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일몰

G ㅇㅇ 1 1,969 2022.09.20 07:36

해가 지고 있다.
석양이 먼 하늘 저 편으로 붉은 노을을 남기며 지고 있다.
하루가 지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또다시 그렇게 지나고 있다.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나이는 4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지저분하고 허름한 옷차림이다.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가득하다.
발걸음도 몹시 무거워 보인다.

지친 발걸음을 옮기며, 남자는 하늘을 쳐다 본다.
하늘은 오늘도 아름다운 노을로 물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남자의 눈에는 하늘빛이 암울한 핓빛으로 보이는 것 같다.
오늘도 역시 신통치 않았다.
항상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늘 그렇지만 오늘은 더욱 그랬다.
다리까지 다치고 만 것이다.

등짐을 지다가 줄에 걸려서,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타박상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 질 뻔 했다.
병원에나 입원해 있을 입장이 아닌 것이다.
무릎이 계속 욱신거린다.
걷기가 너무 불편하다.
버스라도 타고 가면 좋겠는데, 마침 차비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주머니에 있던 100원짜리 동전 몇개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주머니에 구멍이 나 있다.

빌어먹을!

구멍으로 빠져 어디에선가 흘린 모양이다.
먼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날씨가 몹시 쌀쌀하다.
겨울은 다 지나갔지만 아직도 제법 추운 날씨다.
바람까지 불고 있다.

남자는 옷깃속으로 더욱 몸을 움추려 든다.
하지만, 별로 소용이 없다.
사시사철 입는 낡은 잠바는 추위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입고 다닌지 10년은 된 오리털 잠바는 이미 털이 거의 다 빠져버렸다.

싸구려라도 새로 사려고 했지만, 귀찮다.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지친 몸으로 와서는 그냥 잠이나 잔다.
가끔 쉬는 날도 있지만, 그런 날은 집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기 싫어진다.
그런데, 잠바를 사러 가?
아직 더 입을 수 있는데 뭐하러?
그냥 잠이나 자자.

그러던 것이 이 모양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가 된다.
진작 새로 사 입을 걸 그랬다.
남자는 더욱 더 몸을 움츠렸다.
터벅터벅 걸어가던 남자의 앞에 언덕길이 나타났다.
걱정이다.

무릎이 다시 욱신거린다.
제대로 올라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남자의 집은 언덕 맨 꼭대기다.
어쩔 수 없다.
가장 세가 싸니까.

남자는 천천히 언덕길을 오른다.
한동안 걸어올라 가던 남자의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아픈 다리를 끌고 올라가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추워서 웅크렸던 몸이 이번에는 후끈 달아오른다.
비지땀이 마구 흐른다.
힘들다.
기진맥진이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올라 가던 길이 오늘은 완전히 고행길이다.
그나마 오늘은 다치는 바람에 아직 해가 지기 전에 올라 간다.
평소처럼 캄캄한 밤에 올라갔으면 큰일날 뻔 했다.
이정도 다친 걸로 일찍 올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다.

저번에 일하던 곳에서는 피가 흐르도록 다친 사람도 대충 붕대만 감고 계속 일해야 했다.
일당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
거기서 요구하는대로 하는 수 밖에 없다.

남자는 잠시 쉬면서 생각에 잠긴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한때는 잘 나가던 회사원이었다.
부자는 아니라도 꽤 풍족하게 살았다.
그러던 것이 이 모양이 되었다.

결혼도 했었다.
지금은 혼자지만...
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왜 이런 꼴이 됐는지...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남자는 다시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빠른 속도다.
억지로 빠른 걸음을 걸어본다.
집까지 빨리 걸어가서 그 다음에 쉴 작정이다.

집에 거의 다 왔다.
쓰러질 정도로 다리에 통증이 온다.
하지만, 차라리 빨리 올라 온 것이 나았다.
언제까지 언덕에서 뜸을 들일 수가 없다.
빨리 집에 들어가서 쉬어야 내일 또 나갈 수 있다.
어느 구석엔가 약상자도 있을 게다.

늘 상처가 생기니까, 다른 것은 몰라도 약상자는 챙겨두고 있다.
빨리 들어가서 쉬자.
남자는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 때, 남자의 눈에 무언가가 보인다.
고양이다.
도둑고양이다.
한 마리다.
남자는 고양이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고양이는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있다.

그 고양이다.
일전에 거리에서 차에 치었던 그 고양이다.
차에 치고도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졌었다.
분명히 그 놈이다.
이상하게도 기억에 남았다.
남자는 고양이를 자세히 살펴 본다.
그런데, 다리가 이상하다.
한쪽다리를 질질 끌고 있다.

차에 치인 다리가 부러진 모양이다.
그 다리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신기하다.
남자는 더 가까이 다가간다.
가까이 다가가자 사납게 울어댄다.
도와주려고 해도 어쩔수가 없다.
도움의 손길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남자는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
하지만, 왠지 마음에 걸린다.

남자는 다시 고양이에게 다가간다.
이번에는 고양이를 직접 만져본다.
그런데, 그 순간 고양이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남자의 손을 할퀸다.
남자는 외마디비명을 지른다.
울화가 치민다.
도와주려고 한 것이다.

도와주려고 한  자신을 향해 공격을 한 것이다.
화가 난다.
겨우 고양이에게 무시당했다.
남자는 주변을 둘러본다.
마침 부러진 빗자루 하나가 보인다.
남자는 자루만 남은 빗자루를 집어든다.

빗자루를 움켜잡은 남자는 고양이에게 다가간다.
남자는 고양이에게 빗자루를 휘두른다.
고양이는 빗자루에 세게 얻어맞는다.
고양이는 빗자루에 얻어맏으면서도 도망가지 않는다.
남자는 고양이의 눈을 본다.

남자는 공포에 질린다.
그 눈은 고양이의 눈이 아니다.
여자의 눈이다.
자신이 알고 있던 여자의 눈이다.
자신과 같이 살았던 그 여자의 눈이다.
남자는 계속 빗자루를 휘두른다.
고양이가 비틀거린다.
아니 여자가 비틀거린다.

그가 휘두른 몽둥이에 여자가 비틀거린다.
개같은 년.
죽일 거야.
죽여버리고 말 거야.
감히 나를 속여.
나를 속이고도 무사할 줄 알았나?

변명하지마!
변명 따위는 필요 없어!
너를 사랑했는데...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 나한테...
남자는 더욱 세게 몽둥이를 휘두른다.

마구 휘두른다.
피가 터져나온다.
그래도 남자는 동작을 멈추지 않는다.
비명이 터져 나온다.
여자에게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도망간다.

여자가 도망간다.
남자는 여자를 막아선다.
여자의 몸을 우악스럽게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이 년.
나하고 결혼한 게 아니었나!
몸뚱이만 나하고 있었던 건가?
몸뚱이만!
남자는 쓰러진 여자를 향해 다시 몽둥이를 휘두른다.
한순간 몽둥이가 여자의 머리에 맞는다.

여자가 동작을 멈춘다.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는 동작을 멈추지 않는다.
나를 속이려고?
어림없어.
어림없다고!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계속 때린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진다.
골이 부숴진다.
이제는 뇌수까지 흘러나온다.
하지만, 남자는 몽둥이 질을 멈추지 않는다.

부숴져버려!
네깐 년의 몸뚱이...
부숴져버려!
이제 여자의 머리는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가 부숴져 갔다.
부숴져버려!부숴져버려!
남자의 눈에 광기가 서린다.
흐흐흐...흐흐...흐...

남자가 웃는다.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웃는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몸을 덥친다.
그리고 남자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여러 사람이 보인다.

경찰복을 입은 사람이 떼로 몰려든다.
남자는 자신의 손에 든 몽둥이를 바라 본다.
그리고, 여자의 시체를 바라 본다.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야!
내가 한 게 아니야!
믿어 줘요!
내가 한 게 아니야!
아니야!...

남자가 동작을 멈춘다.
휘두르던 빗자루질을 멈춘다.
어느새 고양이는 피를 뒤집어쓴채로 널부러져 있다.
머리가 부숴져있다.
고양이의 머리는 뇌수를 흘리며 부숴져 있다.

빗자루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다.
남자가 빗자루를 던져버린다.
힘이 빠진다.
피곤하다.
무릎이 다시 욱신거린다.
자고 싶다.
그저 자고 싶다.

남자는 터벅터벅 힘없는 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터져버린 고양이의 머리에서 무언가가 튀어 나와 있다.
눈이다.
고양이의 눈은 아니다.
사람의 눈이다.

그것도 눈빛으로 보아 여자의 눈이다.
그 눈이 집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언제까지나...
해가 넘어가고 있다.
언제나처럼 하루가 끝나가는 것이다.
하늘은 붉은 빛에서 점점 어둡게 변해가고 있다.

Comments

G 2022.09.22 05:34
엽기 혐오,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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