은 이해만 있으면 가능하다.

 

천간이 사회적으로 나타나고 남들이 바라보는 면이라면, 지지는 내면의 속사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진지한 속사정을 들여다보려면 지지를 봐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지에서, 남자라면 일간의 뿌리가 되는 세력과 재성의 세력을 비교한다. 여자라면 관성의 세력과 자신의 세력을 비교한다.

 

時柱  日柱   月柱   年柱
 庚      辛      丁      壬      坤
 寅      酉      未      戌      命  30세

 

지지만 본다. 이 팔자는 지지에서 유금을 정기로 보았다. 술중 신금으로 뿌리를 하나 더 봤다. 관성은 지장간으로만 세 개를 보았다. 지장간보다는 정기로 하나 보는 게 힘이 더 세다. 그러나 그 차이가 심대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다. 그냥 지장간 달랑 하나라면 관성이 약하다고 읽어줄 수 있지만, 월지의 특성상 월지의 지장간 하나는 크다. 그리고 다른 지장간의 협력도 받고 있다. 이 사람은 일간의 뿌리와 관성의 세력이 비슷하므로 서로 대등한 관계를 맺는다고 봐야 한다.

 

만약 일간의 뿌리가 더 강하다면, 자신이 좋아하기 보다 자신을 좋아해주길 바라고, 상대적으로 약하다면 자신이 더 좋아하게 된다.

 

여기서 왜 세력으로 누가 더 좋아하는지를 판별하는가라는 점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나는 현실이란 힘과 힘의 부딪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누구를 더 좋아하는가의 문제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자존심과 연관되는 문제이기도 하고, 약한 사람이 더 강한 사람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사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팔자라는 건, 특히 지지라는 건 그 사람의 내밀한 마인드라 할 수 있다. 위 팔자에서 일간의 뿌리와 관성의 뿌리의 세력이 비슷하다는 건, 곧 그 사람의 마인드가 자신과 남자를 대등한 위치에 놓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위 팔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간의 뿌리는 정기로 드러난 반면, 관성은 모두 지장간으로 숨어 있다. 이 사람은 비록 자신과 대등한 남자를 찾기는 하나, 자신과 정면으로 세력을 다투려는 남자는 취향에 없다.

 

만약, 일간에 비해 관성의 세력이 더 강한 여자라면, 그 사람은 자신보다 더 강한 남자를 찾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휘둘려도 상관없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렇다면, 지지를 그 사람의 개인적 취향이라고 본다면, 천간의 세력 비교는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천간은 사회성. 사람들이 어떤 커플을 보고 가지는 관념이란 대체로 누가 누구보다 아깝다. 뭐 이런 내용이 아닐까?

 

時柱  日柱   月柱   年柱
 庚      辛      丁      壬      坤
 寅      酉      未      戌      命 30세

 

이 팔자에서, 천간의 세력을 비교하면, 년월시 삼지에 통근을 한 관이, 일지와 년지에 근을 둔 일간보다 강하다. 사람들이 바라볼 땐, 이 사람에 비해 남자가 더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월간 정화가 세력을 주로 얻은 통근처가 토와 목이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토가 인성이고 목이 재성이니, 학력과 재정적인 측면에서 남자가 더 낫다. 그러나 정화 입장에서는 토가 식상이고, 목이 인성이 되니, 진로를 개척하는 부분과 학벌적인 측면에서 역시 여자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총체적으로 이 사주의 남자는 배운 것을 사회적으로 써먹는 점에 있어 여자보다는 나을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지지를 들여다보면, 적절한 관계에 가깝고, 오히려 이 사람에 대해 남자가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못한다.

 

이렇게 간과 지를 나누어 판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