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서나 현실에서나, 육친은 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육친론에서 어머니는 인성, 아버지는 재성, 형제는 비겁, 남편은 관성, 아내는 재성, 자식은 (남자에게)관성/(여자에게)식상 이지요.

내 사주의 육친글자가 기신,흉신이면 실제로 정말 안좋을까요?

답은... "안 좋지만 안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입니다.

뭔소리냐구요? ㅎㅎ



아래 사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정   계   경   갑

사   해   오   오



계수는 원래 신강신약을 잘 따지지 않는, 일간의 강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일간이긴 합니다.

하지만 잘 보면, 더운 午월의 한낮 丁巳시에 태어난 데다, 오오자형에 사해충까지 더해져 화기운이 날뛰고 있습니다.

그나마 일지 해수에 의지하고 있지만, 비겁인성이 약하고 재가 많아 신약한.전형적인 재다신약명으로 봅니다.



문제는 경금 정인입니다. 정인이면 나를 생해줘야하는데, 저 정인은 참 무늬만 엄마입니다. 지지에 금의 뿌리도 없지요, 주변에 도와주는 토,금세력 하나 없지요, 천간에 달랑 떠 있는 애물단지입니다.

어이쿠 게다가 뜨거운 오화 위에 앉아있네요. 계수를 생할 생각은 못하고 뜨거운 불에 제련되어 "아몰랑~" 녹아나고 있는 경금이죠

시지 사화 중 경금이 있고, 사화가 金의 생지라 녹아 없어지는 금은 아니지만 계수에게 그닥 도움이 안되고 있어요.



차라리 경금없이 목,화,토의 글자만 있었다면 종재나 종세격으로 청했을 것입니다. 애매하게 뿌리내린 경금이 원통할 뿐이지요.

그럼... 이 아이에게 엄마는 실제로 기신일까요?

도움 하나도 못주는 무늬만 엄마가 맞을까요?



답은 'No'입니다. 간명을 하고 여러 케이스를 보면, 우리 현실은 참 복잡다단해서 이론 하나로 결론짓기엔 오류가 많음을, 깊이 깨닫고 배웁니다.



이 사주에서 경금이 애물단지는 맞지만, 실제로는 자식을 많이 사랑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어머니 입니다. 모자관계도 잘 맞고 좋다고 하네요. 아이도 엄마를 많이 좋아하고 따른다고 하구요.

사주의 육친이 기신이라고 무조건 나쁘게 봐서는 안됩니다. 육친을 넘어서는 인연법이 존재하며, 우리의 DNA에 각인된 끈끈한 혈육의 정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기신,흉신의 작용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ㅎㅎ

뭔가 한가지 내가 정말 원하거나 필요로하는 한가지는 기가막히게 결여되어 있습니다. 위 사주 주인공의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지요.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고 잘 훈육하지만, 공사다망하여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않다고 하더군요.

아이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쉽고 그립겠지요. 엄마가 보고싶고 필요할 때 옆에 잘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찌보면 그렇기 때문에 기신을 그렇게 때울 수 있는 것입니다. 위 아이의 엄마가 전업주부였다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입니다 (건강이 안좋다거나, 아이와 자주 다툰다거나)





역학에서 육친론은 왜 생겨난 걸까요?

나를 둘러싼 가족과 환경이 나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전생에 나와 엮인 선연 또는 악연으로 얽힌 관계들이라 하지요.

그 인연들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선연이라면 감사하며 보은하는 마음으로.. 악연이라면 그 관계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빚을 갚을 수 있음에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잘 살아내면 됩니다.



물론 모든 육친 인연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아픈 손가락 하나쯤은 가지고 태어나니까요.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손가락 하나만 아픈 나도 이렇게 힘든데, 저 손가락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면 저럴꼬! 참 딱하고 불쌍하고 미련하구나...업보가 얼마나 많으면 저리 살꼬!>



측은지심으로 가엾게 여기고 참아주고 들어주는 것도 큰 공덕이랍니다.

이번 생에 되도록 좋은 마음만 남기고, 미움과 원망은 미련없이 버리시길 바랍니다. 다른 누구보다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요. 귀하디 귀하고, 너무나 소중한 여러분을 위해서요.