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주 감명하며 든 생각

친구 사주 감명하며 든 생각

G 임자 2 4,110 2022.08.20 12:28

壬甲甲壬

申申辰戌   남자 29세



제 친구의 사주입니다. 친구라고는 하지만 저보다 한 살 아래 후배죠.
그는 사주를 믿지 않는답니다.

그 언젠가 제가 너 올해 연애하겠다 그랬더니 그렇다면 집에서 나오지 말아야 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여주던 친구입니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이라고 아시남요? 자신에게 닥쳐올 운명에 반항해보겠다며 판자집에 숨어 모든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차단하려는 주인공의 발악과 같은 의지. 이 친구가 그런 걸 보여주려 했답니다.

봄의 목이 토가 많고 관이 많아서 부담스런 형국입니다.

사주에 식상은 술중 정화 하나로 갖추고 있습니다.
지지에 재재관관. 일간의 뿌리는 재성에 두고 있고, 처와 자식에 헌신해야 할 팔자입니다.

천간에 임수 두 개가 무섭죠.

 

갑목이 진술충으로 진중 을목 뿌리를 깨면 그래도 직접적으로 재관이 부담스럽진 않을 텐데, 이 친구의 인성 엄마가 천간의 유인력으로 꼭 잡고 있잖아요.

현실에 뿌리를 닿게 한다는 점에서는 어머니의 공로를 높이 살 수는 있으나 그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하는 구조입니다.

 

이 친구는 저한테 말합니다. 나는 진로가 없어요. 딱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하긴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저는 말합니다. 당연하지. 화가 없잖아? 식상이 없다구. 그냥 취직해서 네 뼈를 묻으렴.
그럼 이 친구는 말합니다. 형, 근데 식상이 뭐에여?

식상은 표현이자, 진로이자, 투자이자, 재능이자, 기호, 취향, 센스이자, 돈을 만드는 수단이란다.
아하, 그렇구나! 그는 무릎을 탁치면서 말합니다. 그래도 난 형 말 안믿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재밌는 사람이거든요.
말 하는 걸 들어보면 센스가 넘치고, 옷 입는 것도 그렇고, 맛있는 음식 먹는 것도 좋아하고 전혀 무식상한 느낌으로는 보이지 않는단 말이에요.

이상타. 나는 번민하기 시작합니다.

사주가 틀린 건가? 나의 관법이 이상한 건가? 내가 그냥 사주를 못 보는 건가? 아니면 이 친구는 자신만의 의지로 팔자를 바꾼 건가? 팔자 밖의 삶을 사는 건가? 그렇다고 소림사에 들어가서 도를 닦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웃지마라, 자식아. 나는 머리가 아파요.

그러나 이 친구가 여자를 만나는 모습을 보면, 분명 자기보다 강한 여자를 만나 꼼짝 못하고 틀어 잡히는 게 보이거든요.

그는 말합니다. 나는 소개팅 그거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막상 만나면 무슨 말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할 말이 없어요.

 
壬甲甲壬

申申辰戌   남명 29세



나는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겠지. 일간이 재에 대해 불리한데, 구태여 식상으로 재를 생할 필요는 없겠지. 그건 자폭하는 길이나 다름 없을 테고.

 

추측이자 가정이겠지만, 일간이 재에 대해 불리한데 어설프게 화가 떠서 생재하면 괜히 감당 못할 돈을 손에 쥐어보겠다고 이리저리 사업 벌리고 말아 먹고 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하고요.

아하! 오히려 이럴 땐 화를 숨긴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렇다면 이 친구가 센스가 없진 않다, 다만 재성을 생하는 논리로는 식상을 쓰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고 숨긴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친구는 여자에 대해서 별로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하게 있는데도 여자가 꼬이더란 말이죠. 침묵할수록 여자를 만나는데는 도움이 된다고 할까요.

그런 사람들이 있죠. 너는 입을 닫고 있으면 진짜 멋진 녀석이야, 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요.
이 친구가 딱 그에 해당하는 녀석이 아닐까 저는 생각해봅니다.

어설프게 화를 띄우면 괜히 여자 꼬셔보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여자도 호감 잃고, 자기는 자기대로 기력 소모하고 그런 식상의 존재론 보다야 이러한 스탈의 과묵함이 더 낫지 않겠는가 하고요.

문제는 그래도 역시 봄의 목인데, 한 번 화를 봐서 자신을 펼쳐보는 게 봄의 갑목이 타고난 소명일진데 그러니, 영양가 없는 식상생재라도 떠주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는 아쉬움도 생깁니다.

이 친구는 식상을 숨겼으니 말이 그렇게 많은 타입은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와라와라 떠드는 타입은 아니죠.
그런데, 아무리 말해도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고, 아무리 온갖 지식으로 떡칠을 해도 재미없고 오히려 매력이 떨어지는 타입이 있죠.

이 친구는 가만 있다 한 방씩 터뜨리는 타입입니다.


식상을 잘 숨기면 은근히 센스 있다. 드러내놓고 빵빵 터뜨리는 맛은 없지만 잘 숨기면 오히려 어설프게 본 것보다는 낫다.

이 친구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Comments

G 2022.08.21 06:11
수,인성이 왕하네요.
화,식상은 지장간에 암장되어 있겠지요.
G ㅇㅇ 2022.10.28 02:59
친구분 사주랑 일주시주가 같은데 저도 똑같아요 화장기없는거 좋아하고 자연스러운거 좋아하고 말 써놓은 성격도 똑같아서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