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티켓

공짜 티켓

G ㅇㅇ 1 50 09.20 07:41

꽃이 저리도 많이 피었는데 나는 향기라고는 바람 냄새밖에 없을 수 있을까. 삼일 전, 공짜로 생긴 유채꽃축제 티켓을 얻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건만 눈만 즐겁지, 코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돈을 벌라고 억지로 꽃을 피었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뭐, 공짜로 온 주제에 이 딴 소리 지껄이냐고 한다면 굳이 할 말이라고는 그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쓴 글에 "이거 진짜 못 썼네." 라고 말했는데 다른 누군가 "너보다 잘 쓴다." 라고 말했다면 그것이 모순이 아닌가? 글을 못 쓰더라도 못 쓴 글을 못 썼다고 말 할 권리는 있다.

<유채꽃축제> 라고 쓰여 있는 플랜카드가 들어가는 입구 위에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 밑에는 노란 유채꽃과는 너무나 대조되게 까만 꽃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꽃은 얼굴은 잔뜩 찡그리고 있었지만 간혹 웃는 꽃도 있었다. 나와 그녀도 처음에는 간혹 웃는 꽃이었지만, 이리 치고 저리 치고 가까스로 입장권을 내고 들어 간 후로는 찡그린 꽃으로 변했다.

"왜 이리 인간들이 많은 거야!"

내가 버럭 화를 내자 앞 뒤 양옆에서 똑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영화나 보자니까……."

그녀가 짜증나는 어조로 내게 화를 내듯이 말했다. 물론 나는 돈을 내지 않았지만 돈을 내고 온 사람은 하나같이 '내 돈.' 이라고 울부짖을 것 같았다. 이건 마치 고등학교 때 강당에 전교생 모아 놓고 몇 시간동안 앉혀서 재미도 없는 공연을 보여주는 이름만 축제인 축제였다. 그래도 이왕 온 김에 그녀와 사진도 찍고 나 잡아봐라, 같은 유치한 추억거리는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그나마 사람이 별로 없는 외진 곳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외진 곳이라 해봤자 간신히 꽃만 만질 수 있을 뿐이었다.

꽃을 하나 따서 코에 갖다대고 냄새를 킁킁 소리가 나도록 맡았지만 별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모두 코딱지가 두 콧구멍을 꽉꽉 막아놨더라도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다는 걸 주최측에서는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대량 꽃향수를 뿌리지 않는지 의문이다.

그러다 내가 알게 된 사실은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짜티켓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입장 할 때 반을 자른 티켓을 무심코 보았는데 아주 작은 글씨로 3일간 무료입장. 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 그러니까 나는 혼자 공짜로 들어왔다고 굉장히 좋아라 했던 것이다. 그래, 어쩐지 인간이 더럽게 많다 했다. 나는 그 더러운 기분을 안고 2시간이나 더 있다 집에 왔다.


어찌됐건 유채꽃인지, 무채꽃인지 개 같은 축제를 갔다 온 뒤로 내 몸에 이 딴 게 돋아나기 시작한 것은 확실하다. 처음에는 털 같은 게 나기 시작하더니 며칠이 지나니 새싹이 돋아났다. 기분이 나빠서 뜯어버리려고 했지만 내 혈관인 것처럼 뜯어지지도 않고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새싹은 빠르게 자라서 다음 날에는 작은 꽃이 피었다. 거울을 보니 몸 이곳저곳에 노란 꽃이 피어있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신의 몸이 얼마 전부터 이상해졌다는 것이었다.

"혹시… 꽃이 몸에 피니?"

그녀는 그렇다고 말했다. 나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나와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들과 대화를 해보니 모두 유채꽃축제를 갔다 온 사람들이었다. 경찰들은 급히 주최자들을 추적했지만 이미 해외로 도망갔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꽃에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던 바이러스가 있었고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유전자가 결합을 일으켜 꽃이 피었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의사들은 현재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절망적이었다.

꽃은 실제 유채꽃 크기만큼 자라고서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몸에 피어난 꽃을 세어보니 모두 8송이였다. 답답한 마음에 꽃을 가위로 잘랐더니 피가 용암처럼 솟구쳐 나왔다. 그러고는 한시간도 되지 않아 꽃이 재생하였다. 끔찍했다. 그녀와 나는 더 이상 사랑을 나눌 수 없었으며 서로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희망이 없었다. 이게 다 공짜티켓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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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