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 근묘화실에 관한 글

사주팔자 근묘화실에 관한 글

G ㅇㅇ 1 2,563 2022.08.20 12:11

년월일시. 근묘화실. 나고 자라고 교육 받고 왕성하게 활동한 다음 노후의 휴식을 맞게 되는, 사람은 시간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물론 명리적으로는 역행하는 시간도 존재합니다. 음간을 보면 십이운성이 거꾸로 가잖아요. 저는 음간의 십이운성을 생각할 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작품을 떠올립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날 때 관절염과 시력저하증을 앓는 노인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 아기로 눈 감죠.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을 이 사람은 거슬러 사는 겁니다. 이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피부가 깨끗해지고 육체적으로는 젊어집니다.

노인이 중장년기 청년기 사춘기를 거쳐 점점 아기가 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작품은 사춘기의 방황을 치매와 연관시키고 아기로 역행하면서 잃어가는 기억들을 다시 노인의 기억 상실증과 연관시킵니다. 노인이 몸에 기운이 없는 것처럼 아기 역시 보행의 능력을 잃고 가만히 누워 있잖아요.

아, 그 딱딱 맞아 들어가는 아귀에 감탄하면서 사람이 늙으면 애와 똑같아진다든가 하는 말들, 어느 날 유모차 속 아기의 형형한 눈빛에서 노인의 지혜로움을 엿보게 될 때의 신비로운 느낌들을 저는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야기이고 현실적으로 벤자민 버튼과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잖아요.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고 누구나 노인으로 죽는 게 평범한 우리네 인생이죠.

사주 팔자는 네 기둥입니다. 그리고 평범한 시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은 년월일시 순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처음엔 년주, 다음엔 월주, 다음엔 일주, 마지막으로 시주.

년주는 소년 소녀의 시간이죠. 태어나 보살핌 받고 아직은 세계에 대해 호기심 많고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인격이 형성되는데 여러가지로부터 중요한 영향을 받는 시기이죠.

그리고 월주로 사람은 넘어갑니다. 월주에는 월지가 있습니다. 보통 월지를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적 울타리라고 하잖아요. 월지를 어머니 자리라고도 하고, 자평진전을 보면 월지를 그대로 격으로 잡기도 하죠. 격이란 그 사람이 타고난 오행 세력의 성격을 파악하는 단초가 되기도 하고 사회적 성분으로 타고난 재능을 뜻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년주의 시간을 살아가다가 월주의 시간으로 옮겨가면서의 과도기 같은 걸 생각해볼 수 있겠는데요. 소년, 소녀가 청년이 되어갈 때의 과도기를 우리는 보통 사춘기라고 부릅니다. 사춘기 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이런 거 생각하잖아요.

저는 그것이 명주가 맹랑한 년주를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월지를 보면서 갖게 되는 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춘기는 천친무구한 소년, 소녀가 어느 날 인격적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신체적으로도 징후가 나타나죠.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치열하게 사색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비로소 일간이 자기의 계절을 만나면서 정체성을 묻고 확립하는 시기 그러한 시기가 월지의 시기가 아닌가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병화 일간으로 태어난 명주가 여름의 월지를 보면, 아 나는 한여름의 태양이구나 그럼 내게 힘을 보태줄 임수는 어디 있지? 날씨가 너무 더운데 이 뜨거운 열기를 식혀줄 계수는 어딨지? 수를 생해줄 금은 얼마나 되며 그리고 내가 키워야 할 꽃은? 토는 너무 많아도 안 될 텐데. 이런 걸 실질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는 게 월지의 시기가 아닌가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사춘기라도 년월을 충으로 넘어가는 사람과 합으로 넘어가는 사람은 다르지 않을까요. 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긴 합니다만 주위에 별 걱정 끼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토바이 사고도 내 보고 선생님 호출도 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이 시기를 넘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년주와 월주를 지나온 명주가 일주로 들어서는 시점은 또 다시 새로운 과도기를 불러옵니다. 일주는 명주가 자신의 뜻을 펼쳐보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년월이 인생의 전반기라고 한다면 일시는 인생의 후반기가 당연할 테지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나머지 인생을 판가름한다는 생각에 이르면 몹시 두렵고 사춘기 못지 않게 혼란을 겪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걸 청춘의 방황이라고 하지 않나요. 사춘기를 겪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의 과정을 거쳐왔다면 이제 자신이 품은 뜻이 이 세상에 먹힐까. 뭐랄까 사춘기와는 또다른 막막한 심경을 겪으면서, 때로는 세상을 원망도 해보고 자신의 한계를 어느 정도 체감하기도 하면서 인생의 중반으로 넘어갑니다.

무엇이 나머지 인생의 반에 숨어 있을까요. 얼마간의 호기심과 또 얼마간의 두려움을 안고 일주로 넘어가는 겁니다. 이 또한 월일이 형충으로 이어져 있는 사람과 합으로 넘어가는 사람과 아무 관계 없이 넘어가는 사람이 다를 겁니다.

일주 시점은 명주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점입니다. 한편으로 노후를 준비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일주에서 시주로 넘어가는 과도기, 거기에는 갱년기가 있습니다. 여성분 뿐만 아니라 남성분도 갱년기를 겪는다고 하지요. 몸에서 기운이 빠진다는 등, 우울감에 젖게 된다는 등, 의학적으로는 호르몬의 변화가 따른다고 합니다만.

년월일시의 시는 명의 귀속점이죠. 명주가 묻힐 자리라고 하잖아요. 명주가 시를 만나면 명주가 묻힐 곳이 보인다고 해도 될까요.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라는 의미가 될 것 같기도 해요. 일시를 충으로 깨먹으면 좀 불안한 노후가 예비될 것 같아요. 아웅.

년에서 월로 월에서 일로 일에서 시로 넘어가는 과정을 저는 마치 뒤집어진 카드를 한 장씩 뒤집는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겪는 과도기는 숨겨진 카드에 대한 불안 혹은 호기심 같은 것이 뒤범벅된 결과일 테구요.

사람의 인생이란 카드 한 장 넘기고 다시 보이지 않는 카드에 대해 궁금해하고, 다시 넘겨진 카드를 살아가고, 이러한 형식의 반복이 아닌가 저는 요즘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인생이란 카드 네 장 들고 치는 카드게임이라고 해도 될까요. 카드 게임중에 포커라고 있죠.
누구는 후레쉬를 들고 있고, 누구는 뻥카를 들고 있기도 할 것이며, 누구는 로얄 스트레이트 후레쉬를 손에 쥐고 있겠죠.

자, 당신은 몇 장의 히든 카드를 갖고 있나요? 

Comments

G 2022.08.21 06:27
근.묘.화.실 그리고,기.승.전.결
못 먹어도 고가 아닌,먹고 따따블로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