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일기

사형수의 일기

G 산쵸 1 2,261 2022.10.04 09:21

전국을 들썩하게 했던 강화도 연쇄살인범이 오늘 청주교도소에서 사형당했습니다.
사형당하는 순간까지 자기가 저지른 일들은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안 보였다고 합니다.
살인범의 방에서는 일기장이 발견되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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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x년 4월 25일 수요일 맑음

동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칼로 여러번 찔렸다고 한다. 너무 끔찍하다.
피해자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너무 불쌍하다.
나에게도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 두렵다.


199x년 5월 1일 화요일 비온 뒤 맑음

고등학교 동창 희찬이에게 전화가 왔다.
토요일에 동창모임이 있다고 한다.
흥분된다. 그녀에게 내 마음을 보여 줄 때가 왔다.
그 날은 무슨 일이 일어 날 것 같다.


199x년 5월 4일 금요일 흐림

'사랑을 쟁취하는 법'이라는 책을 샀다.
한번에 제압하라는 가장 눈에 들어왔다.
내일 그녀에게 이 방법을 써야겠다.


199x년 5월 5일 토요일 비옴

그녀에게 애인이 있었다.
나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잘생겼다.
어린이날의 어린이처럼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어제 산 책을 쓰레기 통에 버렸다.
나의 사랑도 같이 버려졌다.


199x년 5월 6일 일요일 천둥번개와 함께 비옴

하늘에 구멍이 났는지, 엄청 퍼 붓는다.
뉴스에서는 내일부터 날씨가 맑아진다고 한다.
나에게도 맑은 날이 찾아 올까?
오늘까지만 슬퍼하자.

199x년 5월 7일 월요일 맑음

사람을 죽였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죽은 사람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너무 두렵다.

199x년 5월 10일 ... 맑음

그 곳을 다시 가봤다.
죽은 곳을 하얀락카로 사람형태를 만들어 놓았다.
벽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자수할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나한테는 잘못이 없다.

199x년 5월 11일 ... 흐림

뉴스에서 내가 저지른 사건이 나왔다.
죽은 장소를 보여주면서 몽타주가 나왔다.
엉터리였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그냥 짐작해서 그렸을 뿐일테지..

199x년 5월 15일 ... 흐림

사람 죽이는 꿈을 꿨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하루종일 전에 죽인 느낌을 상상하면서 있었다.
다시 느끼고 싶었다.

199x년 5월 16일 ... 맑음

그 자식이 나보고 어쩔 수 없는 놈이라고 했다.
부엌에 가서 식칼을 갖고와 심장에 찔러 넣었다.
심장이 퍼 붓는 피가 방바닥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피가 이렇게 아름다운 색인 줄 이제서야 깨달았다.
죽어가는 친구를 등뒤로 한 채 집 밖으로 나왔다.
두려워 하지 않았다.

199x년 5월 17일 ... 소나기

뉴스에서 또 나왔다.
이번 몽타주 역시 전혀 틀리게 나왔다.
내 목에 현상금까지 걸렸다.
하지만 날 잡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항상 이 쾌감을 느끼고 싶다.
사람의 뜨거운 피가 내 몸과 부딪치는..

199x년 5월 18일 ... 맑음

정말 맑은 날이였다.
사람죽이기에 딱 좋은 날씨다.
그래서 죽였다.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였다.
마지막에 살려달라고 우는 것이 꼭 개같았다.
어릴때 개가 날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참히 밟아 죽였다.

199x년 5월 19일 ... 맑음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안에 틀여 박혀 생각만 했다.
앞으로 내가 죽여줘야 할 희생자들을..
쓸데없는 야간자율학습과 보충학습으로 나만의 시간을 뺏겼다.
그딴것이 나를 성공하게 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는 이렇게 공부 안 해도 우리보다 더 성공한다고 하는데..
열받았다.

199x년 5월 21일 ... 맑음

내 모교를 찾아가 3학년 때 담임을 찾았다.
최후의 꽃을 담임을 줬다.
행복해 하더군. 고등학교때 자기가 나한테 한 짓을 모르고.
정말 가증스러웠다. 집으로 초대했더니, 기꺼이 가겠다고 한다.
내일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

199x년 5월 22일 ... 맑음

담임이 집에 왔다.
들어오면서부터 나에게 설교를 한다.
이렇게 된 것이 누구때문인데.
준비했던 칼을 꺼냈더니, 웃음으로 넘긴다.
죽였다.
방바닥이 피로 지저분해 져서 짜증났다.

199x년 5월 30일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무차별 살인하는 것 같다.
죄책감이 든다. 처음 살인했을 때의 두려움이 밀려왔다.

199x년 6월 14일

내가 그동안 죽였던 사람들을 놓아둔 지하실로 갔다.
썩은내가 진동했다.
구더기들이 살을 뚫고 들어가 있었다.
눈만은 날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히 날 보고 있었다.



199x년 6월 15일

악몽을 꿨다.
내가 지금까지 죽인 사람들에게 목이 졸리는 꿈이였다.
꿈속에서 선생이 나에게 말했다.
나만 억울하게 죽을 수 없다고..
난 그 억울함을 달래주기로 했다.


『남자는 일기장을 덮었다.
잔잔한 미소를 퍼트리며, 웃고 있었다.
달콤했다. 피의 맛은 달콤했다.
남자는 굶줄여 있었다.
머리속에는 배고픈 짐승이 먹이를 본듯 돌아가고 있었다.
TV만이 어두운방을 밝히고 있었다.』


199x년 6월 16일

방금 뜨거운 피를 맛 보고 왔다.
이번에는 여자였는데 반항이 심했다.
반항이 심할수록 나야 또다른 쾌감을 느낀다.
면도칼로 이마밑을 그었다.
나의 귀를 울리는 비명소리는 나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일자로 줄이 그어졌다. 선홍빛의 피가 여자의 귓가를 타고 흘려내렸다.
난 입을 대서 목구멍으로 넘겼다.
피가나오는 곳에 손을 넣어 위로 당겼다.
여자는 기절했다.
지금 내 옆에는 여자의 머리가죽이 있다.

199x년 6월 17일

아침에 일어나서 창고에 갔다.
여자는 흰자위를 늘리고 기절해 있었다.
난 찬물을 가지고와서 얼굴에 뿌렸다.
죽었다. 그렇게 피를 많이 흘렀으니 죽을 만도 하지.
그러고보니 그녀와 얼굴이 많이 닮았다.
방으로 데리고 왔다.
이젠 매일 그녀와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199x년 6월 20일

그녀가 나의 생일을 물어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내일이라고 말해버렸다.
나에게 축하한다고 한다.
그녀가 내일 생일선물을 준다고 한다.
오늘 밤은 너무 길었다.
잠도 오지 않았다.
피비린내가 절여있는 손냄새를 맡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응? 나두 사랑해."
남자는 시체를 끌어안았다.
뭘 느끼고 있는걸까?

사랑?
쾌락?
행복?
죽음?

시체에서는 썩은 내가 풍겨나왔다.
탱탱했던 피부는 잡아당기기만 해도 찢어질 것 같았다.
벌어진 이마속에는 구더기가 가득 했다.
남자는 거친손을 들어올려 이마를 벌렸다.
새로운 공기를 만나자 두려운듯 구더기는 움직였다.
넣었던 손을 빼서 밖으로 나갔다.
파리와 함께..


199x년 6월 21일

참 아름다운것을 선물로 줬다.
내 생일이라서 특별한 향수를 뿌리고 왔다고 했다.
오늘따라 그녀의 피부는 특별해 보였다.
입술은 매력적이였다.
그녀의 머리속에는 예쁜것들이 들어있었다.
정말 나에게는 특별한 날이였다.
나도 그녀에게 선물을 해줘야 하는데..




죽음의 문이 열렸다.
남자와 또 다른 남자가 끌려왔다.

"왜..왜 이러십니까? 살려주세요."

"넌 나에게 봉사좀 해야겠어. 너의 뜨거운 피를 나에게좀 주겠나?"

다른 남자는 뭔가 말하려 했지만, 떨리는 입술로 말하지는 못했다.

"잠깐만 기다려. 무슨 칼을 원하나? 과도? 식칼? 아니면 가위?"

억양이 높은 말투였다.

"사..살려..살려주세요. 어..어떻게.. 해야하나요?"

남자는 듣지 않았다.
뜨거운 피를 다시 맛본다는 즐거움뿐이였다.

"오늘은 특별히 가위로 해볼까?"

다른 남자의 머리속에는 수만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생각들은 모두 쓸데없는 것 이였다.

"잘못 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살려."

"니가 뭘 잘못 했는데? 넌 잘못 한거 없어. 그저 내게 피를 주면 돼."

가성의 톤이 섞여 옅은 소리를 냈다.

"너무 걱정마. 죽이진 않을테니깐."

남자는 다른 남자의 손을 들어 정맥을 가위로 끊었다.

"으... 헉..허..억...악...흐..흑.."

다른 남자는 고통과 함께 흐느끼고 있었다.

"가장 큰 고통이 뭔줄 아나? 바로 사지가 절단 되는 고통이라고. 크하하"

피는 생각보다 적었다.

"이정도로는 부족해! 더 많은 피가 필요하단 말이야. 그녀가 원하고 있어. 그녀에게 달콤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남자는 아쉬움에 소리쳤다.
생각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
그러나 곧 그 늪에서 나오게 됬다.

"흐흐.. 머리를 자른다면 피가 더 많이 나오겠지?"

부엌에는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199x년 6월 22일

오늘은 좀 일찍 일기를 쓴다.
그녀가 새로운 피를 원하고 있었다.
그녀가 뜨거운 피를 원하고 있었다.
이 일기를 다 쓰고 밖으로 나갈것이다.
피를 구하기 위해..
아침에는 비가 약간 내렸다.
참 오랜만에 보는 비였다.
저것이 빨간 피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됬는지 생각해 봤다.
모르겠다.
언제부터 이렇게 좋은 것을 찾아냈는지..


"흐으.. 이것이 좋겠군."

남자가 움직일 때마다 손 밑은 달빛으로 인해 번쩍거렸다.
신발은 신고 있지 않아 발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남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랬을까?
남자는 칼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문을 향하고 있었다.
이내 문열리는 소리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목에서는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았다.
아픔도 더 이상 없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두려움만 있을 뿐이였다.

피가 가리키는 곳에는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피로 물들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더기는 침대와 여자위에 기어다니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구더기를 볼 때마다 속이 꿈틀거렸다.
자기 몸을 기어다닌다는 착각을 일으켰다.
여길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피를 흘렸던 탓인지 어지러웠다.
벽을 집고 어지러움증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아지랑이가 날라가듯 어지러움증은 금새 사라졌다.

한걸음씩 디딜때마다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
불안과 초조로 몸이 떨렸다.
금방이라도 문이 열릴 것만 같았다.

느리지 않는 걸음이였다.
문에 달린 자그만한 손잡이를 잡았다.
돌리려고 했지만, 정맥이 끊어진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미끄러질 뿐,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이빨로 손잡이를 물고 힘없는 손으로 보조를 했다.

조금씩 돌아가고 있었다.
반쯤 돌렸을 때, 밖에서 소리가 났다.

구두소리.
소리는 점점 가까워 졌다.
빨리 돌리려고 했지만, 손잡이를 놓쳐버렸다.
구두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끼익

손잡이가 돌아가고 있다.


문 돌아가는 소리는 끝났다.

"으아.."

괴상한 함성과 함께 어깨로 문을 연 남자를 밀쳤다.
남자는 힘없이 쓰러졌다.

"악.."

남자가 갖고 있던 칼이 발목을 스치고 떨어졌다.
넘어진 틈을 이용해 다른 남자는 밖으로 나와 달렸다.

기다란 아파트 복도를 달렸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남자는 떨어진 칼을 들고 일어섰다.

"얌전히 죽기 싫단 말이지?"

칼을 밑으로 향하게 잡고 다리를 끌었다.

"안 아프게 죽여줄게. 정말이야."

쉴새 없이 말을 내뱉었다.

어지러웠다.
얼마 뛰지 못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오직 살려는 의지로만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누군가 앞을 막았다.
딱딱한것이 명치를 가격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커컥.. 헥..헉"

몽상에 빠졌다.

누군가 도끼로 얼굴을 찍는다.
반쯤 잘려나간 머리에는 피와 섞인 뇌가 퍼져있다.
더 이상 기억은 없지만, 공포는 살아있다.
왼쪽 안구는 반쯤 튀어나와 붉게 변해 있다.
거친손이 안구를 앞으로 빼낸다.
뒤쪽에는 핏줄이 서있다.
심장은 서서히 식어간다.
마지막으로 발악을 하듯 전신은 꿈틀거린다.

목에는 날카로운 물체가 살짝 닿았다.
앞뒤로 천천히 왕복을 한다.

스윽- 쩌-

왕복의 속도는 더 빨라져 목을 자르고 있었다.

"꺄-악--끽"

성대 잘리는 소리.
열기가 식어버린 목에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삐져나왔다.
그 소리를 온몸에 휘감돌았다.




겨울이라고 착각을 일으킬 만큼 차가운 물이 얼굴에 부딪쳤다.

"으.. 허... 허..허.... "

"니가 날 치고 도망쳤어? 대가리속에 뇌가 제대로 있는 지 궁금하군."

남자는 차분하게 말했지만, 그 무엇보다 살인적인 말이였다.

"니가 허락해준다면, 머리통을 부셔서 뇌가 있는 확인 하고싶은데 허락해주겠나? 허락 안 해준다면 어쩔수 없이 산다는 고통을 느낄수 밖에.. 크크"

귀를 찢는 듯한 고통의 말이였다.
뿌린 물이 눈속에 들어가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반사적으로 눈을 비볐다.
하지만 손은 눈까지 오지 않았다.
이제야 팔목이 잘린 것을 알아챘다.

"그러길래. 왜 어리석은 짓을 했어?"

눈속에 들어간 물은 눈물로 모두 씻겨 나갔다.
다른 남자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거지?'

생각은 자신만의 것이였다.

"꼴통을 부숴놓겠어. 박살을 내버릴거야. 뭐가 좋을까? 해머? 도끼? 부술거야. 부술거야."

남자는 흥얼거렸다. 남자의 눈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였다. 이 광경을 마치 즐기듯 흥얼거렸다.

"넌 특별히 밖에다가 버려줄게. 세상사람들이 알아야 되지 않겠어? 꼴통을 부숴버릴거야."

입의 모양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서 말했다.

"뇌가 어떤 모양일까? 부숴버릴거야."

소화전에 꽂아있는 도끼를 들면서 말했다.

"뇌는 맛있을까? 긴장되는걸."

도끼를 머리끝까지 들었다.
마지막으로 '하하하하'와 비슷한 발음의 웃음을 내뱉었다.

쩍-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고통조차 느끼지 못 했다.

쩍-

한번 더 내리찍는다.
피와 약간의 뇌는 남자의 얼굴에 튀었다.

"뇌가 이렇게 생겼군. 그녀가 좋아할까? 흐.."

사람들이 없는 어둠과 두려움이 깔린 밤거리에 남자는 끌려왔다.




199x년 6월 23일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맛있는 것을 먹었다.
물컹거리고 빨간 양념이 되있는 것이였는데, 그녀도 굉장히 맛있다고 했다.
이걸 자주 먹고 싶은데, 요리방법이 어려워 자주 먹지는 못 할듯 하다.
오늘 뉴스에 내 이야기가 나왔다.
이거 은근히 가슴떨리는데..







[뉴스 속보입니다. 새벽 3시경 '모'당의 '모'의원이 피살된 채로 발견됬습니다.
범인은 매우 잔인한 방법을 살인을 저질렸습니다.
팔목은 하나 잘려나갔으며, 얼굴면에는 도끼로 가격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얼굴뼈가 거의 부숴졌고, 있어야 할 뇌가 없다는 것 입니다.
'모'의원은 지난 달 뇌물,비리등 경찰조사를 수차례 받았습니다.
그러나 보석으로 풀러났습니다.
국적을 바꾼다는 소문까지 있었던 '모'의원은 언론의 비판까지 받았습니다.
경찰은 주위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199x년 7월 2일

모든 것이 지겹다.
사는 것도.. 사랑도.. 죽음도..
왜 이럴까?
몇일새 많은 사람들이 날 찾아왔다.
불안했다.
나의 만행이 모두 발각되면 어떻하지?
이제와서 모든것이 후회된다.
지금까지 시체를 사랑해왔다.
나의 분신처럼 생각한 것이였다.
그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죽음.. 그것은 무엇일까?
오늘이어서야 그것을 생각해보았다.
난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이였다.
꿈에서 죽음이 날 부른다.
두렵다. 내가 죽음을 두려워 할지 몰랐다.
피는 차가워지고, 숨은 끊긴다는게 두려웠다.
몇일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제대로 된 대화 해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모든것이 견디기 어렵다. 편안한 안식을 찾고 싶다.







남자는 몇일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다.
자기 죄를 깨달은 것일까.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시체다.
더 이상 시체를 껴안지 않았다.
더 이상 시체와 말하지 않았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시체를 곁에 두지 않았다.
수많은 시간이 누워있던 침대도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햇빛조차 두려웠다.
집전체에 커텐을 쳤다.
빛이 들어올 만한 구멍은 없었다.
그만큼 남자의 마음도 막혀있다.
두려움은 빠져나오지 못 한다.

--딩동--딩동--

"계세요? 문좀 열어주세요."

누굴까. 누굴까. 누굴까.

움직이기 싫었다.
초인종소리가 무서웠다.
날 지옥으로 데려가려는 것일까.
불구덩이속에 빠져 살려달라고 소리쳐야 하는걸까.
살은 녹아 내려 밑으로 떨어질때 고통을 느껴야 하는걸까.

"아무도 안 계시나요? 문좀 열어주세요."

저 목소리가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겨웠다.
문쪽으로 한걸음씩 옮긴다. 점점 문과 가까워졌다.
언제부터 이 문이 이렇게 두꺼웠지.
손잡이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보는 밝은 빛이 남자의 눈속에 들어가서 요동을 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빛은 곧 사라지고, 한명의 사람을 탄생시켰다.

"안녕하세요? 여쭤볼 것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선생님 여기 오시지 않았나요?"

선생님.
내 손에 없어진 한 생명.

"모..몰라요."

문은 빛을 막았다.

"으.흐흑.. 미..미안해."

남자의 눈에서는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따뜻한 눈물이 흘려내렸다.
눈물은 악으로 더럽혀진 얼굴을 씻어줬다.
어둡고, 조용한 집에서는 우는 소리만 간절하게 들릴 뿐이였다.

몇시간이고 그 자리에 앉아 흐느꼈다.
그동안 잔혹했던 일들이 모두 스쳐갔다.

그때 남자눈에는 전화가 보였다.
남자한테는 그것이 희망처럼 느껴졌다.


기억속에 박혀있는 몇개의 번호를 생각해냈다.
전화를 들어 번호를 꾹꾹 눌렀다.
통화 신호가 들렸다.

"어..어머니. 저예요. 태수. 아이 왜 우세요. 저 이젠 어머니 못 볼 것 같아요. 건강하세요. 어머니 그동안 못 한거 죄송해요. 저 이제 그만 끊을게요."

남자의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또 다시 번호를 눌렀다.
아까와는 달리 누르는 숫자가 적었다. 하지만 더 힘겨워 보였다.
전화의 대고 말하는 남자는 진지해 보였다.

전화를 끊은 뒤 쇼파에 앉아 눈을 감고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수 많은 사람들이 들이 닥쳤다.
수없이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말이 없었다. 창고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썩은 시체와 냄새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웠다.
구토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경찰에 양쪽 팔이 잡혀 밖으로 나간다.
이젠 빛을 보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온몸으로 빛을 받아들였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지만, 말하지 않았다.
경찰차에 탔다. 푹신했다. 양쪽에 경찰들이 앉았다.
곧 차는 출발했다. 그 자리에는 뿜어낸 매연만 있을 뿐이였다.

다음 날 신문과 뉴스에는 남자의 얘기뿐이였다.
재판을 본 날에도 모든 사람들의 눈이 집중되었다.

-사형-

누구나 예상은 했지만, 남자는 사형이였다.
남자는 그 말이 부드럽게 들렸다.
사형.
고귀하고도 아름다운 이름.





199x년 7월 26일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깨달았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난 지금 삶의 만족한다.
내가 자수하지 않았으면, 혼자 두려움의 자살을 택했을 수도 있다.
내일 사형장에 당당히 나갈수 있을 것 같다.
이젠 이 일기쓰는 것도 마지막이 될테지..
왜 일까?
사람들에게 부끄럼없이 사라지고 싶다.





남자는 일기장을 덮지 않았다.
펜도 그 옆에 고스란히 놓았다.
그리고 누웠다.
내일은 영원히 자게 될 테니, 오늘은 자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곧 꿈속에 들어갔다.





한 아이와 아리따운 여인이 풀위에 앉아있다.
앞에는 물고기들이 뛰어노는 강물이 흘렸고, 뒤에는 새들이 지적이는 나무숲이 있었다.
위에는 바람이 이끄는 구름떼가 지나가고 있었다.
바람은 아이와 여인을 간지럼피고 멀리 떠나갔다.
마치 사랑이 떠나듯이..

"엄마. 저 이번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거예요."

아이는 씩씩하게 말했다.
여인은 아름다운 미소를 띄고 그저 바라볼 뿐이였다.

하늘은 어둑어둑해졌다.
부드러운 바람은 사라지고, 거친바람이 불었다.
강물에는 더 이상 물고기들이 뛰어놀지 않는다.
배를 내밀고 물에 떠 있었다.
새들도 지적이지 않았다. 저 하늘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가버렸다.
포근한 풀은 말라죽어 있었다.

"엄마. 잘못했어요. 흑흑.. 무서워요."
아이는 무서움에 떨었다. 그러나 여인의 미소는 변하지 않았다.




"어헉.."

징한 햇빛이 들어왔다.
아침이였다.

뚜벅--뚜벅--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
이내 발소리는 남자앞에 멈췄다.

-끼익--

"사형수 나와라."

옥문이 열리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젠 끝이군."

남자의 말에는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경찰과 함께 기다란 복도를 걷고 있다.
많은 죄수들이 남자를 보고있다.
안도에 한숨을 쉬는 자와 몸을 떨며 보는 자도 있었다.

이젠 저 길목만 넘어가면 사형장이다.
죄로 더럽혀진 자들의 운명이 끊겨진 곳.

남자는 그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형장은 낡은 나무집으로 만들어졌다.
한 걸음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낡은 나무합판이 소리를 냈다.
한 줄기 햇빛이 지나간 자리는 작은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사형집행인들 앞에는 작은 의자가 놓여있다.
남자가 앉으면 금방이라도 부숴질 것 같았다.

삐그덕-- 삐그덕

"죄수는 의자에 앉으시오."

의자 위에는 굵은 밧줄이 묶여 있었다.

"죄를 끝까지 늬우치지 않겠습니까?"

"....."

말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강인함을 보여주기 위해.
집행인은 헛기침을 했다.

"유언은?"

"내가 하는 유언은 전국의 모든 살인자에게 하는 말입니다. 괴로워 하지말고 자수를 하십시오. 편안한 안식을 찾으십시오."

"끝입니까?"

"....."

"시작하죠."

남자의 머리에는 검은 투가 씌어졌다.
굵은 밧줄로 만들어진 올가미는 남자의 목에 들어갔다.

많은 지문이 묻어 있는 손잡이.

집행인이 손을 들었다.
손잡이를 내렸다.

뚝--

짧고 강한 소리를 내며 의자는 밑으로 떨어졌다.

괴로웠다. 숨은 간간히 쉴수 있었다.
하지만 목뼈가 갈갈 소리를 내다 부러졌다.
하나가 부러지자 연이어 부러졌다.
부러질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였다.

더 이상 고통과 소리는 없었다.
아래부터 전율이 이어졌다.
황홀했다. 몸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래는 축축해졌다.
3분간의 고통 이후 2분간의 쾌감에 빠졌다.
죽음의 문 앞에서 쾌감.
나쁘지는 않았다.

이젠 쾌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인생 일부분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살인마가 겪는 쾌감과 고통. 지금까지 들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여기 있는 분들도 살인 해보셨던 분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다리를 꼬아 앉아 있는 자의 말에 수십명의 청중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 이야기는 쾌감의 대한 얘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쾌감을 원하죠. 그러나 고통이 쾌감이 된다면 어떨까요? 다음 이야기는 그것의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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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2022.10.04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